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패한 지방의회, 윤리특위를 만들다
        2009년 03월 30일 10:16 오전

    Print Friendly
       
      ▲이승희 의원 

    광주 북구의회 20명의 의원 중 민주당 소속의원 18명, 광주시의원의 경우는 100% 민주당 소속이다. 선출직인 시장과 구청장 역시 민주당 소속이고 단체장, 국회의원 역시 민주당이다. 과연 누가 누구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을까.

    91년 지방자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이러한 지역세력 판도는 크게 바뀐 적이 없다. 정당공천제는 2006년이 첫 시작이었지만 그전에도 이름표만 달지 않았을 뿐이지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이번 광주 북구의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불거진 금품선거는 이와 같은 일당독재가 가져온 예견된 사고였다.

    의장 공천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

    후반기 원구성이 끝난 뒤, 한 의원이 의장이 되기 위해 국회의원 부인에게 수천만 원의 돈을 건넨 사실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당시 나는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합당되기 이전이었고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이 2명인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원내대표 역할을 맡고 있었으므로 다른 당 의원들의 동향과 공식적인 당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나, 후반기는 달랐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으로, 내가 가진 한 표로는 당락을 가를 수 없는 처지였고 의장선거는 민주당 내부의 당파싸움(열린우리계와 민주계), 내지는 자리 나눠 먹기식이 되었다.

    이런 이전투구의 주도권은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이 쥐고 있었고, 의장이 되기 위한 의원들은 몇달 전부터 수천만 원의 돈을 국회의원 부인에게 건넸음이 속속 드러났다. 같은 식구이니 국회의원이 정리하면 의장은 따논 당상이라는 얘기였다.

    실제로 의장 후보인 두 사람 중 많은 의장 공천 헌금을 건넨 사람이 의장에 당선되었다. 의장선거와 같이 치러지는 상임위원장 선거 역시 국회의원의 낙점을 받기위해 선거 전날까지 상임위원장 경쟁자인 의원들은 국회의원의 처분을 기다렸고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에 희비가 갈렸다.

    주민들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라고 뽑아 놓은 자리에서 주민이 아닌 국회의원이 왕 노릇을 하고 있고, 주민의 눈치를 보아야할 의원들은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지방자치가 아니라 참으로 민망하고 어처구니없는 국회의원 자치다.

    ‘윤리특위’ 구성은 최소한의 자정장치

    그렇지 않아도 지방단체장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방의원에 대한 불신이 깊은 마당에 전횡, 부패, 이권을 확인한 지역주민들의 여론은 들끓었다. 금품을 건넨 의장후보 두 사람은 차례차례 구속되었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금품을 챙긴 국회의원 부인 또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중에 있다.

    진보신당 북구당원 모임에서는 비리사건에 연루된 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을 주장하며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 및 일인시위를 벌였다. 나는 의회 내에서 윤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준비하였다.

    사전에 의원총회를 열어 민의를 확인하고 결정한 일이었건만 윤리위구성 결의안의 건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되고 말았다. 외부에서는 ‘지네들이 그러면 그렇지’ 당연하듯 여겼겠지만,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듯 목소리를 높이던 의원들이 정작 표결에서 반대로 돌아선 결과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주민들의 성난 민심도 같은 당 식구에 대한 동정론과 국회의원에 대한 눈치 보기 이상을 뛰어넘지 못함을 보여주었다. 소위 개혁적이라는 의원들조차 지역의 기득권적 지배구조와 타협하고 잘못된 제도나 관행에 대해서 싸우기보다는 침묵하는 사이 풀뿌리민주주의는 보수화되고 후퇴하고 있었다.

    상위법에 저촉되는 ‘윤리특위’ 상설화

    이럴 때마다 매번 좌절한다. 주민들이 뽑아준 의원이라는 뱃지를 달고 싸우는 싸움은 지독하게 외롭다. 피해갈 수 없다면 후회 없는 선거운동 한번 해보자고 시작한 길이 이제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있다.

    어리바리 초선의원이지만 평소 관심분야였던 사회복지 관련 상임위에 발을 디뎌놓고 싶었다. 비록 의지와 다르게 ‘관행’에 도전해야 하는 운영총무위원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임기 마칠 때까지 1년을 더 버티고 싸워야한다. 투정부리고 주저앉아있을 수 없다.

    그래서 3월 임시회에서 다시 윤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을 올릴 준비를 했다. 지금처럼 특정 정당이 지방의회를 장악하면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므로 이번에는 윤리특위를 상설화하는 것을 중심으로 안을 만들었다.

    비리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특위 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하는, 위원회 조례 개정작업과 아울러 윤리위를 상설화하자는 규칙안이었다. 그러나 이 안은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에 위배되는 안이었고, 알다시피 조례와 규칙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윤리위원회는 특별위원회로 구성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특위는 사안이 발생하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구이다. 이를 근거로 의회 전문위원은 지방자치법에 저촉되니 이 안을 부결시키고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안을 준비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또 한 의원은 심의에 들어가기 전 상설화 부분을 한시적 기구로 하는 수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차라리 부결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진심이었다.

    나는 법령의 위임이 없었지만 행정정보공개 조례, 학교급식 조례 등 지역에서 조례 제정을 통해 상위법을 개정시켜나가고 제정한 예를 들었다. 상위법에 위배되지만 5대 의회가 끝나더라도 윤리특위는 그대로 남을 것이며, 상위법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3월 27일,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안이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것이다. 본회의에서 뒤집어지지만 않는다면 이 안은 존속될 것이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