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 내세우지 말고 과제 찾아야 할 때"
        2009년 04월 10일 02: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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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투표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10억원을 빌린 것에 대해 공개 사과문을 내보낼 때 이 사건이 교육감 선거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리고 투표율이 최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도 가슴을 졸여야 했다.

       
      ▲ 필자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상곤 후보가 2위와 상당한 표차로 당선되었다. 이제 진보적 교육감이 탄생한 경기도 교육에 어떠한 변화가 오게 될 것인지에 대해 모두들 궁금해 하고 있다.

    민주-진보진영 단일화가 핵심 승인

    이번 교육감 선거의 승리는 보수진영의 분열과, 진보-민주진영의 단일화가 핵심적인 요인이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나쁘지 않은 구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 선거는 MB 정권 심판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고, 게다가 도민들 사이엔 경기도 교육이 낙후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시민운동, 교육운동 진영에서는 교육감 선거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의 단체들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데에는 에바다 학교의 권오일 교감이 출사표를 던지고 난 이후부터다. 이후 경기도 내 200여개 단체들이 ‘2009 경기 희망 교육연대’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경기희망교육연대는 도민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난항에 부닥쳤다.

    권오일 후보가 등록한 상태에서 한 차례 등록기간을 연장한 후 김상곤 후보가 등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나타난 내부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많은 이들이 김상곤 후보와 권오일 후보의 단일화 자체를 불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정작 후보들의 단일화 의지는 읽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선본에서는 자기의 길을 서두르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양 후보가 동시에 입후보하면 선거에서 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이번 선거는 어쩔 수 없고 내년 선거에서나 잘 해보자는 포기심리, 그러나 15%를 넘기면 선거운동비는 보전받을 수 있을테니 조직이나 챙기자는 계산심리가 작동하면서 단일화는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었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단일화

    양 후보가 직접 만나 단일화에 대해 합의하고 수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하였다. 대단히 짧은 기간 안에 수임위원회는 단일화 방식에 대해 안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러기에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안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양측이 그 한계적 상황을 인정함으로써 3개 여론기관에 의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방안에 합의할 수 있었다.

    단일화 이후에도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다. 전쟁으로 치자면 군사와 병참 모두를 통합해야 했으니 당장 선거운동에 돌입한 시점에서 어찌 쉬운 일이었겠는가. 게다가 홍보의 기조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학교 갈 때 즐겁게, 집에 올 때 신나게’라는 현수막은 이명박 특권교육을 확 바꾸겠다는 내용으로 긴급히 대체되었다. 그러나 교육은 경영이라는 신문광고에 많은 이들이 실망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어려움과 우여곡절 끝에 선거는 승리로 끝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경기도 민심의 반영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먼저 교육감 선거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이 그러한 평가를 용납하지 않는다. 낮은 투표율이었으니만큼 조직투표에서 이겼다는 평가가 옳겠다.

       
      ▲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당선자 (사진=김상곤 홈페이지)

    그러나 조직투표에서 이겼다고 해서 진보-민주 세력이 조직을 제대로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진보-민주세력이라고 해서 비판적 평가를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보수진영의 조직도 완전히 실패했다.

    우리도 조직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먼저 1번 강원춘과 4번 김진춘이 갈라졌다. 1번과 4번 후보의 지지율을 합한 결과는 김상곤 후보의 지지율을 앞선다. 만약 보수진영의 후보가 단일화되었다고 한다면 그 결과는 보수 후보의 승리로 나타났을 것이다. 게다가 보수 세력 역시 조직투표에 성공하지 못했다.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김진춘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지만, 그들은 경기도 보수 조직의 단결을 이끌어낼 수 없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 교육과 관련된 특별한 쟁점이 형성되지 못했다. 김상곤 후보의 공약 내용이 방대하고 훌륭하기는 했으나 이번 1년에 무엇을 하겠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지 못했다. 이 점에 대해 선거운동원들이 많이 어려워하였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구도적 성격을 강하게 가졌던 선거였다.

    그러므로 당선의 기쁨보다는 이후의 과제가 엄중하게 다가온다. 1년 2개월의 임기, 내년 6월 선거에 출마할 것을 염두에 둔다면 1년 정도의 임기가 있을 뿐이다. 1년 안에 많은 것을 이루어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제고사 하나만 하더라도 엄청난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경기도 교육감 선거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온갖 애를 썼던 나로서는 선거 결과가 난 이후 오히려 더욱 신중해진다. 이번 교육감 선거가 이명박 정권 아래서 새로운 돌파구를 연 것만큼은 분명하다.

    당장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정치지형이 가능함을 예고한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사이익으로는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MB 교육 심판을 외쳤지만, 실상 현재의 교육은 이명박 정권 1년 남짓한 통치기간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현 교육의 실패는 과거 정권 책임도 커

    현 교육의 실패는 과거 민주당, 열린우리당 정권의 책임도 크다. 따라서 역시 중요한 것은 그 내용과 실력이다. MB 반대만 외치면 되는 구도란 없다. 이제 사람들은 진보적 교육감의 실력을 평가하고자 한다. 정치적 의미에만 집중하여 정작 중요한 과제는 놓쳐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감 하나 바라보고 이것 저것 다해달라고 봇물터지듯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어리석을 뿐이다. 경기도 교육에서 새로운 실험이 있어야 한다. 수많은 과제들이 있을 텐데, 해당 주체들이 각 과제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고 조직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각 세력은 공을 내세우려 하기보다는 새로운 실험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에 먼저 고민을 집중해야 한다. 모름지기 잘 나갈 때를 조심하라 했으니, 빠른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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