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최초의 ‘추첨대의원’
        2009년 03월 23일 09: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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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 모인 진보신당 확대운영위원들은 진보신당의 가장 권위있는 기구인 대의원대회를 구성하는 대의원들을 선거뿐 아니라 추첨으로 뽑는 ‘추첨대의원’제를 신설했다. 대의원대회가 활동가대회로 전락하는 것을 일부나마 방지하고 당 활동에 관심은 있으나 소극적인 평당원을 당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이같은 결정에 일부 평당원들을 중심으로 추첨대의원제를 폐지하라는 반발이 거세게 이루어졌다. “이들은 누구를 대의하는가?”, “책임정치를 할 수 없다”는 게 폐지를 주장한 이유였다. 이런 논란은 지난 1일 진보신당 1차 대의원대회에서도 이어졌고 추첨제 폐지는 수정동의안으로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대의원들이 추첨제라는 실험을 선택함으로서 추첨대의원제는 유지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이날 참석한 추첨대의원들은 이 과정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었을까? 진보신당 강남서초구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인 김수해씨는 추첨대의원으로 현장에 있었다. 그는 1번으로 추첨된 대의원이다. 그를 21일 오후 강남의 한 까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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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때부터 지켜봤다

       
      ▲ 김수해씨

    – 간단한 질문부터 하고 넘어가야겠네요, 진보신당에는 언제 가입을 하셨나요? 기존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원이었나요? 아니면 촛불 당원? 지못미 당원인가요?

    = 진보신당은 창당준비위원회 때부터 후원을 해왔어요, 그리고 공식적으로 당원을 받기 시작할 때 정식으로 당원 가입을 했습니다. 이전에 민주노동당 당원은 아니지만 민주노동당 강남서초까페에서 조금 활동을 했었어요. 이 와중에 진보신당이 창당하는 과정을 알게 되었고 진보신당의 당원이 되었습니다.

    –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정당을 계속 눈여겨 봐왔던 것인가요? 그런데 왜 민주노동당에는 당원으로 가입을 안했던 것인가요?

    = 지금 만큼은 아니지만 민주노동당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어요. 민주노동당이 제가 대학교 다닐 때 만들어졌었거든요. 사실 기존 정당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정치활동 외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제가 어떤 이념을 갖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보다 진보적이고 더 개혁적인 정치를 원했었어요.

    제가 95학번인데 이 시절만 해도 주변 친구들이 거의 운동권 학생들이었거든요. 물론 제가 학생회 활동도 잘 안했고, 그렇다고 다른 단체에 가입해 활동했던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이들의 이야기에는 관심을 가져왔었어요.

    민주노동당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그 때가 학생이었고 사회초년생이었던 것도 있지만, 민주노동당에 대중적인 이미지가 없었거든요. 노조가 중심이 된, 노동운동의 연장선 같았어요. 운동가들 분위기가 있었구요. 제 입장에서는 당원으로 참여를 할 만큼 귀가 솔깃했던 것이 없었어요. 거리감 같은 게 있었죠. 그러나 대선에서는 늘 권영길 후보에게 표를 주었고 민주노동당에 표를 주었어요.

    – 진보신당이 그렇다고 운동가 분위기가 없는 것은 아닌데요. 진보신당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꼭 국회의원들만 할 수 있는 진보정당이 아니라 나와 관련되어 도움을 줄 수 있는 얘기를 해주고,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이 보다 나은 시각이나 대안을 줄 수 있는 정당을 원했었어요. 민주노동당이 해주었으면 했던 그런 기대가 진보신당에서는 실현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었어요.

    더 좋은 당 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이념적 부분을 놓고 다투는 부분들은 당과 저를 더 멀게 만들고 저를 소외시키는 일들이었어요. 비정규직 문제 같은 노동문제들은 나도 노동자이기 때문에 철학적으로도 동의하지 못할 것은 없었지만. 이런 이념적인 부분에서 거리감이 있었어요.

    분당시절 저는 블로그에서 ‘어차피 갈라질 사람들이면 갈라져, 서로 또 세력을 키우면 나중엔 2배가 되는 것 아니냐’고 쓴 적이 있어요. 제가 바라는 정당에 가까운 모임이 만들어지길 원했고 그래서 분당이 우울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어요. 문제는 진보신당이 제2의 민주노동당이 되느냐, 그보다 더 못한 정당이 되느냐인데 더 좋은 정당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또 분당이 되면서 나름대로 각성을 한 부분도 있었어요. 민주노동당이었을 때는 물론 한 줌이긴 하지만 그때는 모든 진보세력들이 연합해 당을 만들었고, ‘내가 없어도 저 당은 잘 움직이겠다. 나는 한 표를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분당을 하면서 더 작아졌잖아요.

    – 진보신당에 가입한 이후 활동은 자주 해왔나요?

    = 그냥 강남서초 까페에 들어가서 글 읽고, 오프모임은 한 두번 정도밖에 나가지 않았어요.

    – 늘 일정 있다고 나오라는 문자 받으면 불편하지 않나요?

    = 마음이 안 편하죠(웃음) 잘 나가지 못하니까.

       
      

    – 추첨대의원 1번입니다. 추첨대의원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또 어떤 마음으로 추첨대의원을 수락했나요?

    = 중앙당에서 선거를 관리하는 분이 전화해서 ‘추첨대의원 되었는데 1번으로 되었는데 이를 수락하면 대의원을 하는 것이고 안하면 안하는 것’이라고 권유했어요. 그래서 ‘생각하고 전화하겠다’고 말했어요.

    고민을 하다가 좋은 취지인 것 같아서 하기로 결정했어요. 당의 이슈가 곧 사회적 이슈인데, 이런 것이 논의되고 해결되는 과정을 직접 보기도 힘들고, 회사원으로 살다보면 이런 이슈들에 대한 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도 드물잖아요.

    추첨대의원을 수락하고 까페에 ‘나 같은 날라리 당원도 대의원이 되는 것이 진보신당 발전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썼어요. 대의원은 책임져야 하는 일도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당에 관심을 갖고 당 일이나 여러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구요. 좋은 기회 같아요.

    추첨대의원, 날라리 당원이 당에 공헌하는 길

    – 추첨대의원에 대한 논란이 뜨겁잖아요, 추첨대의원들이 있는 현장에서 추첨제를 폐지하자는 수정동의안이 올라왔는데, 어땠나요?

    = 대의원대회 전에 여러 가지 수정동의안들이 올라왔었어요. 이를 읽어보고 동의하는 것들은 서명을 했고, 일부 동의하지 않았던 것들도 일단 대의원대회에서 논의는 해보자는 의미로 서명을 했는데 유일하게 서명하지 않았던 것이 추첨제 폐지였어요. (웃음)

    물론 지금은 진보신당의 초석을 다지는 시기이니 만큼 첫 대의원의 자질이 중요하고, 또 나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 있지만, 이 기회가 더 좋은 당원들에게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아마 ‘추첨제를 없앴으면’ 하는 생각이 오히려 시사하는 점이 있는 것 같더라구요. 보수정당과 달리 진보정당은 선택하는 것도 어렵고 또 선택을 해서 당원으로 가입하고 당비를 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원들은 이미 정치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기존 활동가 출신 당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 같은 당원이나 일반 대중들이 구별되지 않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추첨대의원이라는 제도가 나같이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면서도 진보정치에 관심을 가져왔던 사람들이 같이 어울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이 원하는 진보정치를 배우고 알아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추첨대의원 제도가 굉장히 좋은 제도가 될 것 같아요. 진보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모든 투쟁이 결국은 평당원 모두의 의지를 모아 움직일 때 가장 바람직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소위 중앙당 및 활동가 중심의 전유물이 아니라 평당원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잖아요.

    그러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정치적인 지식이나 활동의 경험이 낮은 평당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그런 과정에서 추첨대의원제가 소위 정치엘리트(?)와 평당원간에 얼마나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따르라’보다는 ‘지겨운 시간낭비’

       
      

    – 추첨대의원을 하고 당 활동에서 좀 달라지는 것이 있나요? 이를테면 의욕이 샘솟는다든가.

    = 예전에는 ‘당 활동’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예전과 달라지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는 판단이 어렵네요. 다만 대의원으로서 좀 다르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주인의식 같은 것이 생겼어요. 어쩌면 추첨대의원제를 반대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던 것 같네요

    – 대의원으로서, 혹은 평당원으로서 지난 1년 진보신당은 어땠나요?

    = 중간점검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당을 만드는 과정인데,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보다는 훨씬 민주적인 소통의 구조를 가진 정당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끔 했으면 좋겠어요. 다른 평당원들의 관심도 그 부분에 있을 것 같아요

    소수 엘리트들이 현명한 결단을 내리면 따라가면 된다, 그들에게 책임을 주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하는 것에 무조건 지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함께 좋은 세상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로서 다 함께 가야 하는데, 정치엘리트들이 깃발을 들고 나가면서 ‘따르라’고 해선 안될 것 같아요.

    그 분들도 우리랑 같이 가려면 지겹고 시간낭비 같겠지만, 제 스스로도 추첨대의원을 하면서 예전보다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처럼, 보다 구조적으로 당원들이 당을 좀 더 알게끔 하는, 쉽게 당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되어 있는가 묻고 싶어요.

    – 마지막인데요, 어쨌건 당대회는 처음일 것 같은데요, 처음 대의원대회 갔을 때는 어땠나요? 11시에 끝났잖아요, 저는 죽다가 살아났거든요.

    = 주변에서 이미 11시 정도에 끝날 것 같다라고 했어요.(웃음) 뭐 학교 다닐 때도 그런 식의 회의가 많았잖아요. 이번 대의원대회는 뭐, 그냥 무난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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