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짜장면 4시간 먹느라 그랬다, 왜?"
        2009년 04월 13일 07: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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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일 오전 11시경. 나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09 서울모터쇼’ 개막식장 앞에서 금속노조 비정규투본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 직후 일산경찰서로 연행되었다가 6일 저녁 8시경 경찰의 영장청구가 기각되어 석방되었다.

    해고 광풍과 비정규직

    경제위기라고 GM대우에서는 900여명의 비정규직이 4월 8일 기약없는 휴직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다. 말이 휴직이지 기한이 없으니 사실상 해고다. 쌍용자동차에서는 3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미 해고 혹은 강제휴직에 들어갔고, 현대자동차 울산에서는 360여명의 노동자들이 폐업으로 해고되었다. 아산공장에서는 13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정리해고 하겠다고 회사가 입장을 발표했다.

       
      ▲ 4월 9일 인권위 앞.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6일 ‘2009 서울모터쇼’ 개막식장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연행한 일산경찰서를 규탄하고 있다.(사진=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한편 국내 자동차 완성차 중 유일하게 증산계획을 갖고 있는 동희오토에서는 기아자동차 모닝을 위탁생산하는데 100%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해 폐업과 계약해지를 반복하며 노동조합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을 자행해 왔고 올들어서만 이미 25명이 해고되었다.

    기자회견 말미에 퍼포먼스를 했다. 자동차 모터쇼에서 모닝 위로 흐른것은 소의 피가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 내가슴에 흐르는 피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그랬는데, 기자회견을 끝내고 주차장으로 가다가 쓰레기처럼 치워졌다.

    집에 가는 길을 왜 막느냐는 항의에 대답없이 “전원 연행해.” 소리만 들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시간에 한승수 국무총리가 와서 그랬단다. 하!

    일산경찰의 무식함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도 당당하다. 연행 과정에 두 명의 조합원이 실신해서 병원으로 실려갔다. 사지를 경찰에게 잡혀 길바닥에 질질 끌려 강제로 차에 태워져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데, 2003년 사내하청지회 만들어진 후 불가피하게 여러차례 경찰조사를 받아 봤지만 이렇게 시종일관 나를 경멸하고 조롱하며 비웃는 경찰은 처음이다.

    사내하청과 산해한정

    더욱이 한차례 조사를 끝낸후 출력해서 확인하라고 조사한 종이를 주는데 기가 찬다.

    ‘권수정.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산해한정지회 조합원’

    펜을 들고 ‘산해한정’을 ‘사내하청’이라고 고치며 화가 난다. 너는 뉴스도 안 보냐. 아무리 시사에 관심이 없어도 그렇지. 조사 과정에 있었던 질문과 답이 통째로 없어지기도 하고, 내가 답한 것과 다른 답이 적혀 있기도 하고, 일일이 펜으로 수정한 후 다시 컴퓨터로 작업해서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는데 안 된단다.

    자기가 작성한 원본에 내가 펜으로 수정한 것을 그대로 제출하겠다며 지문날인 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경우도 처음이다. “내가 펜으로 수정한것 다시 타자해서 출력하지 않으면 무인찍지 않겠습니다.”

    나를 조사했던 ‘경00’ 이라는 여경은 킨텍스 앞에서 우리를 연행할 때 기륭전자 조합원의 목을 졸랐던 사람이다. 그렇게 폭력적으로 쓰레기 치우듯이 우리를 연행하고도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다는 듯이 씩씩거리고 조롱하며 나를 조사한다. 나를 불법폭력 연행하고, 비웃고 조롱하는 당신은 경찰인가, 깡패인가? 새벽 한시쯤 유치장에 갇혔다.

    다음날 아침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병원에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오후에 보내준다고 했다. 오후가 되었다. 3시에 보내준다고 했다. 3시가 되었다. 4시에 보내준단다. 4시가 되었더니 못 간단다. 왜 병원에 보내주지 않냐고, 사람을 연행해도 몸이 아픈 사람은 병원에 보내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쓰레기를 집어던지고 창살을 두드렸다. 책임자가 와서 해명하고, 사과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은갈치와 팀장

    5시쯤 은색 양복을 입은 경찰이 전경들과 함께 들어와 병원에 가자고 한다. 하루 종일 뭘하다 이제야 갈수있느냐고 했더니 이 경찰 뭐가 재밌는지 웃으며 말한다. “짜장면 4시간 먹느라고 그랬다. 왜?”

    병원에 가는 것을 거부하고, 식사도 거부했다. 오후 6시쯤, 지능범죄수사팀 팀장이 와서 책임자로서 사과했다. 은갈치도 사과했다. 짜장면 4시간 먹느라고 병원 보내줄 시간이 없었다는 은색 양복을 입은 경찰은 이름이 뭐냐고 물어도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함께 연행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를 ‘은갈치’라고 불렀다. 경찰서 안에서 병원 가는 문제로 항의과정에서 벌어진 일체의 행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묻지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

    6일,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해 실질 심사를 받는데 검사가 말한다.
    “권수정씨는 경찰서 안에서 소란을 일으킨 주동으로 공무집행방해를 추가할 것입니다.”

    이번 서울모터쇼의 주제가 ‘아름다운 기술, 놀라운 디자인’이다. 자동차 자본에게 기술이 아름답고 디자인이 놀라울 때, 귀하고 높으신 한승수 국무총리를 위해 쓰레기처럼 치워지며 폭행당하는 내 신세가 초라해 놀랍다.

    깡패처럼 나에게 불법폭력을 저지르고도, 아무렴 짜장면을 4시간이나 먹었을까. 그렇게 조롱해도 된다고 경찰이 함부로 말하는 내 처지가 슬프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가 모닝 위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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