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진보신당조차 이럴 수가?”
        2009년 04월 13일 0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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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낙선운동으로 시작한 강원도당 위원장 선거

    진보신당이 창당 후 처음으로 치른 제1기 당대표단 및 전국위원 동시선거기간에, 강원도당에서는 아주 특별한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낙선운동은 유권자들이 좋아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포지티브 방식이 아닌 후보자의 출마자격 자체를 문제시하여 떨어뜨리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서 정치발전의 수준과 관련해 그렇게 좋게 볼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낙선운동이 새로운 진보의 공식적인 첫 출발을 알리는 진보신당 제1기 당대표단 및 전국위원 동시선거 기간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강원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벌어진 것이다.

    2. 왜 낙선운동이 벌어졌나?

    진보신당이 창당 깃발을 꽂은 지 얼마 안 된 지난해 5월 강원도당에서는 당원 화합 차원에서 1박 2일로 동해안의 한 수련원에 ‘봄소풍’을 갔다. 그런데, 이날 뒤풀이 자리에서 이번 강원도당 위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된 길OO 당원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당원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수련원 뒤뜰에서는 2~3명 정도 노래를 부르고 나머지는 띄엄띄엄 앉아 술을 마시며 뒤풀이 자리를 갖고 있었다. 당시 분위기는 참석인원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그런데 행사를 기획한 사람 중의 한 명이며 과거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위원장이기도 했던 길OO 당원이 나타나 ‘(관리실에서) 9시 30분까지 허용했고 다른 투숙객도 있으니 조용히 하자’는 말을 했고 당원들도 이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노랫소리가 작아지긴 했지만 2~3명의 당원들이 여전히 노래를 불렀던 것이 귀에 거슬렸는지, 길OO 당원은 잠시 후 근처의 누군가와 몇 마디 주고받더니 갑자기 당원들을 향해 맥주가 든 종이컵을 확 집어던지며 “조용히 좀 하자고 이 개OO들아! 사람이 무슨 말을 하면 좀 들어!”라고 고함을 질렀다.

    순간 뒤풀이 자리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자리에 있던 당원들은 모두 어이가 없어 황당해했다. 잠시 후 강원도당 공동대표 한 분이 그를 불러 당원들에게 사과를 하라며 타일렀지만 그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자 한 당원이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건 좀 심한 거 아닌가요?”라고 따져 묻자 갑자기 “이 개OO가,~~”라고 욕설을 하며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시도했다. 다행히 주위에서 말려 큰 불상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후 피해당원은 3일 후 강원도당 게시판에 당시 사건의 상황과 가해자의 인격을 거론하는 글을 올리고 탈당해 버렸다.

    사건은 이때 처음으로 알려졌고, 사건이 발생한 지 약 50일이 지난 6월 22일에야 강원도당 제2창당위원회는 길OO 당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게 됐다. 제2창당위원회에서는 사건의 처리가 늦어진 점을 피해자와 당원들에게 사과하면서 길OO 당원에게 피해자에 대한 자발적 사과를 권고했고 ‘6개월 자격정지’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징계가 가벼웠던 이유는 ‘사건 발생 직후 사과할 뜻을 밝혔다는 점, 피해자의 글에 대응하지 않고 자숙했다는 점, 피해자의 글이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오해를 해명하지 않고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징계에 준하는 고통을 당하였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길OO 당원은 당시 사건 발생 이후 위원장 후보로 출마하기까지 약 10개월 동안 당시 징계위원회(강원도당)의 권고사항이었던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물론, 자리에 있었던 당원들에게 한 마디의 공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 선거에 위원장 후보로 등록한 지 3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폭력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없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일부 당원들은 후보사퇴를 요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출마 후 사퇴요구가 거세지자 길OO 당원은 두 번째 사과문을 올렸는데, ‘당시에 고성방가가 있었고 피해자가 먼저 욕설을 하며 폭력을 유도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폭력을 합리화하다 또 한 번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혀 재차 사과문을 올리는 등 올리는 글마다 사과문이 돼 결국 선거가 끝날 때까지 낙선운동대상이 되었다.

    3. 낙선운동의 진행과 선거결과

    낙선운동진영은 처음에 사회적 상식에 비추어도 그렇고 새로운 진보를 하겠다는 진보신당의 도덕적 기준이라면 별다른 논쟁이 필요 없다고 여겨 후보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는데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낙선운동진영의 주장은 두 가지였는데, 첫째, 길OO 후보는 현행 당규에 따라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고 징계수행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선관위에서 후보자격을 재심사해야 하며, 둘째, 도의적 차원에서, 사건발생 후 후보등록이 이루어지기까지 약 10개월 동안 징계위의 권고사항이기도 했던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없었기에 진보신당 강원도당 위원장 후보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해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낙선운동진영의 사퇴요구는 당연한 것이 아닌 당원들에 대한 ‘강요’나 유권자의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고, 이후 논쟁이 가열되면서 낙선운동진영의 접근방식은 ‘또 하나의 폭력’이라는 식으로 규정돼 선거의 목적 중의 하나인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히려 낙선운동진영의 방식이 쟁점이 되거나 심지어 낙선운동진영의 도덕성이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르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만다.

    먼저, ‘후보자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과 관련해 현행 당규의 소급적용이 불가능한 건 상식이다’는 식의 댓글이 올라왔고, 강원도당 선관위의 공식적 답변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이 났다. 쟁점은 결국 ‘도의적 차원에서 길OO후보의 도덕적 자질을 어떻게 볼 것인가’로 옮겨갔다.

    낙선운동진영과 반대에 있거나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은 ‘술이 원인이다’, ‘당내 문화가 원인이다’, ‘인물선거에서 정책선거로 전환하자’, ‘낙선운동을 하거나 선거에 나가서 이겨라. 왜 사퇴를 강요하나’, ‘길OO 후보는 내 앞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진심을 믿으며 오히려 그는 또 다른 폭력을 당하고 있다’, ‘사퇴요구는 가혹하다. 길OO 정도의 지역정치인에게는 정치생명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할 사람이 없는데다 그만한 사람이 없다’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논리들은 몇 해 전 성추행 사건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강원도 동해시 국회의원 최연희의 의원직 사퇴를 반대하던 진영의 ‘폭탄주 문화론’, ‘일꾼론’, ‘공로론, 기여론’ 등과 너무나 닮았다며 새로운 진보에 맞게 진보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그런데 이 글에 대해 ‘자신들의 견해와 다르면 모두 길OO 옹호자로 낙인을 찍거나 딱지를 붙이는 식의 폭력적 방식’이라는 답글이 올라왔고, 이후 사퇴 및 낙선운동의 방식을 문제시하는 주장들이 게시판을 지배하는 상황이 됐다.

    과연 낙선운동진영의 낙선운동 방식이 ‘폭력’이라고 규정될 수 있는 것인지, 낙선운동 방식을 폭력이라고 규정할 정도의 감수성이면 애초 폭력에 대한 성찰 없이 버젓이 후보로 나온 길OO 후보의 사퇴를 가장 앞서서 외쳐야 했던 건 아니었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과연 어떤 것이 진정 딱지붙이기이고 낙인찍기였던 것일까?

    ‘일반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을 한나라당이 어겼을 때는 앞장서서 반대하면서 왜 자신들 내부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그 잣대를 똑같이 들이대지 않는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민주노동당을 박차고 나온 것인가? 이것이 새로운 진보인가?’ 하는 물음에는 대꾸 하나 하지 않고 단지 다수의 당원들을 어떤 부류로 ‘낙인찍고 딱지붙였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전부였다.

    심지어 길OO 위원장이 지난 민주노동당 시절 강원도당 위원장으로 있었을 당시 최연희 성추행 사태에 대해 민주노동당 강원도당(그 당시 위원장은 길OO 당원이었음)이 어떤 논평을 내고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별 반응은 없었다.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이 한나라당 최연희에게 요구했던 주장을 낙선운동진영이 자신들 내부의 후보에게 똑같이 요구하는데도 오히려 게시판 정서는 낙선운동진영이 강원도당 당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쓸데없이 분란만 일으킨다는 반응이었다.

    게다가 낙선운동진영이 줄곧 외쳤던, ‘한 개인의 인격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며 그렇게 할 수도 없고 단지 새로운 진보에 맞는 공당의 지역 대표로서, 공인으로서 후보자의 도덕성을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마치 한 개인에 대한 여론재판으로만 받아들여질 뿐이었다.

    또 사퇴요구가 거세지자 길OO 후보자는 2차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당시 고성방가가 있었고 피해자가 폭력을 유도했다는 식으로 자신의 폭력을 합리화하다 피해자가 반박 글을 올리고 여기에 재차 3차 사과문을 올리는 등 후보자로서의 자질을 한층 의심하게 하는 한심스런 모습을 보였음에도 이에 대한 반발여론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후보자가 이 정도 사과하면 됐지 왜 자꾸 후보자를 괴롭히냐?’는 식의 동정여론이 우세했다.

    심지어 이번에 강원도당 전국위원 후보로 나와 당선된 한 사람은 낙선운동진영이 요구한 길OO 후보자에 대한 입장에 대해 길OO 후보자를 지지한다며 “길OO 후보에 반대하는 사람은 전국위원 후보인 나를 지지하지 마시라. 나는 길OO의 사퇴를 주장하는 사람의 지지를 거부한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 전국위원은 최연희 성추행사건이 벌어질 당시 민주노동당 동해시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발 벗고 나서서 최연희의 사퇴서명을 받던 사람이었다.

    게시판은 이제 “길OO 옹호자로 낙인찍힐까봐 무서워서 말도 못하겠네”라며 낙선운동진영을 비아냥거리는 댓글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그러나 낙선운동진영 무서워서 말 한마디 못 하겠다면서 낙선운동진영이 올리는 글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댓글들은 계속 올라왔다.

    낙선운동진영은 이후 후보자에게 사퇴를 하지 않으면 낙선운동으로 전환해서라도 투쟁의 수위를 높일 것임을 밝히며 투표일정이 시작되기 전 후보자의 최종의사를 확인했지만 길OO 후보는 사퇴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후 낙선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중앙당 게시판에도 낙선운동진영의 주장이 담긴 글이 올라가고 타 지역 당원들의 서명동참이 이어졌으며 강원도당 게시판에 댓글 공세가 이루어지면서 게시판은 온갖 댓글로 범벅이 되고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달으면서 극도로 혼탁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낙선운동진영의 방식에 대한 거부감과 타 지역 당원들의 비난이 이어지면서 낙선운동진영의 입지는 오히려 점점 더 좁아지게 되었다. 당원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계몽적인 대응 등 방법상의 오류를 자각한 낙선운동진영은 그 동안의 낙선운동 방식을 수정하여 당원들의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세를 많이 낮췄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누군가 낙선운동진영에 있던 한 사람의 과거 운동경력 하나를 물고 늘어졌다. 타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라 강원도당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문제였을 뿐만 아니라, 이번 강원도당 위원장선거와 관련이 없으며, 일반 평당원 신분의 한 개인의 인격과 관련된 문제임에도 오히려 낙선운동진영을 도덕성 검증의 도마 위에 올리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게시판은 수십 개의 댓글이 꼬리를 물며 말 그대로 ‘가축적인’ 상황이 된 지 오래였고 선거일정도 끝나갈 무렵이라 서로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 끝으로 당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쓴 것이고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낙선운동진영으로서는 동의하기 힘든 어느 당원의 양비론의 글로 게시판 논쟁은 끝이 났다.

    결국 진보신당 제1기 강원도당 위원장 선거는 길OO 후보의 도덕성 검증이 아닌 낙선운동진영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가 됐고, 진보적 기준은 물론 일반 상식으로 볼 때에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문제제기가 자기내부에서 일어날 때 진보신당조차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면서 단독후보로 출마한 길OO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총 341명의 유권자중 206명(투표율 60.4%)이 투표, 151명(득표율 75.9%)이 찬성, 반대 48명, 기권 7명]

    4. 새로운 진보와 진보신당의 과제

    낙선운동진영의 접근 방식은 분명 지혜롭지 못한 면이 있었다. 어떤 일이든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낙선운동진영의 방식이 그들의 주장에 공감하기 어려울 만큼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낙선운동진영의 접근방식이 폭력에 대한 성찰이 없는 후보를 진보신당 지역위원장으로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사태를 보면서 2000년 당시 수구보수정당의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의 자질보다 시민사회단체의 낙선운동방식을 더 문제 삼고, 이명박 정권의 독단과 미국산 쇠고기 문제보다 촛불시민의 불매운동방식을 더 문제 삼고, 광우병의 심각성과 국민건강권보다 PD 수첩 방송의 번역 상의 오류를 집중 제기하고, 또 멀게는 군사정권의 독재보다 그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폭력시위를 더 크게 문제 삼던 수구보수언론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명박 정권 들어 촛불시민에 대한 폭행이나 용산참사에서 보듯 국가폭력이 활개를 치고 있는데, 이뿐만 아니라 강원도에서는 강릉에서 고등학생이 조회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선배에게 맞아 숨진 사건, 건설노동자가 관리자에게 체불임금에 항의하다 맞아 숨진 사건, 동해시 소속의 국회의원 최연희의 성폭력 사건, 춘천에서 한나라당 시의원들의 의회폭력사태 등 적지 않은 폭력사건들이 벌어진 바 있다.

    이러한 지역현실에서 진보신당 강원도당이 어느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이런 문제들을 당당하게 제기하려면 자기들 내부의 폭력문제에 대해 엄격함을 보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도대체 이제 어떤 낯으로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제기할 수 있을까?

    도덕성이 정치의 모든 것이 아니겠지만, 도덕성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다수를 대표하는 지도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조건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일반사회의 도덕적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공공의 이익과 가치를 대표하기는 힘들다. 도덕적 규율이라는 것 또한 사회운영의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직도 없고 돈도 없는 진보정당이라면 도덕성이라도 제대로 갖춰야 수구보수 세력을 비판하는 정당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그냥 진보가 아니라 새로운 진보, 진보신당이라면 말이다.

    진보신당이 어렵게 창당했고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놓여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걱정이 앞서고 조급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원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새로운 진보의 가치까지 훼손하면서 ‘폭력에 대한 성찰 없는 후보’가 나와야 할 만큼 그렇게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가?

    노회찬이나 심상정 같은 분들 아니면 무슨 금은방 이름인지 착각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진보신당이지만 그래도 멀리 보고 차근차근 자신의 가치를 지켜내며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 진정 진보신당이 가야할 길이 아닐까?

    불행한 것은 ‘다른 지역이라고 크게 달랐을까’하는 점이다. 진보신당이 내세운 새로운 진보는 분당 명분으로는 그럴 듯했지만 진짜 자신들 내부의 생활원리로 자리 잡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번 강원도당 위원장 선거는 그것을 보여주었다. 낙선운동을 함께한 어느 학생 당원은 자신의 동생과 동생의 친구에게 입당을 권유하여 곧 입당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번 일을 겪고서 만류했다고 한다. 또 다른 한 학생 당원은 ‘진보신당의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믿을 수 없다’면서 탈당을 결심했다고 한다.

    진보신당은 ‘그놈이 그놈’이라는 한국정치의 오랜 뿌리 깊은 불신을 깰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과연 진보신당이 그럴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많은 강원도당 당원들이 상처를 입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바로 이들처럼 앞으로 이 사회를 짊어지고 갈 젊은 친구들일 것이다.

    “어떻게 진보신당조차 이럴 수가 있을까?”라는 이들의 당혹감과 배신감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진보신당이 또 다시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들에게 되물어야 한다. “새로운 진보는 무엇인가?”라고.

    필자소개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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