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모르고 있는 울산북구의 비밀
        2009년 04월 13일 10: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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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말로 다가온 울산북구 재보궐선거를 두고 진보진영의 논쟁이 뜨겁다. 이명박 정부 2년차를 맞아 국민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울산북구의 승리는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기에 뜨거운 논쟁만큼이나 좋은 선거결과를 통해 진보진영에 작은 기쁨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데 환경운동, 그중에서도 핵발전소, 핵폐기장 문제를 중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울산 북구는 조금 남다른 의미이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2012년 설계수명 만료를 앞두고 있는 월성 핵발전소 1호기가 4월 1일부터 압력관 교체작업을 위해 20개월 동안 가동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월성 핵발전소와 울산북구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이는 월성핵발전소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핵발전소의 주소는 이렇지만, 양남면은 울산북구와 붙어 있는 지역이며, 월성 1호기에서 울산광역시 경계까지 약 6.5km, 울산북구청까지 17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반면 인근 양북면사무소까지는 9.5km, 경주시청까지는 무려 27km나 떨어져 있다.

     

       
      ▲ 월성 위치도

    체르노빌 사고로 주민들의 출입이 통제된 구역이 반경 30km 이고, 현행법상 핵발전소 피해를 예상하여 설정해 놓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통상 8~10km을 생각할 때 울산 북구는 사실상 핵발전소 인근 지역이다.

    너무나 뻔한 거짓말 : 압력관 교체와 수명 연장

    이런 월성 1호기가 핵발전소의 주요 부품 중 하나인 압력관을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압력관은 핵연료다발을 장전하는 관으로 월성 1호기의 경우, 당초 평균이용률 80% 상태에서 30년동안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평균 86%의 이용률을 기록하면서 설계수명보다 5년 빨리 수명을 다하게 된 것이다.

    발전소의 부품, 그것도 핵심부품에 문제가 있다면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문제는 월성 1호기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번 압력관 교체작업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은 3200억 원을 투여하여 380개에 이르는 압력관 전체와 원자로관, 냉각재공급관 등 원자로 내부의 주요설비를 교체하고 폐압력관 임시저장시설 등 모두 6000억 원을 사용하게 된다.

    여기에 20개월동안 발전소를 멈춤에 따라 생기는 발전소 손실 등을 고려할 때 비용은 더욱 커지게 된다. 하지만, 압력관 교체 이후 남은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은 불과 24개월에 불과하다.

    최근 새로 짓고 있는 신고리 핵발전소 1호기의 건설비용이 2조 4500억 원 규모(발전소 용량은 월성 1호기의 1.5배 규모이고 설계수명은 60년이다)임을 생각할 때 압력관 교체와 발전소 수명연장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두 개의 사업이 별개의 사업이며, 압력관 교체 이후 월성1호기에 대한 정밀조사를 통해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수명이 다 끝나가는 기계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여해서 고친 이후 버릴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뻔한 거짓말이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처음 듣는 이야기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혹시 경주나 울산에 살고 있는 독자 가운데 이러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안타깝지만, 이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요즘은 중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도 나오는 핵폐기장, 핵발전소 건설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정에서도 설명회, 공청회는 반드시 진행하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이 형식적인 진행되는 설명회, 공청회를 거부한 적은 있었지만, 이는 엄연한 법적 절차이며 이를 통한 자료의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회적 파장이 크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원자력법은 핵발전소 수명 연장에 대해 설명회, 공청회 등의 절차를 의무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있었던 고리 핵발전소 1호기 수명 연장 반대운동 당시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주민들은 수명 연장에 관련한 각종 보고서와 자료를 공개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이는 모두 한국수력원자력의 ‘영업이익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모두 거부당했다.

    아이러니컬하게 신규핵발전소나 핵폐기장 건설과정에서 같은 제목의 보고서들은 모두 공청회장에서 공개되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하물며 수명 연장을 둘러싼 절차가 그러한데, 일개 부품(그러나 6000억 원이나 하는 부품)을 교환하는 일에 정보공개와 설명회를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기본 입장이다. 상황이 그러니 인근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은 ‘녹색성장의 힘 – 한국수력원자력’ TV CF 이외에는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상 최초로 진행되는 CANDU형 원자로의 수명 연장

    하지만 문제는 그리 만만치 않다. 월성에 있는 핵발전소는 고리, 울진, 영광에 있는 다른 핵발전소와 달리 CANDU 형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개발하여 이름이 CANDU(CANada Deuterium Uranium)라고 붙여진 CANDU형 원자로는 수출을 염두해두고 만들어졌지만, 아쉽게도 한국, 인도 등 일부 국가에만 보급된 기종이다. 따라서 그동안 수명 연장의 경험이 없으며, 그나마 캐나다에서 시행된 압력관 교체 작업도 인허가체계가 우리와 달라 수명 연장이라고 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하는 핵발전소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CANDU 원자로의 안전성 문제는 충분히 검토되고 정보공개와 의견수렴과정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절차는 그렇지 않다.

    또한 여기서 나오는 폐압력관 문제도 새로운 논란이 될 것이다. 교체시 발생하는 폐압력관은 핵연료를 장전했던 부품이기 때문에 방사선 준위가 높고 많은 양의 열이 발생한다. 흔히 우리가 장갑, 작업복 등으로 알고 있는 저준위 핵폐기물과는 전혀 다른 물질인 것이다.

    이에 따라 바로 인근에 중저준위 핵폐기장이 지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압력관은 별도의 저장시설을 지어 50년동안 임시저장하게 된다. 핵발전소가 있는 4개지역과 원자력연구원 등 연구시설이 있는 대전에서 이보다 훨씬 방사선 준위가 낮고 짧은 기간 보관하기 위해 임시저장시설을 지으려고 했다가 큰 논란이 있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50년이란 기간은 보통 한 사람의 일생에 가까운 시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임시’ 저장이라고 생각되기 힘든 기간이다. 바로 최근까지 방폐장 문제로 전국적인 혼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원자력법의 허점을 이용해 논란을 피해갔다는 의혹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 폐쇄 핵발전소의 영광스러운 이름

    안타까운 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최근까지 논란이 되었던 고리 핵발전소 1호기 수명 연장이 – 한수원의 표현을 빌린다면 –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조’ 속에 성사되었다.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논쟁 당시 문제제기 되었던 정보공개, 절차상의 문제, 안전성, 경제성 논란 등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없었지만,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은 계획대로 추진되었다.

    문제를 철저히 ‘보상’을 중심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로 인해 고통받는 인근 주민들의 삶을 이해한다면 ‘보상’을 단순히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발전소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온배수, 각종 시설공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건설과정에서의 갈등 등을 생각한다면 ‘보상’은 당연한 것이고 충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보상’을 다른 모든 것이 해결된 이후 마지막에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다. 고리 1호기의 정보공개는 수명 연장이 끝난 이후에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번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에서 보이듯 절차상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년 수명 연장을 목표로 10년간 연장한 고리 1호기가 10년 뒤, 20년 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고리 1호기는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조’라는 허울좋은 명분을 앞장 세워 가동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보상’이 있다.

    반면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4월 1일부터 발전소가 가동을 멈춘다는 것은 당장 월성 1호기가 없더라도 – 정부가 발전소 건설 때마다 꺼내는 ‘전력대란’ 같은 것은 없다는 의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얼마를 ‘보상’해 줄 것인가가 아니라, 월성 1호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6000억 원의 비용, 20개월의 시간. 그리고 추후 발전소 수명 연장을 위해 투여해야 할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향상에 투자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TV CF와 ‘녹색성장 계획’에만 존재하는 ‘핵산업계의 천국’ 대한민국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녹색성장’을 만들어가는 데 30년된 낡은 발전소 월성 1호기를 포기하면서 얻는 자원은 훌륭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 폐쇄 핵발전소의 영광스러운 이름을 월성 1호기가 차지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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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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