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됐다. 막막하다. 어떻게 하지?
    2009년 03월 30일 06: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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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내용증명 우편물을 한 통 받았다. ‘해고예고서’. 4월 25일부로 경영상의 이유로 쌍용자동차사업소 차체2공장에서 해고한다고 씌여 있었다. 막막했다. 중학생 두 딸아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일한 6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2002년 9월 평택으로 올라와 쌍용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비정규직이었다. 5년 동안 편의점을 한답시고 까먹은 돈을 갚기 위해 밤낮으로 피눈물나게 일했다.

   
  ▲  사진=쌍룡자동차 비정규지회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6년 세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왕이 타고 다닌다는 ‘무쏘’ 차체공장에서 문짝을 만들었다. 렉스턴, 무쏘 스포츠가 잇따라 날개돋힌 듯 팔렸다. 주야 맞교대로 정신없이 일했다. 무쏘는커녕 오토바이조차 살 돈도 없었지만 빚을 갚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번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흐믓했다.

그러나 자동차공장은 무서운 곳이었다. 차체란 곳은 부품 하나하나가 얇은 철판이다 보니 모든 것이 무기였다. 2003년말 임팩트를 만지다 손톱이 날아가는 사고를 당했다. 철판을 만지다 손이 베고 다치는 등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용접하는 불똥에 의해 온 몸을 데지 않은 곳이 없었다. 다치고 쓰러진 동료들의 모습을 여러 번 봤다.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주간 야간을 교대로 일해 받은 돈은 월 120만원이었다. 비정규직으로 6년을 넘게 일했어도 최저임금에서 조금 넘는 돈을 줄 뿐이었다. 잔업 특근 한 번 빠지지 않고 일했고, 쉬는 주말에는 건설 현장에 나가 노가다까지 뛰었다.

그렇게 손에 쥔 돈으로 우리 네 식구가 살림하고 빚진 원금과 이자 갚고, 아이들 급식비며 생활비를 대고 나면 그 흔한 보험이나 적금 하나 들 수 없었다. 애경사가 생기면 부담스러워 찾아가기가 겁이 났다.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버텼다.

그러나 희망은 좌절로, 절망으로 바뀌어갔다. 채권단과 정부가 쌍용차를 상하이자동차에 팔아버린 2004년 10월 이후는 암흑과도 같은 시절이었다. 쌍용자동차에 일하던 사람들은 한결 같이 상하이자동차에 팔리면 기술유출을 피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

죽음의 공장, 페허의 공장

우리들은 직감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1만명의 노동자들과 그 가족, 부품사 노동자들과 가족들까지 수십만 명의 생명이 달려있는 쌍용차의 매각을 강아지 내다 팔 듯, 아무렇지도 않게 팔아버리고 말았다.

2006년 600여명의 비정규직 동료들이 공장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쌍용차 평택공장은 죽음의 공장, 폐허의 공장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상하이차는 전산망을 통합하고, 엔지니어를 중국에 상주시켜 기술을 빼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경영진은 노동자들에게,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제물로 삼아 말기 암환자인 쌍용차의 병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09년. 상하이차는 기술을 갖고 튀어버렸다. 석고대죄하고 가진 모든 것을 토해내야 할 경영진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모른 척하고 있다.

그리고 온 몸에 불똥을 튀어가며 쌍용차를 만들던 노동자들, 그 맨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통보서’를 한 장씩 받아들고 있다. 오늘은 비정규직에게 던져진 해고봉투가 내일 정규직에게 던져질 것이다.

상하이차, 경영진, 정부. 당신들의 잘못으로 쓰러진 쌍용자동차에 대한 책임을 왜 우리가 져야 하는가. 우리가 밤낮으로 온 몸을 던져 일하고 있었던 사이 당신들은 우리의 기술과 돈과 세금을 빼내간 당사자들이다. 당신들의 잘못을 왜 우리에게 떠넘기는가?

너희가 해고돼야 한다

네 가족의 가장으로, 두 아이의 아빠로 나는 생각한다. 해고통지서를 받아야 할 것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들이다.

만약 당신들이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이제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로, 정리해고를 막아내고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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