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당 동등하게 예우하겠다"
    By 나난
        2009년 03월 30일 12:3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29일 진보신당 당 대회에는 눈길을 끄는 ‘외부 인사’가 참석했다. 임성규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그 사람이다. 진보정당의 큰 행사에 대중조직인 민주노총 대표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동안 ‘분당’ 사태 이후 민주노총과 진보신당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그의 출현은 주목받아 충분하다.

    민주노총 대표가 진보신당 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집행부의 경우 분당의 책임 소재를 진보신당을 만든 주체들에게서 찾았고, 이들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임 위원장의 참석이 민주노총의 정치적 행보에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인지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사진=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임 위원장의 출현과 함께 그가 이날 얘기한 내용도 몇 가지 점에서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 비대위) 집행위원장이 그래도 막 시작하는 정당에게 통합하라는 얘길 하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도 통합 이야기를 한 것. 자신의 강력한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각자 전략 있겠지만, 언젠가는 하나 되야"

    그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민주노총이 없어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각자 다른 경로와 전략이 있지만, 언젠가는 하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 있는 조합원은 (진보정당이 두 개인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민주노총이 그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전략과 내용, 실천방침이 없었다는 데 반성하고 있으며, 짧은 기간 동안 단초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의 정상적인 연대는 두 진보정당이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제가 ‘통합정당’의 모습이 됐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현실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그는 “조직돼 있는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노총이 더욱 강화될 때만이 진보정당운동도 함께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가 한때 당내에서 가장 큰 좌파 정파 조직인 ‘전진’의 대표를 역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노총의 경우 정파 문제를 떠나서, 경쟁하는 두 개의 진보정당을 ‘정상’의 상태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가 5월 1일 노동절 행사를, 단독 개최에서 문호를 열어 공동주최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도 크게 주목되는 부분이다. 노동절 집회 공동 주최는 이미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 경선 시기에 당선인인 신언직 후보의 공약으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오랜 동안 민주노총이 단독으로 개최해오던 ‘노동절’ 집회의 공동 주최 가능성을 공식 천명한 것은, 우선 민주노총 내부의 어려움의 반영으로 보인다.

    임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매우 어렵다. 내부 혁신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고 토로하며 “하지만 민주노총은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신당 쪽에서 제안을 해오면, 이번 노동절 집회를 공동으로 주최할 수 있다”고 밝혔다.

    "5월 ‘열린 노동절’로 6월 투쟁 준비"

    물론 민주노총이 진보신당하고만 공동 집회를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보정당, 시민사회 등과도 공동으로 노동절 집회를 꾸리겠다는 의미다. 임 위원장은 이처럼 ‘열린 노동절 집회’를 기점으로 이 힘을 모아 MB 정권과 맞서는 민주노총의 6월 투쟁을 힘 있게 전개하겠다는 생각이다.

    임 위원장은 30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어제 연대발언을 통해 진보신당과 민주노총이 같이 협력해서 투쟁하자고 공식 제안했다”며 “5월 노동절, 6월 투쟁에 대한 연대는 진보신당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각 시민사회단체가 모두 함께 하는 것이다. 양당(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을 동등하게 예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주노총 내에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도 살아있다"면서도 "이는 실효성이 없고, 그것만을 고집해서는 진보정당 세력을 통합할 수 없다"며, "(진보정치 통합) 분위기가 올해 안에 만들어질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집회 공동주최자라는 차원을 넘어, 민주노총이 진보정당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노동절 공동 주최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던 신언직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 당선인은 임성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당사자인 민주노총이 우리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노동절을 계기로 아래로부터의 투쟁 전선을 이뤄 이명박 정권에 맞서는 연대 전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진보정당의 노동전략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어 온 게 사실"이라며 "민주노총, 진보신당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사회당, 시민사회 세력 등 모든 세력이 연대하는 차원에서 노동자 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당에서 노동절 공동주최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진보신당 내에서도 임성규 위원장의 화답에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민주노총은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를 발족한 상태다. 통추위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실현하기 위해 진보정당 단결과 통합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