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마워요 MB씨, 떼돈 벌게 해줘서
        2009년 04월 09일 04: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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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30% 이상 매출이 늘어난 기업들이 있습니다. 특목고 및 자사고 입시학원들, 영어사교육 학원들입니다.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8일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다트)에 공시된 내용입니다.

    상장 사교육업체들이야 분기별로 실적을 볼 수 있으나, 비상장 학원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확인할 수 있는데, 지금이 그 때입니다.

    오~ 놀라워라, 많이 벌었네

    특목고 입시학원의 ‘빅 5’로 일컬어지는 타임교육홀딩스, 아발론, 토피아, G1230, 페르마 중에서 페르마를 제외하고는 ‘우수’한 성적을 보입니다. 2008년 한 해 동안 아발론은 677억원, 토피아는 554억원, G1230은 308억원, 페르마는 347억원을 벌었습니다. 2007년과 비교하면, 매출액 신장세는 아발론 139.3%, 토피아 37.5%, G1230 37.2%, 페르마 -12.1%입니다.

       
      ▲ [그림 1] 주요 특목고 입시학원의 매출액(억원)

    대단한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이 30% 이상 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매출액 2천억원대로 소문나면서 자타가 업계 1위로 인정하는 ‘타임교육홀딩스’를 확인할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자본금 50억원으로 공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이유인데, 다소 찜찜합니다.

    하지만 타임교육홀딩스 산하의 여러 학원들이 작년 6월에 발표한 수치를 가지고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모 연예인의 광고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하이스트는 2007년 3월 21일부터 12월 31일까지 72억원을 벌었고, 2008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는 96억원을 벌었습니다.

    2007년에는 285일 동안 72억원을(하루 평균 2556만원), 2008년에는 90일 동안 96억원의 매출액(하루 1억 762만원)을 기록한 겁니다. 성수기와 비수기 등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단순하게 비교하면 작년에 상당히 많이 벌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시 초중학생과 영어 사교육 시장은 MB의 적자

    특목고 학원들의 매출 신장세는 상장 사교육업체들에 비해서도 높습니다. 사교육 대장주 메가스터디는 23.8%, 삼성 계열의 크레듀 11.0%, 웅진씽크빅 10.7%, 비유와 상징 16.2% 매출액이 늘었지만, 30% 이상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특목고 학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 영어 사교육 업체들입니다. YBM 시사가 23.7%로 상대적으로 다소 낮지만, 청담러닝은 32.1%, 정상JLS는 76.2%로 ‘탁월’합니다.

       
      ▲ [그림 2] 주요 사교육 회사의 2008년 매출액 증감율(2007년 대비)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업체들은 선전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특목고 학원과 영어 학원들이 두드러집니다. 물론 경영을 잘 해서 그랬을 겁니다. 대형마트를 여기저기 세우는 것처럼 프랜차이즈를 확대하여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이라는 탄탄한 토양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증권가의 여러 보고서에서 초중학생과 영어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MB 수혜주’니 뭐니 꾸준히 언급했었는데, 역시 그랬나 봅니다.

    하긴 애널리스트가 아니더라도 일제고사, 국제중, 자사고, 영어몰입교육 등 MB 교육정책이 사교육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삼척동자라도 알았겠죠. 문제는 투자할 돈이 있느냐 없느냐 아니었을까요.

    반토막 펀드 만회하고 싶으시면…

    전망도 어둡지 않습니다. 일제고사는 힘으로라도 계속 밀어붙일 태세이고, 국제중 입시는 이미 한 차례 치렀고, 자율형 사립고 등 소위 ‘다양한 고교’ 300개는 올해부터 입시를 봅니다. 성적 경쟁, 영어 경쟁, 중학교와 고교 입시 경쟁 등 자양분이 충분히 공급될 예정입니다. 그러니 시장의 변화와 반대로 움직이지 않는 한, 사교육 업체들의 앞날은 밝습니다.

    현재의 경기침체 국면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정부가 도와주고 사교육비는 웬만하면 줄이지 않는다는 ‘비탄력적인 지출’이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문제는 역시 돈 아닐까요.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현 정부 들어 반토막난 펀드로 가슴 아팠겠지만, 그래도 절반 정도 남아있다면 뭔가를 모색할 수 있으니까요. 일단 국내외에서 어느 업체에 직접 투자했는지 보십시오. AIG가 아발론에 200억원을, 진대제펀드가 청담러닝에 164억원을 투자했다느니 하는 소식들을 통해 어디가 유망한지 가름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상장 이야기가 나오는 타임교육홀딩스와 아발론에 어떻게 해서든 투자하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직접 주식을 사든, 금융기관에서 사교육 펀드 신상품이 나오면 갈아타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투자 수익금이 생기면 자녀 사교육비로 일부 지출하고 말입니다. 물론 “사교육에서 돈 벌어 사교육시키기” 그림은 이명박 정부라서 가능한 겁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간혹 "주식 하냐"는 말을 듣습니다. 할 생각도 돈도 없습니다. 미국처럼 영리학교 주식이 상장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사교육 주식이 코스닥에서 거래되는 우리 상황에서 교육정책의 향배를 가름하기 위해 가끔 시장을 볼 뿐입니다.

    물론 교육을 살피는 일을 하면서 물가, 주식, 산업 동향 등도 보는 게 별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교육의 시장화란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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