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대에 오른 강기갑-노회찬 리더십
        2009년 04월 04일 08: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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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다 온 듯싶다. 단일화할 바에 뭐하러 갈라섰냐는 비아냥도 있었고, 단일화 못하면 공멸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MB를 이긴 진보’라는 것의 정치적 의미가 상당하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약체 보수 야당이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더욱 그렇다. 

    MB를 누른 진보가 되기 위해

    오늘(4일) 강기갑, 노회찬 두 대표의 울산 단독회담에서 단일화에 합의를 이룰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합의가 되든, 결렬이 되든 그 결과는 당장의 북구 4월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두 당 사이의 중장기적 관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24일 울산에서 만난 양당 지도부 및 북구 후보.  

    ‘진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다른 정당 사이에 후보단일화가 쉬운 작업일 리가 없다. 양당이 내세우고 있는 단일화 협상의 명분은 같았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강점을 최대화하고 상대방 강점을 최소화하는 것은 협상의 기본 원칙이기 떄문이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계급 중심성을 앞세워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를 초기부터 밀어붙였고, 진보신당은 비정규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별도의 단위로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주민투표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소극적인 반면 진보신당은 적극적이었다.

    협상 과정에서 총투표-비정규직-주민이라는 3개 범주에 합의를 했으나, 김창현 후보의 50 대 50 제안이 나오면서 다시 비정규직의 ‘명시적 언급’ 문제가 쟁점으로 재부상됐다. 서로 이해 득실보다 원칙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양당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이 “비정규직을 볼모로 잡고 여론조사의 비율을 늘리고자 한다”는 비판을 쏟아냈고,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이 “합의를 전제로 하고 있음에도 조합원 총투표 참여만 강조하고 독촉하면서, 비정규직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지는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공방과 진전

    하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공방전이 전개되는 와중에 양당의 협상은 진전을 이뤘다. 민주노동당은 ‘80-20’에서 ‘50-50’까지 왔고, 진보신당은 ‘30-30-40’에서 ‘35-35-30’까지 왔다. 민주노동당 안을 진보신당 식으로 바꾸면 ‘45-20-35’가 된다.

    여기까지 왔는데, 대표들이 만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어느 쪽이든 애초부터 단일화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핑계와 이유를 대면서 서로를 비난하겠지만, 진보정당 전체가 치명적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강기갑, 노회찬 대표는 연이어 “반드시 후보단일화를 이루겠다”며 대국민선언 수준의 약속을 했다. <조선일보>는 벌써부터 “유권자들은 이해하기도 힘든 숫자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며 “좌우 대립만큼 심한 좌좌대립”이라고 조롱했다

    양당 내부에서는 이번 후보단일화 협상이 결렬되고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불어오는 후폭풍은 2010년 지방선거는 물론 그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보다 서로를 더 ‘증오’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기갑-노회찬 리더십 시험대에

    다행히 양당의 대표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라도 단일화해야 한다는 심정”이라고 밝힌 강 대표의 말도, “미룰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밝힌 노회찬 대표의 말도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이제 두 대표는 당과 일반 국민들 앞에 지도력의 시험대에 올랐다. 강 대표는 단일화 과정에서 중앙당과 당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주변의 생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노 대표의 경우 신임 대표로서 주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보정당에서는 보기 드물게 두 리더의 결단과 지도력에 당원들은 물론 국민들의 관심도 집중되는 상황을 전개되고 있다. 토요일 오후의 멋진 소식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두 대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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