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래하고 싶은 예술노동자"
By 나난
    2009년 03월 25일 05: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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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공식 해체를 6일 앞둔 25일, 해고된 42명의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의 ‘전원 원직 복직과 국립오페라단 정상화’를 위해 문화예술인·노동자·시민 등 일만인이 나섰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25일 오후 3시, 1만 3,000여 명의 탄원서명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고, 사태촉구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 공공노조 국립오페라단지부가 길 위에 섰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이영원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국립이라는 탈을 쓴 채 노동자를 일개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비록 규모가 작고 인원이 적어 왜소한 투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긴 인생으로 볼 때 짧은 기간 이 투쟁에 몰입하자"며 오페라단지부 조합원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국립오페라단지부 계선경 조합원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며 "우리는 노래하고 싶고 일하고 싶은 예술 노동자이며, 그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 외친(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이승복 군의 이야기에 빗대어 "국립오페라단 이소영 단장과 문광부 유인촌 장관이 정말 싫습니다"라고 외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계약만료 통지서 그리고 교섭 회피

앞서 오전 11시 국립오페라단 이소영 단장과의 교섭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 단장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월 3일 첫 정식교섭 이후 2년 미만 단원들에게는 계약만료 통지서(2009년 12월 31일자)를, 2년 이상 단원들에게는 2009년 3월 31일 해체예정 통지서를 배송했을 뿐이다.

   
  ▲ 민주노총 공공노조 국립오페라단지부 조남은 지부장.

문광부는 지난 3월 9일 합창단과의 면담에서 "국립오페라단 내 합창단 존속은 필요 없다"는 공식 입장을 취했다. 문광부 유인촌 장광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예술인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수 차례 천명했지만, 결과는 ‘국립오페라단의 해체’로 돌아왔다.

국립오페라단지부는 "2008년 18.4% 인상된 50억1200만 원의 예산과 국내 유수의 기업체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아래인 합창단의 월급에 해당하는 연간 3억 원의 예산절감을 이유로 7년 동안 유지되어온 오페라합창단을 해단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이 며칠 쓸 예산으로 2억 원을 지급하면서 1년에 3억 원의 예산으로 국립오페라단 공연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면 오히려 문광부는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반문했다.

국립오페라단합창단의 투쟁활동이 4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국내외 예술계 인사들은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음악평론가 탁계석 씨는 합창단 해체소식에 울분을 토하며 ‘누가 그대들을 울렸는가’라는 헌시를 썼고, 수백 명의 음악계 인사들이 성명을 통해 합창단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예술가를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

국립오페라합창단의 사태에 프랑스 예술계와 노동계도 경악을 금치 못하며 구명운동에 나섰다.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국립파리오페라합창단은 해고반대투쟁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프랑스 소바조 국립오페라단 노조 지부장은 지난 19일 프랑스 2차 총파업 시위에서 "예술가를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한국국립오페라합창단의 투쟁에 전적으로 연대하여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프랑스의 ‘민주노총’격인 노동조합총연맹(CGT) 공연예술분과 클로드 미셸 위원장은 오페라합창단의 투쟁지지 영상편지를 제작해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렸다. 미셸 위원장은 동영상에서 "한국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 어처구니없이 해고를 당했다는 것에 분노한다. 한국 예술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예술인의 인권이 보호되어야 하며 우리는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당해고된 한국 국립오페라합창단원 42명의 복직 및 안정적 노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제도의 도입 그리고 단원들의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진보신당 유럽당원들도 보도자료를 만들어 프랑스 각종 언론에 한국 오페라단의 상황을 알리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지부는 국내외 문화예술인·노동자·시민 1만3000여 명의 탄원 서명 전달 및 문광부 유인촌 장관 면담을 신청했지만, 면담은 성립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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