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룩 간 빼먹는 최저임금 삭감 지침
    By 나난
        2009년 04월 08일 05: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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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법 개악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을 발표하며 기업들에게 이주노동자 임금 삭감 시행을 촉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주공동행동은 8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중앙회의 지침은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균등대우 원칙, 임금 전액불 지급 원칙, 일방적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등을 위반한 행위"라며 "사용자의 대변 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 기준을 제시한 것은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 이주공동행동이 8일 중소기업중앙회의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 방침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지난달 27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에 따르면 사업주가 기숙사·일반주택 및 이에 준하는 시설과 2끼의 식사를 제공할 경우 최저임금의 20%(180,800원)을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지침은 3월 30일 이후의 신규 도입 이주노동자와 근로 계약 갱신 이주노동자로 대상까지 명시하며 최저임금 수준 또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낮췄다.

    20만 원 공제하고 50~60만 원 벌이

    이주공동행동은 "이주노동자들은 잔업, 특근 등 근무외 수당이 거의 없는 상태로, 20여만 원의 숙식비 삭감은 50~60여만 원의 임금만을 지급하겠다는 말"이라며 "경제위기로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이주노동자에게서 생존권마저 박탈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지침이 발표된 지 채 한 달도 안 된 현재, 현장에서는 임금에서 숙식비를 공제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 장난감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A씨는 지난 3월 10만 원이 공제된 임금을 받았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 지침 발표가 나오자 공장이 A씨의 임금에서 숙식비를 공제한 것이다.

    월곡동에 소재한 떡집에서 일하는 네팔 노동자 B씨 역시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심지어 아침 11시까지 일하며 12시간이 넘는 야간노동을 했지만 그가 받은 임금은 최저임금 중 식대와 숙박비 10%를 제외한 약 85만 원이 전부다.

    윤선호 이주노조 상담소장(노무사)은 "현행 법체계상 최저임금법 개정 없이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지침 따위로 헌법상 요구되는 기본권을 박탈할 수 없음에도 이를 사용자들에게 권장한 것은 현행법상 명백한 범죄행위를 조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지침은 임금전액불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따라 노동력의 대가인 임금을 전액 지급해야 함에도 사용자가 임의로 숙식비를 공제하고 지급하는 건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노동조건에서의 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중소기업중앙회의 이번 조치는 이주노동자에게만 숙박비 및 식비를 공제한다는 것"으로 "이는 명백히 ILO 권고 111호 및 근로기준법,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등의 차별대우 금지 조항을 전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 전액지급 원칙 위반

    1958년 ILO는 고용 및 직업상차별대우에 관한 권고를 한 바 있다. ILO 권고 111호는 인종, 피부색, 성, 종교, 출신 국가와 사회적 추세 등에 기초한 모든 차별과 소외 또는 우선권으로서의 고용이나 직업에서의 기회와 대우의 균등성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를 차별대우로 규정, 어떤 이유에서도 불합리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법인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 차별금지조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외국인 근로자란 이유로 부당한 차별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영섭 이주노조 사무차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숙박비와 식비가 문제시된다면 정부에 건의해 정부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위험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게 하며 필요할 때마다 불러 일을 시켜놓고선 이제와 임금에서 숙식비를 공제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주공동행동은 5월 노동절에 앞서 오는 4월 26일 ‘이주노동자 메이데이’를 개최하고 중소기업중앙회의 최저임금 삭감 지침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을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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