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주의 노동정치는 안된다
    2009년 03월 27일 03: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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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은 3월 29일 제2창당을 위한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있다. 지금 진보신당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매우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이 시작되면서 보다 격렬한 정치적 긴장이 예고되어 있고 그에 따라 민중들의 투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집권 2년과 격렬한 정치적 긴장

   
  ▲ 필자

용산 참사로 시작된 불꽃은 곧 언론악법과 비정규법 개악, 경제위기의 확산과 고용불안 심화, 그리고 남북관계의 변화를 둘러싼 엄청난 들불로 번질 것이다.

최근 다시 불붙는 YTN노조와 MBC PD수첩에 대한 탄압은 이미 상황이 진행 중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들불이 진보진영을 덮칠 화마가 될 것인지, 그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인지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우선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올해 노동정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는 권위주의 독재정권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역력히 보여주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치적인 심판의 장이자 역공세를 펼칠 수 있는 중요 계기이기 때문이다.

또 내년 지자체 선거와 연이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의미 또한 상당하다. 특히 진보신당의 입장에서는 울산북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인지, 그리하여 국회의석 1석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리멸렬 야당과 취약한 진보정당

그러나 전체적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민주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들은 지리멸렬 상태를 전혀 벗어나고 있지 못하며 진보정당의 역량 또한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서민, 노동대중들의 엄청난 고통이 보수헤게모니를 더욱 강화하고 노골적인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여전히 현실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위기에 빠진 민주노총의 향배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민주노총의 역량은 최근 크게 약화되는 모습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국가와 자본은 간부 성폭력사건으로 조직의 위상이 크게 추락한 것에 편승하여 노골적으로 분할지배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노총을 매수하는 ‘노사민정 쇼’에 더해 노동 내부의 기회주의세력을 중심으로 이른바 ‘제3노총 띄우기’ 정치공작을 노골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제3노총 문제는 곧 예정된 비정규법 개악, 그리고 2010년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전임자임금 지급금지의 실행과 연결되어 있는 난제이며 위기에 빠진 민주노조운동에 충격을 배가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상황에 대응하는 민주노조운동 주체역량은 매우 취약하다. 지도력의 불안정은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며 총연맹 직선제선거는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개연성이 크다.

이와 같이 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에서 진보신당은 새로운 진보, 참된 노동계급정당이라는 목표를 향해 첫 걸음을 내딛고 있다. 과제의 엄중함과 상황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진보신당은 향후 상당 기간 동안 가시밭길을 살얼음 위 걷듯이 헤쳐 나가야 하는 난제 앞에 선 것으로 보인다.

낡은 진보정치의 구태와 오류

그것은 20년 이상 구조화된 노조운동의 관성을 깨고 새로운 민주노조운동을 창출하는 정치적 과정이며 민주노동당 10년 경험을 철저히 반성하고 새로이 진보정치운동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제도권 선거정치에 매몰되어서도 안 되지만 노동조합의 조합주의정치에 편승하거나 이를 추수하는 것이어서도 안 되는 어려운 일인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 앞에서 일반적이고 원칙적인 지침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쁠수록 돌아가야 하는 법이다. 새로운 노동계급정치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건설하자고 시작한 초심으로 항상 돌아가서 현재의 과제를 성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보정치의 주요 쟁점인 울산 북구의 단일화문제는 중요한 첫 번째 시험대라고 생각된다.

울산 북구의 단일화문제는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하고 쟁점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단일화과정과 협상에서 역시 쟁점은 이른바 ‘민주노총 총투표’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논의의 초기부터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총투표에 기초한 단일화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해왔다.

조합원투표, 비정규직, 시민 여론조사를 결합하기로 두 당이 합의한 이후에도 민노당의 실제 입장은 요지부동인 것으로 보인다.(보도에 의하면 총투표 80% 안을 민노당은 주장하고 있다-민노당은 80% 가운데 30%를 비정규직으로 할 수 있다는 안을 내놓았다-편집자) 최근에는 민노당 후보가 기자회견으로 다시 민주노총 총투표를 주장하고 진보신당을 압박하기도 하였다.

   
  ▲ 16일 오전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는 4.29 울산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민주노총 울산본부)

필자는 ‘민주노총 총투표’ 요구에는 낡은 진보정치의 구태와 오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보신당은 이 무리한 요구를 수용해선 안 된다는 점을 주장하고 싶다. 선거 연합이 현재의 정세에서 아무리 절실하더라도 그것은 새로운 진보 정치세력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낡은 구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총투표는 패권적 발상

먼저 민노당의 ‘민주노총 총투표’ 요구는 매우 패권적인 발상이다. 민주노총이 민노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조직방침으로 고수하는 조건에서 기껏해야 그것은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술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부적절한 상호의존과 그것을 기초로 운동사회를 장악하는 패권적 지배양태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인 것이다. 특정한 정파가 주도하고 당과 노조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방식의 패권주의 노동정치라고 의심할 여지가 과연 전혀 없는가?

둘째, ‘민주노총 총투표’에 의한 후보 선정은 전혀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다. 이런 방식의 선거정치는 다수의 유권자를 기만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득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 울산 선거들에서 충분히 경험한 바가 있다.

미조직 비정규노동자,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진보진영 후보 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양당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면 민노당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일 뿐이다.

경기도교육감선거 후보 단일화과정에서도 경기지역 200개 사회단체들이 한 후보에 의해 제기된 ‘조합원 총투표’방식을 수용할 수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고 녹색의제, 평화의제로 연대하자는 진보정당이 이런 비민주성에 발을 맞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민주노총 특권적 지위 타당한가?

셋째, 보다 본질적으로 민노당이 조직노동-민주노총에 부여하고자하는 특권적 지위는 과연 타당한가? 필자가 보기에 그것은 민주노조운동의 구조적 위기를 더욱 고착화시킬 뿐 운동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낡은 구태에 불과하다.

그 구태는 지금 민주노총을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빠트렸던 바로 그 행태였다. 민주노총은 성역이 아니다. 1,600만 노동자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표성은 그렇게 관료적인 방식의 특권 부여로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 조직률 5% 민주노총이 전 노동계급을 대표하는 것은 권리나 권력 행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압도적인 다수의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자기희생적 투쟁과 양보가 있을 때 가능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민주노동당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하고 성찰해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울산 북구의 단일화, 선거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필자로서는 단일화 교섭-협상이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국회의석 확보라는 절실한 조직의 요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서 안 될 일을 할 수는 없다. 바로 ‘민주노총 총투표’는 최악의 카드 중 하나라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이제 본격적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의 먼 길을 떠나는 진보신당 앞에는 ‘민주노총 총투표’와 같은 함정들이 아마도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솟아나고 닥쳐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시절 낡은 진보정당의 익숙한 판단과 행태를 진보신당에 강요할 것이다.

눈을 부릅떠 현실을 분석하고 당원들의 날카로운 토론과 비판을 경청하며, 당원과 함께 때때로 대중조직과 사회운동조직의 비난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있어야 진보신당의 이름값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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