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00000000원, 정의는 사라졌다
        2009년 03월 27일 08: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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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법원은 3년 전 철도노조가 4일 가량 진행한 파업을 이유로 철도공사에 70억 원 가량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주 로또 1등 당첨금이 약 18억 원이었다고 하니 4차례나 1등에 당첨되어서야 갚을 수 있는 거액이다. 철도노조가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토록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일까.

    도대체 뭔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 2006년 3월. 철도노조원들이 서울지역 직위해제자 집회를 열고 투쟁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철도노조)

    당시 철도노조의 주요한 요구사항은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른 인력 충원,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한 철도 공공성 강화,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정규직화 요구 등이었는데 대부분 철도공사의 거부로 교섭이 결렬되었다. 교섭 결렬 및 그로 인한 파업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인력충원 문제는 단체교섭 이전에 철도공사가 스스로 노동법을 준수해야 하는 문제였다. 과거 철도청은 상시 1,000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철도공사로 전환됨과 동시에 주40시간제 등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는 사업장이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공사로 전환되는 2005년 1월 1일 이전에 주40시간제 시행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했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은 주40시간제 관련 조항 위반 상태를 해소하고 근로기준법에 합당하게 인력배치를 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성 강화 문제를 보면, 철도공사는 2005년 1월 1일 청소년 20% 할인을 폐지한데 이어 유아 무임을 6세에서 4세로 축소하였고, 2006년 1월 1일에는 장애인 4~6등급 할인을 50%에서 30%로 축소했으며, 지방의 적자선과 적자역 폐지를 추진하였다.

    학생, 장애인, 노약자 등에 대한 우대조치의 축소 및 폐지, 지역주민의 철도이용권과 지역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적자선, 적자역 폐지 등은 공익사업으로서의 철도공사의 공공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사회적 비난 여론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었다.

    정의를 무너뜨리는 사법부

    KTX 여승무원의 문제만 해도 그렇다. 얼마 전 법원에서는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철도공사의 부당해고를 인정하였다. 법원은 한국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수준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결정하였으므로 노동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으며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까지 지급하라는 가처분결정을 하였다.

    당시 철도노조는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철도공사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에 대한 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철도공사는 공사 내부 보고자료에서 불법파견이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법에도 없는 부당한 요구를 한다면서 논의 자체를 거부하였다.

    법원에서는 철도노조가 직권중재제도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배상을 명하였다. 그러나 직권중재제도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학계와 법조계 등에서도 줄곧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되어 왔고, ILO도 수년간 계속하여 우리정부에 필수공익사업 범위에서 철도사업을 제외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결국 우리 노동법에서도 삭제되기에 이르렀다.

    법원은 철도노조에게 실정법을 위반한 ‘불법’으로 단죄하였다. 근로시간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을 위반하고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철도공사를 교섭석상에 나오게 하기 위하여 부득이 파업에 들어가면서도 지극히 평화적으로 파업을 진행한 노동조합에게 법은 너무도 추상과 같다.

    그렇다면, KTX 여승무원에 대한 채용에서부터 업무처리 전 과정에서 지휘감독을 하면서 사용자로서의 모든 이익을 누리면서도 노동법상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책임지지 않기 위하여 내부의 검토보고서와도 배치되는 주장을 일삼으며 몇 년 동안 이 문제를 방치했고 현재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사용자의 ‘불법’에는 왜 이토록 관대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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