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그룹 145조 이익잉여금은 어디에?
    By 나난
        2009년 04월 02일 03: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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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10대 재벌은 사내유보금으로 약 17조 2천억, 이익잉여금으로 145조 5천억,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을 47조 6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위원장 정갑득)가 2일 10대 재벌의 9년치(2000년~2008년)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한 사내유보금, 이익잉여금, 현금성자산 등의 자본축적지표를 분석 발표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2000년부터 한국의 재벌(기업집단)은 엄청난 규모의 사내유보금을 축적해왔다. 10대 그룹의 순위가 약간의 변동을 보이긴 하지만, 현대차, 삼성, SK, LG, 롯데, 한진, 한화 등의 사내유보금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 사진=이은영 기자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2000년 약 6조 7천억에 불과하던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2007년 23조에 이르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경우 2007년 현재 약 2조 7천억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 사진=금속노조 정책연구원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원장 공계진)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 비중이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여타 대기업에 비해 유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9월말 현재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787.13%로 전년에 비해 67.07% 증가했다.

    특히 삼성과 현대의 유보율이 월등히 높고, 대부분 평균 1000%를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는 10대 대기업들의 이익이 급증함에 따라 잉여금 규모가 자본금의 10배를 웃돌 만큼 자금 여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10대 그룹 주요 상장기업의 현금성자산(=현금+단기금융상품 등)을 살펴보면, 2008년 말 현재 78개 상장기업은 총 47조 6천억 정도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07년 말 현금성자산 37조 2천억에 비해 약 10조 원 이상 증가한 것.

    이에 이상호 연구위원은 "10대 그룹 주요 상장기업들은 지난 2008년의 경우 사내유보금의 2.7배 이상의 현금성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 비금융기업의 경우 2000년 2조 2천9백억을 시작으로 해마다 3조 원에서 4조 5천억 정도의 영업이익을 저축해 왔다. 사내유보금 역시 해마다 적게는 1조 5백억에서 많게는 4조 6천억에 이른다. 자세히 살펴보면 현대차그룹 주요 비금융기업의 2000년 매출액 총액은 35조 9천6백억 정도였으나, 2007년 말의 매출액 총액은 79조 1천억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매출 총액을 노동자 1인당 매출액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2000년 노동자 1인당 매출액이 3억 9천6백억 원이었던 것이 2007년 1인당 6억 8천9백억으로, 지난 7년간 노동자 1인당 2억 9천3백억씩 매출을 늘렸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금속노조 정책연구원

    한편 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주요 비금융기업의 고용계수는 2000년 매출액 10억 원으로 2.52명을 고용하던 것이 2007년에는 매출액 10억 원으로 1.45명으로 뚜렷이 감소했다.

    이에 이 연구위원은 "자금 여력에도 불구하고 재벌대기업은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무분별한 사업영역의 확대는 물론, 외주화와 비정규직 투입, 협력업체에 대한 무책임한 단가인하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며 "이익잉여금의 경우 기업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누적해 온 자금이기 때문에 일정비율을 사회공헌적 차원에서 출연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10대 그룹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을 2008년 현재 무려 47조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연구위원의 ‘사회적 출연방안’은 그리 무리도 아니다.

    이번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2008년 현재 10대 그룹 주요 상장기업의 이익잉여금과 현금성자산이 대규모인 만큼 이 중의 일부라도 재투자될 경우 직간접적인 고용창출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산업 고용유발계수(10억 원당 9.9명)에 근거할 때, 10대 그룹 상장기업(78개사)의 이익잉여금 총액의 1/3에도 못 미치는 현금성자산 총액분(47조 6천억, 2008년 말 기준)으로 47만 1,240명의 신규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 외 10대 그룹 상장기업이 지난 1년간 사내에 축적한 사내유보금 17조 2천억을 재투자하더라도, 적어도 17만 280명의 신규 고용창출이 가능하다.

    이에 금속노조는 10대 그룹의 자본집중과 집적이 인건비 절감, 협력업체에 대한 단가인하와 외주화, 비정규직의 투입 등으로 인한 부가가치창출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의 고용안정기금, 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상생협력기금, 지역사회의 사회문화복지시설에 대한 사회연대기금 등으로 사회적 출연방안을 모색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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