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평준화로 허리휠 지경”
    By mywank
        2009년 04월 03일 03: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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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도 자꾸 바뀌니까 저희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럽죠. 교육감은 정치와 거리가 먼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거리에 파란색, 노란색 선거현수막이 걸려있는데, 꼭 ‘정치인 선거’ 를 보는 것 같아요.”

    3일 오전 안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벌어진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후보(한신대 교수)의 유세를 지켜보던 박구일 씨(상인)가 던질 말이다. 김 후보는 임종인 전 국회의원과 함께 시장을 돌며 자신을 ‘범민주 단일후보’, ‘범야권 단일후보’라고 소개했지만, 상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교육감, 정치와 거리 먼 사람돼야" 

    또 연두색 자켓을 입고 노란색 선거홍보물을 나눠주던 김 후보에 대해, 한 상인은 “혹시 정당에서 나온 분 아니냐”고 기자에게 물은 뒤, “정치인이나 교육감이나 다 똑같은 사람 같다”며 불만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김상곤 후보가 임종인 전 의원과 함께, 3일 오전 안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 대형마트 앞에서 지역시민에게 선거홍보물을 건네고 있는 김 후보 (사진=손기영 기자)  

    지난달 경기희망교육연대의 ‘범민주 단일후보’로 선출된 김상곤 후보는 이번 경기교육감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MB 대 반MB’ 전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오히려 이날 만난 안산시민들의 관심은 지역의 교육현안인 ‘고교 평준화’ 문제였다. 경기도 안산은 의정부, 광명과 함께 경기도에서 비평준화가 시행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비평준화 이후 발생된 사교육비 부담과 경쟁 교육 등으로 이곳 주민들의 불만은 상당했다.

    지역주민들, 고교 비평준화 불만

    한 대형마트 앞에서 만난 정영환 씨는 “둘째 아이가 작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며 “그래서 할 수 없이 학원에 보냈는데, 아이가 매일 밤 10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오고, 너무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산에 있는 좋은 고등학교에 가려면, 과외는 기본적으로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앞으로 고등학교 평준화가 빨리 시행돼야, 학부모나 아이들이 고생을 덜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이 ‘기호 2번’을 알리는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사진=손기영 기자 

    김종순 씨는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 보통 중학교 때부터 사교육비가 많이 들고, 초등학교 때부터 고입준비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저도 지금 대학에 다니는 아이 둘이 있는데, 중학교 때 매달 150만 원 정도는 학원비 등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적인 수준이 높은 곳도 아닌데, 고교 비평준화 때문에 가계소득 중에서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비평준화 때문에 학부모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곤, 평준화-과밀학급 해결 약속

    남미선 씨는 “안산은 고등학교 이름만 대면,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의 성적 수준을 알 수 있다”며 “좋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의 학부모들은 아이가 어떤 학교에 다니는지 떳떳하게 말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학부모들 사이에 경쟁심리가 생겨, 사교육에 돈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안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유세를 마친 김상곤 후보는 오전 11시 안산시청 2층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주민들에게 고교 평준화 시행과 과밀학급 문제 해결 등을 약속했다.

       
      ▲3일 안산시민 1,700여 명은 김상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손기영 기자)  

    김 후보는 “고교 평준화를 찬성하지 않는 분들은 ‘평준화가 학력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안산은 고교평준화를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고 지역주민들의 열망도 높은 곳이기 때문에, 평준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급당 학생수가 25명 이하, 전체 5개 학급으로 구성된 ‘혁신학교’ 설립으로 안산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이곳에서 열정적으로 일할 학교장을 공모형태로 모집하고,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장이 ‘공동체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산시민 1,700여 명 지지선언

    이에 앞서 안산지역 시민 1,700여 명은 오전 10시 반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상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안산 교육의 미래는 고교평준화로부터 시작한다”며 “비평준화로 인해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이 입시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또 과밀학급 문제 등 안산의 교육환경은 경기도에서 가장 열악한 곳 중의 하나”라며 “우리는 교육의 종합병동과 같은 안산과 경기도의 교육현실을 과감하게 개혁할 수 있는 후보인 기호 2번 김상곤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안산지역 유세를 마친 김상곤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 시흥으로 이동해,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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