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 내부의 '위험인물'이 되라
    2009년 04월 03일 09: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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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 연일 신문지상을 화려하게 장식한 민주노총의 ‘성폭력 사건’과 소위 ‘민주노총 충격보고서’는 단순한 비리사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우리들을 ‘귀족노조’라고 칭하는 것을 넘어서, ‘부패노조’와 ‘섹스노조’라고 조롱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정파간 폭력으로 얼룩졌던 2005년 1월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위기의 근본

민주노총, 아니 민주노조운동이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인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상황에 대한 심각성은 이곳 저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민주노총의 혁신토론회’에서 표현되고 있다.

이념과 노선의 상실, 조합원의 보수화와 탈계급화, 산별노조운동의 좌초, 비정규직문제의 소극적 대응, 노동정치의 분열과 갈등 등 다양한 원인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난 20년간 지속된 민주노조운동의 본류인 정파운동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는 정파운동의 위기이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민주노조운동의 총체적인 무력화 상황의 이면에는 정파운동의 고질적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이는 민주노총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별연맹과 노조, 더 나아가 대공장 사업장에까지 뿌리깊게 남아있는 문제이다. 단순히 정파운동의 순기능을 회복하고 역기능을 해소하면 된다고 치부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노조운동의 핵심적 의사결정이 공조직 외부에서 이루어지고 공조직은 그 결정을 관철하는 통로가 악용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파는 본래의 의미를 잃고 사실상 노조권력의 경쟁을 위한 인맥조직으로 작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히 현재 ‘정파다운’ 정파는 존재하지 않으며, 소위 ‘패밀리’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자리 독식, 평가 실종, 결정과 집행의 분리

이념과 노선에 기반한 실천적 대안을 생산하고 이를 현장투쟁에 적용하고 있는 정파가 과연 존재하는가? 오히려 정파간 경쟁으로 인해 공조직의 거의 모든 수준에서 집행권을 장악한 한 정파가 타 정파를 배제하고 주요 직책을 독식하고 있는 관행, 정책사업과 그 결과에 따라 평가받는 기풍의 실종, 의사결정과 집행활동의 무책임한 분리, 정책능력이나 실무능력과 상관없는 인사관행과 그로 인한 집행능력의 저하 등은 본질적으로 정파운동의 해악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파의 재구성과 연합, 정파등록제 등과 같은 방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중조직이라는 조직특성상 노동조합이 이런 방식의 해결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문제의식을 가진 활동가들은 정파운동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의견과 지향을 논의와 실천속에서 확인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공조직의 본원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많은 이들이 정파에 뿌리를 두고 파생된 이러한 문제점들은 결국 정파를 구속하는 민주적 조직문화의 회복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아래로부터의 조합원 참여, 숙의, 혹은 심의민주주의의 조직문화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관행과 관성의 해소는 정파 스스로 자기해체적 혁신과정이 동반되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사람의 문제이다. 각 정파에 소속된 ‘건강한’ 활동가그룹이 민주노조운동의 구조적 문제와 위기상황이 자신의 문제이고 위기란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정파 스스로의 자기혁신과 전환을 내부에서부터 제기하고 투쟁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는 활동가로 하여금 정파 내부의 ‘위험인물’이 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뉴스레터 6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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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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