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 강령' 반려하라
        2009년 03월 26일 10: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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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출된 강령(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오는 3월 29일, 진보신당 2차 당대회에서는 당명과 강령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된다. 지난 1차 당대회에서 강령 초안이 제출된 바 있고, 이후 강령초안에 대한 당원들의 많은 비판적 논의가 있었다.

    <사회민주주의 공개정파를 준비하는 모임>은 이번 당대회에서 강령(안)채택을 철회하고 시간을 두고 원점에서 당원들과 함께 다시 논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그 까닭은 현재 제출된 강령 초안이 정당의 강령으로서 매우 미흡하며, 강령에 제시된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 당내 논의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남강령’ 비판

    2차 당대회에서 채택할 강령전문 초안, 이른바 ‘만남 강령’ 은 도저히 실체를 종잡을 수가 없는 단어와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강령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강조되는 ‘만남’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만남이라는 단어를 통해 딱딱한 사회과학적 내용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나 이것이 오히려 어려운 말들과 섞이면서 지나치게 난해한 글이 되어버렸다. 차별받고 억압받는 대다수 민중들을 위한 정당이 고학력 지식인조차 이해할 수 없는 강령을 가진다는 것은 모순이다.

    정당의 강령은 평범한 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강령은 정당이 이루려는 세상을 담은 그림이고 이상이며 얼굴이기 때문이다. 만약 강령이 당원들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애매모호하다면 누가 우리가 만들려는 세상을 이해하고 지지하겠는가. 안타깝게도 현재의 ‘만남 강령’은 진보적 가치에 대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아울러, ‘만남 강령’의 정치관은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귀족적이다. 만남 강령은 ‘참된 정치란 자기를 비워 서로를 모시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를 비우고 서로를 모시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종교의 영역에서 논의해야 할 주장이다. 진보정치란 고매한 철학적 가치와 이상을 민중에게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다. 진보정치는 민중이 원하는 삶의 행복을 약속하는 해방의 기획인 것이다.

    덧붙여, 만남강령 전문은 그 내용이 정리되지 않고 분량이 지나치게 길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당의 강령 전문은 짧고 명쾌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길고 난해한 글을 한국의 민중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가.

    강령본문 비판

    강령 본문 역시 강령전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과 마찬가지로 난해하거나 합의 되지 않은 사회과학적 개념들이 난무하고 있다. 내용이 정리되지 않아 어지럽고, 지나치게 방대하여 읽는이에게 미로 속을 헤매게 한다. 강령은 좋은 말이면 다 써놓아도 되는 주례사가 아니다.

    강령이란 정당의 세계관을 담으면 된다. 당의 나아갈 방향을 개략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금의 강령 본문 초안처럼 정책을 일일이 나열하면 그 무게감이 떨어진다. 가령, 목표소득 직불제 도입 같은 내용은 정책의 내용이지 강령에 담을 내용이 아니다. 강령에 정책을 명시하기 시작하면 그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내외 환경변화에 따라 효과적인 정책 개편이 불가능해진다.

    지금의 강령 본문이 지나치게 길고 여러가지 내용을 나열하다 보니, 강령에 흐르는 일관된 핵심 가치가 분명하지 않다. 가령 네덜란드 사회당이 ‘인간 존엄성의 존중’을 핵심 가치로 채택해 당의 정체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것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완연히 드러난다.

    더구나, 강령 본문은 매우 민감하고 논쟁적인 쟁점에 대해 성의 없이 대응하고 있다. 강령 본문의 8조와 9조에서는 노동자 자주관리를 궁극적인 대안 경제로 제시하고 있는데, 자주관리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당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노조가 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의미하는 ‘자주관리’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모델이며, 좌파 정당들이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강령인 ‘생산수단의 사회화’보다도 강경한 입장이다. 왜 이런 급진적인 주장이, 당원들의 이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난데없이 강령으로 등장해야 하는가.

    또한, 34조에 제시된 입시과외 철폐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입시 과외는 교육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한 입시경쟁을 만드는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지, 과열된 사교육이라는 ‘현상’을 제거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전형적인 근시안이다.

    게다가 현재 한국의 교육현실을 감안하면, 입시과외 철폐는 5공 독재시절 수준의 강력한 공권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실현이 불가능한 정책이다. 공권력 강화가 진보적 정책은 아니다.

    강령 본문에 꼭 담아야 할 경제성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진보신당은 대안적 성장론조차 고민하지 않는지 의문스럽다. 적어도 우리가 5000만 국민들의 삶과 행복을 책임지는 수권정당으로서 국가를 운영하겠다면 대안적 성장과 분배에 대한 원론적인 청사진이라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결론

    현재 제출된 강령은 내용의 충실성이나 형식의 완결성에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 게다가 강령에서 제시된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 당내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당의 강령을 만드는 일은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그리는 작업이다.

    이렇게 부실하고 조급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사회민주주의 공개정파를 준비하는 모임>은 강령(안)을 이번 당대회에서 채택하는 것을 철회하고 시간을 두고 원점에서 당원들과 함께 다시 논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존경하는 진보신당 당대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제출된 강령(안)을 반려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2009년 3월 25일

    <사회민주주의 공개정파를 준비하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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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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