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김상곤 후보 지지 선언
By mywank
    2009년 04월 07일 10: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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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중앙대 교수가 7일 오전 경기도 교육청에서 열린 기호 2번 김상곤 후보(한신대 교수)의 마지막 기자회견에 참석해, “김상곤 후보와 김진춘 후보가 내놓은 정책의 바탕에는 매우 깊은 교육철학의 차이가 깔려 있다”며 “그 차이는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아니라, 미래와 과거의 차이일 뿐”이라며 그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유권자이기도 한 진 교수는 “낡은 모델에 사로 잡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교육”이라며 “김진춘 후보는 ‘애국단체총협의회, 뉴라이트전국연합, 고엽제전우회, 특수임무수행자회 등 102개 단체가 지지를 선언했다’고 자랑스레 밝히는데, 교육의 미래를 저런 우익단체들의 시대착오적 관념에 맡겨 놓아야 할까”라고 비판했다.

   
  ▲진중권 교수 

그는 “보수우익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이 색깔 논쟁인데, 선거를 앞두고 현직 교육감인 김 모 후보가 김상곤 후보를 겨냥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며 “이것은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가 사용한 수법이고 이번 선거에서도 ‘허탈한 부조리가 반복되리라’는 우려를 자아내는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진 교수는 김진춘 후보 측에서 강조하는 ‘명박스러운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우리 교육의 발목을 사로잡고 있는 몇 가지 사회적 미신을 깨야 한다”며 “첫째는 ‘경쟁과 평등은 서로 대립되는 가치’라는 미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명박스러운 이들은 ‘경쟁이냐, 평등이냐’라고 물으며,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곤 한다”며 “하지만 핀란드를 비롯한 북구의 교육이 입증하듯이, 가장 평등한 교육이야말로 실은 가장 경쟁력이 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둘째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미신”이라며 “미학에서조차 폐기 처분된 18세기 천재론이 대한민국에서는 21세기 경영학의 노릇을 하고 있고, MB 교육철학의 핵심인 ‘엘리트 교육’의 바탕에 깔려 있다”며 “경제 발전은 몇 사람의 위대한 천재가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들의 능력이 조금씩 올라가는 만큼 발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셋째는 ‘시험성적이 곧 경쟁력’이라는 미신”이라며 “문제를 푸는 능력이 ‘문제해결’ 능력은 아니기 때문에, 명박스러운 이들이 주장하는 ‘경쟁력’이란 실은 21세기에는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낡은 경쟁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상곤 후보는 ‘유권자에게 드리는 글(☞전문 보기)’을 통해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저와 김진춘 후보가 오차범위에서 박빙의 승부를 다투고 있다”며 “이명박식 특권교육, 줄 세우기 교육, 대물림 교육과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드시 승리하여 학생, 학부모, 교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실타래처럼 꼬인 교육문제를 풀어내고,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새로운 공교육을 확립하겠다”며 “교육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고 말했다.

다음은 진중권 교수의 지지선언문 전문.

그는 내가 경기도민으로 사는 김포의 아파트로 경기도 교육감 선거공보물이 날아왔다.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기 위해 이리저리 뒤져보았다. 대강 경기교육희망연대에서 범도민 후보로 선정한 김상곤 후보에 맞서 몇몇 보수성향의 후보들이 난립하는 형국인가 보다. 이럴 때 보수우익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이 색깔 논쟁. 선거 4일을 앞두고 현직 교육감인 김모 후보가 김상곤 후보를 겨냥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김진춘 경기도교육감 후보(기호 4번) 쪽이 지난 4일 오후부터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김상곤 후보(기호 2번)를 겨냥해 ‘전교조 이념교육, 교육이 무너집니다’란 내용이 적힌 선거현수막을 거리에 내걸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 막판 4일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오마이뉴스 2009/04/05)

이것은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가 사용한 수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당선된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당선 직후 불법적인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나 법정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그는 교육감 자리를 내놔야 한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이게 뭐하는 짓인가? 게다가 귀중한 시간 쪼개 투표장에 나간 시민들의 어려운 발걸음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이번 선거에서도 이 허탈한 부조리가 반복되리라는 우려를 자아내는 징조들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그런 너절한 이념공세에 말려들 필요 없이, 차분하게 두 후보의 정책을 비교해 보자. 여기서 선거공약 하나하나를 다 살펴볼 수는 없다. 대체로 요약을 하자면, 김진춘 후보가 MB 정권의 교육정책에 비교적 충실히 발을 맞춘다면, 범도민 후보로 선정된 김상곤 후보는 그것을 ‘MB식 특권교육’이라 비판하며 21세기에 걸맞는 창의성 교육을 주장한다. 두 후보가 내놓은 정책의 바탕에는 실은 매우 깊은 교육철학의 차이가 깔려 있다. 내가 보기에 그 차이는 진보와 보수, 혹은 우파와 좌파의 차이가 아니라, 그냥 미래와 과거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우리 교육의 발목을 사로잡고 있는 몇 가지 사회적 미신을 깨야 한다. 첫째는 “경쟁과 평등은 서로 대립되는 가치”라는 미신이다. 명박스러운 이들은 ‘경쟁이냐, 평등이냐’라고 물으며, 그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곤 한다. 하지만 핀란드를 비롯한 북구의 교육이 입증하듯이, 가장 평등한 교육이야말로 실은 가장 경쟁력이 있는 교육이다. 이들이 세계 최고의 생활수준을 자랑하는 이들 나라가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사회주의적이라는 점을 보아도, 정의로운 사회야말로 효율적인 사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미신이다. 미학에서조차 폐기 처분된 이 18세기 천재론이 대한민국에서는 21세기 경제학과 경영학의 노릇을 하고 있다. MB 교육철학의 핵심인 ‘엘리트 교육’의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이 낭만주의적 천재론이다. 하지만 경제의 발전은 몇 사람의 위대한 천재가 아니라, 모든 경제 주체들 각자의 능력이 조금씩 올라가는 그만큼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엘리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도 실은 환경, 즉 그와 협력하는 동료인간들의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셋째는 “시험성적이 곧 경쟁력”이라는 미신이다. 문제를 푸는 능력이 ‘문제해결’ 능력은 아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문제 푸는 스킬만을 익힌 학생들은 답안지를 작성하는 데에는 능할지 몰라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창의성이 곧 생산력이 되는 21세기에 더 중요한 능력은 바로 ‘문제제기’의 능력. 이는 주어진 문제의 답안을 작성하는 능력과는 애초에 차원이 다른 능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명박스러운 이들이 주장하는 ‘경쟁력’이란 실은 21세기에는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낡은 경쟁력일 뿐이다.

OECD 국가들의 교육성취도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핀란드 바로 아래에 한국이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자료에서 곧바로 한국이 세계에서 교육성취도 2위라는 결론으로 비약해서는 안 된다. 서구의 아이들은 놀 거 다 놀면서 공부하는 반면, 우리의 아이들은 생활 전체를 입시공부에 바쳐가며 온갖 경로를 통해 시험 문제를 푸는 스킬을 익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까지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쳐도, 대학에 들어오면 이제 혼자 공부를 해야 한다. 바로 이 시점부터 교육 경쟁력 세계 2위의 허상은 무참하게 깨지기 시작한다.

그 자료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학생들이 성적은 높을지 몰라도 학습의욕은 세계에서 가장 떨어진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어떤 나라에서는 ‘선행학습’을 강력히 금지시킨다고 들었다. 애들이 미리 알고 교실에 들어오면, 수업에 의욕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란다. 지식경제의 사회에서 공부라는 것은 평생을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공부는 누가 강제로 시켜서 될 일이 아니라, 결국 승부는 학습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얼마나 의욕과 흥미를 갖고 열심히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성적만 높고 의욕은 없다는 것은 국가의 교육경쟁력을 위해 매우 위험한 시그널이 아닐 수 없다. 한 마디로, 이명박 교육철학은, 다른 모든 영역에서도 그렇듯이, 학생들을 학습의 ‘주체’로 만드는 게 아니라, (강제) 학습의 ‘대상’으로 만드는 데에 그 본질이 있다. 이런 모델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근대화 초기에는 어느 정도 효율적일 수 있었을지 몰라도, 창의력과 상상력이 곧 생산력이 되는 디지털 지식경제 시대에는 이미 퇴물이 되어 버린 낡은 패러다임일 뿐이다.

그런 낡은 모델에 사로 잡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교육이다. 아니, 그것은 이명박 정권 하의 한국 사회 전체의 상황인지도 모른다. 그 단체들의 이름만 봐도 이 나라 교육의 장래가 걱정된다. 경제의 형태가 바뀌면, 그것을 운영하는 주체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 주체를 길러내는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듣자 하니 현교육감인 김진춘 후보는 “애국단체총협의회, 뉴라이트전국연합, 고엽제전우회, 자유교육연합, 특수임무수행자회 등 102개 단체가 지지를 선언했다”고 자랑스레 밝혔다고 한다. 한국 교육의 미래를 저런 우익 단체들의 시대착오적 관념에 맡겨 놓아야 할까?

이것이 내가 경기도민으로서 기호 2번 김상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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