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무슨 관계?
        2009년 04월 03일 10: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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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2일은 물의 날이었다. 때마침 당일에는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비가 내려 강원도를 비롯한 가뭄으로 고통 받는 지역에서 조금이나마 해갈이 되길 빌었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물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강수패턴이 불규칙해짐에 따라서 과거처럼 기우제를 통해 신에게 비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으로 고질화된 문제가 되었는데 이에 대한 해결은 과학적인 예측에 기반한 물의 수요와 공급방식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있어서는 필자와 비슷해 보인다. 가령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추진배경으로 “최근 지구온난화 등으로 홍수 및 가뭄 피해가 빈발함에 따라 근원적인 대책 마련 필요”하다면서 근자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그러하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필자와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방식은 다른듯하다. 대체 기후변화와 4대강 살기기 사업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내용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지구 온난화로 촉발된 홍수와 가뭄해결책은 “「물부족국가」인 우리나라는 ’11년 약 8억㎥의 물부족이 예상되나 다목적댐 건설 반대로 가뭄때 마다 제한급수 등 피해 발생”한다면서 다목적댐 건설이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

    과연 다목적댐 건설로 지구 온난화에 대비할 수 있는가? 여기서 지난 2000년에 설립되어 최근까지 지속가능한 발전과업을 수행했었던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이하 지속위)의 한 보고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6년 지속위에서 발간된 <국가지속가능발전전략및이행계획(Ⅰ)>에서는 그간 정부의 물정책을 검토하였다. 보고서는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의 ‘11년 18억톤 물부족, 댐건설 필요주장’과 이러한 건교부의 물부족론은 과장이기 때문에 추가 댐건설은 불필요하다는 환경시민단체의 주장을 균형 있게 정리하고서, 결론적으로 ‘댐개발에서 댐관리’로의 정책전환이 필요함을 제언했다.

    이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핵심인 댐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토건지향성과 정면충돌한다. 정부와 대척점에 있을 환경시민단체에서 나온 보고서도 아니고 다름 아닌 바로 대통령 자문기구에서 제출된 문건임에도 불구하고 묵살된 것이다.

    앞으로 지속위가 녹색성장위원회(이하 녹색위)에 편입된 이후에도 이러한 논조의 보고서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특히나 최근 지속위가 그 규모가 축소되고, 녹색위로 편입된 사건을 통해서 지속위가 이명박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지난 겨울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강원도에서 겪고 있는 물 부족 사태에 대한 대책 또한 이 보고서에는 방안이 밝혀져 있다. “대규모댐 건설보다 소규모댐, 식수용저수지, 대체수자원 등 물부족 지역특성에 맞는 환경친화적 수자원 개발이 필요”하다. 요컨대 정부가 지속위의 고언을 들었다면 이번 물사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이지만, 정부의 의지에 따라서는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던 인재였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자료의 내용을 정리하면, 정부가 기후변화의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은 담겨있지 않았으며, 고작 다목적댐 등을 비롯한 갖가지 크기의 댐을 만들어 기후변화로 야기될 홍수와 가뭄에 사후적으로 대처하자는 주장으로 요약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은 지속위에서 발간된 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댐건설은 그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 났다. 최소한 형식상으로나마 정부는 기후변화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의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앞세운 만큼 그 주장의 증거를 밝히고 있는데, 그것은 아래와 같이 한 줄로 간단히 언급됐을 뿐이다.

    “태양광 및 소수력 발전으로 신재생에너지 생산, 생태습지 및 하천숲 등과 함께 CO2를 저감”

    지난해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와 창원에서 개최된 람사회의에서 학자들과 환경단체들로부터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기존 습지들을 파괴할 거라는 따가운 지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태습지 또는 하천숲 등의 낯 뜨거운 사후약방문을 언급하고 있는 그 철면피가 신기하다. 어쨌거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기후변화에 대한 “근원적 대책”이라고 말하면서까지 잔뜩 부풀리고서는 고작 이 한 줄을 언급하여 맥이 빠졌다.

    결국 국토해양부 발표 자료의 핵심은 기후변화 뒤에 끼워진 “침체된 실물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하천정비 등 SOC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신규 일자리창출 및 내수진작을 도모”하고, “또한 하천을 이용한 다양한 수상레져 ․ 문화활동 공간 및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 기반 마련 필요”하다면서 결국 4대강 살리기가 “신규 취업 19만명 창출 및 23조원의 생산유발효과 발생 등 한국판 녹색뉴딜 정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추진이 주목적인 듯싶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가 최근에 정부가 강조하는 기후변화와 4대강 살리기 간에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을 듣고서, 필자도 과연 상관이 없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그래도 최소한 정부 산하의 씽크탱크들이 동원되었으니 그럴싸한 논리는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추측이었다.

    그러나 이 추측은 그야말로 ‘오버’였다. 이젠 세련된 논리를 만들기도 포기한 듯싶다. 기후변화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보기에도 결국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에서 ‘녹색’이 콘크리트를 위장하는 보호색이 된 것처럼, 4대강 살리기 아니 4대강 죽이기를 위한 콘크리트를 가려주는 또 하나의 녹색으로 기후변화가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봄 같지 않은 봄을 보내면서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는 지금,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마저 정부의 정책추진에 의해 왜곡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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