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압적 ‘일제고사’는 답이 아니다
        2009년 04월 02일 10: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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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에 이어 또 다시 일제고사 문제로 학교가 시끄럽다.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현장 학습을 시키려는 양심적인 교사들과 이에 동조한 학부모들은 다시 대량 징계와 교문을 붙잡고 우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 같다.

    또한, 일제고사 참가율로 교장의 승진 여부와 인사 평가를 하려는 교육 당국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보내고, 학생들에게는 일제고사에 참여하도록 강압적인 조회를 해야 하는 다수 교사들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이다.

    과연 일제고사를 통해 학생들 간의 경쟁을 더 부추긴다고 교육의 수월성이 보장되고 국가의 교육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인지, 또 일제고사를 반대한다고 해서 이것만으로 우리나라의 현실 교육 여건에서 창의성 있는 교육이 보장될 것인지, 양 측 모두에게 물어 보고 싶다.

    사교육 증가와 교육불평등 부추길 것

    먼저, 이 사안에 대해서는 원인 제공자의 잘못을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 국가의 교육 경쟁력 강화와 학업 성취도 제고는 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대학 입시로 이후의 인생이 결정되는 경제사회제도 전반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 일제고사를 통해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들 간의 경쟁을 더 격화시킨다고 해서 달성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 교육의 격화는 사교육비의 증가와 교육 불평등의 대물림만 유발할 뿐이다.

    최근 발표된 한국은행 국민소득 계정의 ‘가계 목적별 최종 소비지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지출한 교육비 규모가 사상 최대인 39조 8,771억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고, ‘사교육비’ 명목으로 쓰인 돈은 약 19조원으로 가계가 직접 지출한 전체 교육비 지출액의 절반을 차지하였다.

    통계청의 추계인구(1,667만 3,162 가구)를 기준으로, 가구당 239만 2,000원씩을 교육비로 직접 지출하였으며, 교육비 지출액은 전체 가계 소비 지출액(534조 4,989억 원)의 7.5%에 이르렀다.

    PISA 평가에서 가장 높은 교육 경쟁력을 보이는 국가인 핀란드는 교육재정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 정도이며, 사교육이 아예 없다. 우리나라는 교육재정이 국내총생산의 3.5%에도 못 미친다.

    핀란드보다 더 많은 교육비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계가 직접 부담하는 교육비 지출이 GDP의 4%다. 이 둘을 합하면 7.5%다. 우리나라는 핀란드보다 GDP 대비 국민교육비의 비중이 더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핀란드보다 교육에 돈은 더 많이 사용하면서도 교육의 결과는 형편없는 것이다. 역시 문제는 사교육에 있는 것이다. 해마다 치솟는 사교육비로 인해 교육의 거시적 효율성은 낮고, 공교육은 피폐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경쟁력이 낮은 것은 학생들 간의 경쟁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부족해서가 아니고, 대학입시의 경쟁이 덜 치열해서가 아니라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이 분명하지 않은가? 문제는 아무리 치열한 경쟁을 하여도 국내에서 가고 싶은 명문대학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어 누군가는 탈락을 하고, 열등감과 차별 속에서 남은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유명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잡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엄청나게 열등한 조건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심각한 양극화 체제, 격차 사회가 온존되는 한, 우리나라의 고질적 교육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경제사회의 조건에서 우리나라는 핀란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들은 복지국가이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격차가 작은 통합적 사회이기 때문에 ‘살벌한 경쟁 교육’ 보다는 ‘교육에서의 협력과 조화로운 경쟁’이 가능하고, 창의적 교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장만능주의 경제사회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사교육을 줄이자고 외치는 것은 아무런 소득도 거두지 못할 것이며, 반대로 경쟁 교육을 외치며 강압적인 ‘일제고사’를 강행하는 것도 고통과 비용만 증대시키는 부질없는 짓이다. 이것은 해법이 아니다.

    북유럽 교육에서 배우자

    우리사회의 시장만능주의 양극화 성장체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가운데,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재원의 투입과 교육체계의 혁신적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이 더 이상 사교육에 의존해야 할 근원적 필요성이 없어지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사교육과 경쟁 교육의 병폐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이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세계적인 경제난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나는 길을 ‘교육에 대한 획기적 정부 투자’를 통해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청와대와 정부가 지금에라도 당장 강압적인 ‘일제고사’ 놀음에서 벗어나 공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할 것을, 그리고 핀란드와 스웨덴의 경험으로부터 최소한의 교훈이라도 배울 것을 요구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적은 인구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5만 불 이상의 국민소득을 올리며,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복지국가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나라의 우수한 교육제도가 만들어내는 첨단기술과 지속적인 성장 동력의 창출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보장과 교육체계 속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창의력 있는 인재들이 양성되고 또, 모여들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들에 의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이 나온다는 역사적인 경험은 우리에게도 매우 귀중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3월 26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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