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이제 핸드폰을 경멸할 것이다
        2009년 03월 28일 12: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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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라는 단어는 싸라기눈 쌓이듯 조용히 우리 실생활을 파고들었다. 권위주의-신자유주의 정부들은 이젠 마음 깊은 곳까지 파고든 ‘세계화’라는 단어를 이용해 경쟁을 강요하면서 노동자들을 협박해 왔고, 그 결과 비정규직은 양산되고 서민경제는 출구가 안 보이는 ‘고난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우리 역시 ‘세계화’의 피해자다. 그런데 사실 우리들은 가해자이기도 하다. 다만 자신이 가해자라는 진실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무슨 말이냐고?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현실문화, 15,000원)이 이를 ‘통계’라는 피할 수 없는 무기를 통해 보여준다.

    ‘똑똑한 누구누구의 편리한 소비생활’이라는 한 카드CF에서 보듯, 우리는 경제규모 상위권의 대량 소비국가다. 그리고 누군가가 만들어낸 생산물을 소비한다. 세계화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그 어느 곳에 그 생산자를 가둬놓고 끔찍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화의 가해자들이라고?

    ‘맥도널드’나 ‘스타벅스’를 가지 않는다고 세계화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활필수품이 된 컴퓨터, 생수, 스테이크, 심지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휴대폰까지, 모두 세계화의 산물이다. 휴대폰 원료 중 하나인 콜탄을 생산하기 위해 콩고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300만 명의 사람들이 죽어가야 했다.

    이른바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통계들과 사실들을 들이밀며 “당신들은 가해자”라는 실체를 보여주고 있으니, 이 책 이름부터 ‘불편한 진실’이란 말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을 마주한 이후 자신의 핸드폰을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봐야 하며, 상품화된 모든 물체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도 마주봐야 한다. 이 책은 이를 강조한다. “세계화라는 탐욕보다 더 심각하고 지독한 것이 당신의 무관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계화 관련 각종 최신 통계 자료와 시사 보고서 등을 빈부 격차, 전 지구촌의 약속인 ‘밀레니엄개발목표’의 허와 실, 식량, 건강, 교육, 환경, 무역, 외채, 전쟁과 폭력, 인권 등 14개 주제 80개 항목으로 나누어 다각적이고 밀도 있게 분석한다.

    매항목마다 자료를 종합 구성해 전 지구촌의 세계화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는 그래픽 자료의 ‘사실’은 지구촌 불평등의 모순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세계화라는 사건 현장에 떨어진 팩트, 그리고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단서로 삼아 ‘국경 없는 세상’이 자본과 상품만이 자유로운 약육강식의 정글임을 조목조목 밝혀나가는 것이다.

    10대들에게 권해줄 수 있는 교과서

    우석훈 박사는 이 책을 가르켜 “이제는 한국의 10대들에게 ‘봐라, 이것이 세계의 현실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종합적이면서도 무겁지 않은 교과서 한권을 가지게 되었다”며 “이 책을 보고 ‘이 정도는 알고 있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비겁자고, ‘설마 이럴 리가 있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방관자이거나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

    우 박사는 “어느 편이든 불편하지만 세계평화를 지지한다면 이 정도는 알아줘야 한다”며 “제대로 된 세계화 교과서가 이제야 나왔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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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카를 알브레히트 이멜(Karl-Albrecht Immel)

    1950년에 태어난 이멜은 개발정책 분야에서는 독일에서 가장 정평 있는 언론인으로서, 특히 ‘독일 언론인상’을 세 차례나 수상함으로써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아동구호 단체 테레 데스 호메스의 홍보책임자였으며, 현재 슈투트가르트 쥐트베스트 방송국 편집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인도 공장에서 자행되는 아동노동의 실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함으로써 러그마크로 하여금 ‘아동노동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카펫’ 인증제를 도입하는 데 기여했다.

    그래픽 – 클라우스 트렌클레(Klaus Tränkle)

    1944년생인 트렌클렌은 슈투트가르트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으며 1977년부터 에슬링겐에서 독립 그래픽 전문가 및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다양한 인쇄매체 계획, 제작 일을 하면서, 디자이너로서 유명 영화의 영화제 출품을 맡고 있다.

    카를-알브레히트 이멜과 함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순회전시회인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으며 구호단체인 독일세계기아구호를 위해 주제별로 다양한 그래픽을 만들기도 했다.

    옮김 – 서정일

    한국외국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백석대 강의전임강사를 지냈으며 한국외국어대, 목원대, 그리스도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독일문학의 이해: 동독문학과 통독 이후 문학의 이해》(공저), 번역서로 《로마제국에서 20세기 홀로코스트까지 독일 유대인의 역사》, 《문학이 남긴 유토피아의 흔적: 40년 동독의 문학과 정치》, 《문학과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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