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거부 교사 감금당해
OMR 카드, 듣기파일 사전 유출
By mywank
    2009년 03월 31일 02: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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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치러진 31일, 일선 학교에서 불복종 운동을 벌인 교사들의 출근을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하고, 체험학습을 신청한 학생, 학부모들을 회유 협박한 사례가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1교시 국어시험 OMR 카드가 사전에 유출되고, 지난 27일 일선학교 교사들에게 4~6학년 영어듣기평가 파일이 미리 배포되는 등 시험 관리감독 역시 허술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거부하고 서울시교육청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지난 30일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변성호)가 공개한 ‘불복종 선언 실천교사’ 명단에 포함되었던 서울 우장초등학교의 박진보 교사는 이날 오전 시험 감독을 위해 학교로 행했지만, 학교 측에 의해 출근을 저지당했다.

박 교사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아침 8시 20분쯤 학교에 도착했는데, 1층 현관에서 퇴임경찰들로 구성된 ‘배움터 지킴이’와 학부형 20여 명이 길목을 가로막았다”며 “이에 항의하자 저를 넘어뜨린 뒤, 강제로 사지를 들고 교장실 앞으로 끌고 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들은 교장실 부근 복도에 설치된 방화문 셔터를 내려 저를 1시간 가까이 감금했다”며 “이후 경찰에 신고했지만, 학교로 출동한 경찰관들도 ‘고소하려면 고소하라’고 말하며 감금된 저를 그대로 방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후 학교장으로부터 경고장을 받고 풀려나기는 했지만, 아이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은 것 자체가 야만적이었다”며 “이렇게 통제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치러지는 일제고사는 아이들의 발전을 위한 교육방식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쟁’이라는 글씨 주변에 ‘오답선언’에 동참한 학생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역시 ‘불복종 선언 실천교사’ 명단에 포함되었던 서울 금호초등학교의 박세영 교사도 이날 오전 학교장에 의해 교실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어제 밤에 교감선생님한테서 ‘시험감독을 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고, 오늘 학교 측으로부터 옆 반에서 맡기로 한 시험감독을 제지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잠깐 저희 반 교실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교장, 교감선생님이 나타나 ‘교실을 나가달라’고 요구해,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이유 없이 쫓겨난 것 같아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오전 9시 반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국민의 염원과 교육주체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교사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이들의 비민주적인 탄압은 결코 일제고사 폐지의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오히려 더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참교육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학부모회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일제고사폐지전국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이날 오전 경기도 여주 신륵사로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체험학습을 신청한 학생 학부모에 대한 학교 측의 회유 협박 사례를 공개했다.

   
  ▲회견을 마친 학생들이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시민모임은 전북의 한 중학교 사례를 소개하며 “교장이 체험학습을 신청한 한 학생을 직접 불러서 면담을 했고 이 자리에서 학생이 ‘전주로 현장체험을 가겠다’고 말하자, ‘그럼 전주로 전학가면 되겠네’, ‘이러면 담임선생님에게 찍힌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 학부형은 담임교사와 통화에서 체험학습을 떠나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후 담임은 교감선생님과 통화를 요구했다”며 “통화를 마친 교감 역시 이 문제에 대해 학교장과 통화하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 또한 학교에서 하루 종일 담임교사, 교감, 학교장과 면담에 시달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또 경기도의 한 중학교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지만, 담임교사는 ‘무단결석 처리가 되면 고등학교 진학하는 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며 “결국 그 학생은 체험학습을 포기했고, ‘무단결석 방침에 아이가 상처를 받은 것 같다’고 학부모는 말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교과학습 진단평가’에서 허술한 시험관리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시험에 사용되는 OMR 카드를 복사해, 사전에 학생들에게 연습용으로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과학습 진단평가’ OMR 카드를 복사해, 학생들에게 ‘연습용’으로 나눠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 OMR 카드 주관식 29번 답안을 적는 공란(문제와 해당답안을 줄로 잇게 함)에는 ‘우유 좀 사오너라’, ‘날씨가 참 따뜻하구나’ 등의 문제와 ‘시키는 문장’, ‘감탄을 나타내는 문장’ 등의 선택문항이 함께 표기되어 있다. 또 지난 27일 서울지역 교사들에게 4~6학년 영어듣기평가 파일이 미리 배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진우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학교 측의 단순실수라고 해도, 해당 학교 학생들은 오늘 일제고사에 나올 문제를 미리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교육당국이 일선 학교에서 치러지는 일제고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교육당국이 ‘일제고사 점수를 인사정책에 반영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학교의 교사들이 영어듣기평가 파일을 이해관계가 있는 학생들에게 미리 제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무한경쟁 일제고사 반대모임 SAY NO(이하 세이노)’도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30일까지 전국의 5,864명의 학생들이 서명한 ‘오답 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31일 서울시교육청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황진우 전교조 정책실장이 문제의 OMR 카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들은 이날 ‘더 이상 죽고 싶지 않아’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죽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이런 교육에 맞서 ‘등교거부’로 저항할 것을 선언한다”며 “그동안 청소년들의 외침을 외면한 ‘그들’에게 우리의 발칙한 행동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학생들의 등교 거부, 시험 거부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거부감’을 갖곤 하는데, 교육의 주체인 청소년에게는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교육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다”며 “당신들이 바꿔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서 교육을 바꿀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 아무개 군(중3)은 “오늘 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하니까 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어제부터 계속 전화가 왔다”며 “선생님이 부모님한테도 전화를 했는지 이곳에 나오기 전에 부모님에게서도 전화가 왔는데, 지금 마음이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학생들은 이날 오후 민주노총 서울본부 강당으로 이동해 줄넘기, 비석치기 등 ‘미니운동회’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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