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 ‘볼드모트’가 된 <조선일보>
    By 내막
        2009년 04월 11일 07: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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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이자 블록버스터 영화인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 마법세계의 주민들은 주인공 해리포터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악의 화신 ‘볼드모트’의 이름을 대놓고 말하지 못한다. ‘볼드모트’라는 이름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입에 담지 못하는 이름인 것이다.

    이와 흡사한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2009년 대한민국 사회에 펼쳐졌다. 그리고 이러한 ‘볼드모트의 저주’는 ‘볼드모트’ 자신이 풀기 전까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 관련을 보도하면서서 <조선일보>를 ‘조선일보’라 부르지 못하고, ‘해당언론사’ 혹은 ‘○○일보’로 불러야했던 언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조선일보>로서는 자신을 ‘볼드모트’에 비유하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데에는 <조선일보>가 면책특권을 받는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한 고소 조치와 이와 관련해 언론사에 배포한 경고성 보도자료가 큰 몫을 차지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조선일보> 스스로 ‘볼드모트’를 자임한 셈이다.

    조선일보, 결국 고소 단행

    <조선일보>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인터넷 매체인 <서프라이즈>의 신상철 대표이사를 1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고, 11일 조간신문과 조선닷컴을 통해 이 사실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들이 "조선일보의 특정 임원이 ‘장자연씨 사건’에 관련된 것처럼 공표해 조선일보와 특정 임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형사 고소에 이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곧 제기할 방침이다.

    조선일보의 이종걸·이정희 의원 등에 대한 고소로 인해 그동안 두 의원의 발언 내용을 보도하면서 ‘조선일보’를 ‘해당언론사’ 혹은 ‘○○일보’라고 표기하던 각 언론사들의 금기도 함께 풀렸다.

    이종걸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되어있다는 ‘유력 언론사’ 대표가 조선일보와 스포츠 조선의 사장들이라고 폭로했지만, <조선일보>가 덮어쓰고 있던 ‘유력 언론사’라는 가면은 ‘해당언론사’ 혹은 ‘○○일보’로 바뀌어 불리기 시작했다.

    ‘호조호방’은 위험하다?

    이종걸 의원의 뒤를 이어 심상정 전 의원이 8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쟈키’와의 인터뷰에서 <조선일보>를 직접 거론했으며,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10일 0시 30분에 시작된 MBC ‘100분토론’에서 조선일보의 실명을 거론했다. 이정희 의원이 발언한 공간은 면책특권과 무관한 곳이다.

    조선일보가 명예훼손 고소 사실을 스스로 밝히기 전인 10일까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주요 정당들마저 ‘조선일보를 조선일보라, 방 사장을 방 사장’이라 부르지(이하 ‘호조호방’) 못하고 있었다.

    진보신당은 이지안 부대변인이 10일 "조선일보는 ‘장자연리스트 묵언수행’을 걷어치워라. 사주 연루 의혹으로 침묵한다면 1등 언론이 아니다"라는 논평을 발표함으로써 ‘호조호방’을 공식화한 첫 정당이 되었다.

    이 부대변인은 "조선일보가 쓰라고 낸 보도자료를 쓰면서 조선일보를 조선일보라 하지 못하고 ‘해당언론사’라 칭하는 21세기판 홍길동전 역시 못내 아쉽고, 한 달이 넘도록 질질 끄는 경찰수사도 영 마뜩찮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심상정 전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선일보의 실명을 거론한 이후 들어온 압박과 항의 등 당의 분위기를 밝히고, 이정희 의원의 안위에 대해 걱정스럽다며 "조선일보가 언제까지 ‘장자연리스트’에 ‘묵언수행’을 벌일지 솔직히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대변인이 밝힌 ‘호조호방’을 실천한 정치인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우려는 11일 실제 조선일보의 형사상 고소 사실과 민사상 손배 청구 방침이 밝혀지면서 현실이 되었다.

    민주당 "조선일보 헌법 조롱"…민노 "월요일쯤 논평"

    이종걸 의원과 민주당은 11일 각각 논평과 성명서를 통해 조선일보의 두 의원에 대한 고소조치는 헌법을 조롱하고 협박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조선일보가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을 형사 고소한 것은 국회의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진실규명을 막으려는 부당한 시도로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경찰의 장자연 리스트 공개 거부가 더러운 손길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가렸고, 조선일보의 장자연 리스트 관련 보도 태도가 의혹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진보신당의 ‘호조호방’ 공식화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대변인실 관계자는 10일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주말 동안 조선일보의 대응을 지켜보고 월요일(13일)쯤 관련 논평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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