• 여성노동자 수갑 채우고, 때리고…
    By 나난
        2009년 04월 13일 05:2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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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은영 기자

    최근, 단기비자로 불법취업한 중국인 여성 2명이 대전시 유성구 탑립동에서 대전출입국관리소 단속반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대전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 2명이 중국 여성에게 수갑을 채운 채 목 뒷덜미와 허리를 가격하는 모습이 <중도일보> 카메라에 찍혔다. 목 뒷덜미를 잡아끌고 가는 과정에서는 여성의 윗옷이 올라가 등 부위가 심하게 노출됐으며, 단속차량 안에서도 수차례의 폭행이 이어졌다.

    잡아가둔 다음에도 폭행

    이에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차별철폐와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공동행동 등 73개 사회단체는 13일 오전 과천 출입국정책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적인 이주여성 폭력단속 중단"을 요구하며 "김경한 법무부장관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8일 발생한 살인적인 폭력 단속을 보며 이 나라 정부가 ‘인권의식’은 고사하고 과연 ‘생각’을 하는 정부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여성의 윗옷이 말려 올라가 상체가 거의 보일 정도로 수갑을 채우고, 목울대를 가격하는 행위는 차마 ‘폭력’이라는 말로도 설명할 수 없으며 이는 명백한 ‘살인미수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어 "인간의 탈을 쓴 파렴치한 단속반의 의식수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엄정한 법질서 확립’이라는 미명 아래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은 오히려 불법적이고 탈법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전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은 "도망치려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잦은 몸싸움과 안전사고 대비를 위해 강압적인 연행이 필요하다"면서도 단속 후 불법체류자를 호송차량에 탑승시킨 후 벌어진 폭행사실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신성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간사의 경과보고에 따르면 당시 대전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들은 차량에 탑승한 후에도 어깨와 목울대 부위를 수차례 가격했고, 이후 커피를 마시면서도 곤봉으로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두 여성은 손목과 허벅지 등에 멍이 든 상태다.

       
      ▲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공동행동이 13일 과천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앞에서 "살인적인 이주여성 폭력단속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이은영 기자)

    73개 사회단체는 "법무부 단속지침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의 목적은 국외로 퇴거시키는 것으로, 단속 중 장비사용을 자제하고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제복을 착용하는 등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음에도 중국 동포들의 손목엔 수갑이 채워졌다"고 말했다.

    업무고과용 할당량이 아니라, 사람

    이들은 "단속반에게 이주노동자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들의 업무고과 성적을 올려주고, 단지 채워 넣어야 할 할당량에 불과할 뿐"이라며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추방 정책을 고집하는 한 이러한 폭력사태 속에 사망이나 부상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남양주 마석 성생가구단지에서 자행된 토끼몰이식 단속 당시 법무부는 사업주의 동의도 없이 사업장에 무단 침입하고, 잠겨진 이주노동자 숙소 문을 부수고 들어가 머리채를 끌고 수갑을 채우는 비인간적 행위를 벌였다. 또 이주여성노동자가 호송차량에 장시간 대기하면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요구하자 화장실이 아닌 옥외에서 용변을 보게 했으며, 심지어 어린 아이까지도 미등록자라며 단속했다.

    이경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간사는 규탄발언을 통해 "그 동안 정부는 ‘한국은 단일민족이기 때문에 인종주의란 없고, 우리가 통합하고자 하는 이는 1~2%의 영주권자와 숙련노동자밖에 없다’고 말해왔다"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100만의 이주민을 단순히 체류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없는 사람 취급할 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단속과 추방 관행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처장은 "2년 전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이주노동자 10명이 화마 속에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 마석에서 100여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폭력 단속에 부상을 입었다"며 "살인적인 폭력 단속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무부는 추규호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윤용인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파면하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이주노동자차별철폐와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공동행동 등은 피해 당사자인 중국 여성 2명에게 소송을 위임을 받아 폭력인권침해로 인한 국가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한편 대전이주노동자연대와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진보신당 대전시당 등은 지난 9일 단속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대전출입국관리소 단속반 2명을 대전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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