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북구의 또다른 화두 '그린 조'
    2009년 03월 20일 07:00 오전

Print Friendly

울산이 뜨겁다. 한나라당 윤두환씨의 의원직 상실에 따라서 보궐선거가 4월에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울산 북구 출마설이 돌았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를 포기하면서 조금 김이 새기는 하지만, 이번 선거는 MB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충분히 가질 수 있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MB에게 멋지게 똥침을 날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필자 (사진=매일노동뉴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내서 MB정권을 심판하는 일이 실질적으로는 진보정당의 몫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진보신당은 조승수 중앙당 녹색특위 위원장이자 울산시당 미래전략특위 위원장이 후보로 선출될 예정이다.

한편 또 다른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은 누가 나서게 될지 혼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서 후보단일화 논의까지도 안개 속에 빠져 들고 있다. 우려 속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단일화 말고 흥미를 끄는 ‘그린 조’ 문제

그러나 후보 단일화 논의 외에도 흥미를 끄는 문제가 또 있다. 후보 단일화 논의가 이번 선거에서 MB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당면한 정치적 과제와 관련된 문제라면, 내가 여기서 이름을 붙이는 ‘녹색 조승수(혹은 그린 조/Green Jo)의 문제’는 진보정당운동의 전략적인 과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녹색 조승수의 문제‘란 이런 것이다. 조승수 위원장은 지난 3일에 출마선언을 하면서, 이명박 정권의 ‘불량성장노선’에 대항하는 ‘서민성장노선’이 필요하다는 것과 서민을 중심으로 울산 북구가 성장할 수 있는 ‘북구혁신전략’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유럽형 교육특구’, ‘태양과 바람의 특구’, ‘일자리 안정특구’, 그리고 ‘서민복지 일등특구’라는 4가지 특구 개념을 제시하였다.

전체적인 방향과 4개의 특구 중 3개의 특구 개념은 진보정당의 후보로서 내세울 수 있는 전략적 목표로서 큰 이견이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태양과 바람의 특구’라는 개념은 전략적 목표를 두고서 중대한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몇몇 논평자들은 이미 그 잠재적인 논쟁 지점을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레디앙> 기사의 달린, 아래에 소개하는 댓글이 그런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울산은 자동차와 조선이다, 이게 조승수의 녹색과 어떻게 맞는지 아쉽다. 차라리 경북 봉화나 충북 괴산, 강원도 평창에서 녹색 정치를 표방하는 게 맞다. 사실 조승수도 본능적으로 느끼듯이 노동과 녹색은 충돌한다. 그런데, 녹색 후보 조승수가 노동자 정치 운운하며 노동자 밀집 지구에서 나온단다."

산업도시와 녹색정치는 양립할 수 있나

조승수 위원장의 정치적 반대자로 보이는 ‘조승수 떨어지길’이라는 아이디의 논평자는 ‘대안에너지와 충돌하는 공단지역’에서 녹색을 들고 나오는 조승수의 전략의 진정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조승수가 대표하려는 산업도시 울산과 그가 지향하는 녹색 사이에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

맞다. 이 딜레마는 숨기기 힘든 일이며, 또 숨겨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것이 정직한 태도다. 우리는 정직한 정치가, 조승수를 원하는 것일 테니까.

그러나 이런 딜레마를 인식한다고 해서, 산업도시 울산과 녹색정치가 양립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이르다. 오히려 그 딜레마를 극복하고, 그것을 양립하도록 만드는 것이 새로운 진보정당이 도전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것은 ‘평등, 생태, 평화, 연대’라는 슬로건 하에 새롭게 진보정당운동을 일궈내겠다고 선언하고 민주노동당과 분당까지 감내해낸 진보신당에게 해당되는 도전이다.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선 기후변화와 같은 녹색 이슈가 전 세계적인 사회적 변동을 강제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점이다. 당장 2013년부터 한국이 온실가스 의무적인 감축의 부담을 지게 될 것이고, 자동차사업과 같은 화석연료와 연관된 산업과 그에 기반을 둔 울산 지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점은 명확하다.

이 점을 외면하고는 산업도시 울산의 미래를 온전히 논할 수 없다. 울산의 산업을 기후친화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노동자들의 고용과 삶이 지속가능할까?

환경과 사회경제적 불평등

둘째, 환경 문제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는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환경문제에 의한 피해가 사회경제적인 약자에게 집중된다는 ‘환경정의’적 인식은 이제 상식이다. 폭염이나 태풍 등의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인해서 나타나는 피해가 누구에게 집중되고 있는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울산으로 한정해 보더라도, 울산 북구와 같은 저소득 비정규직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아토피나 천식과 같은 환경성 질환을 가진 어린이가 전국 평균에 비해서 높다는 것이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하다.

셋째, 지속가능한 사회를 진정으로 만들겠다고 한다면, 소비를 지속가능하게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생산도 지속가능하게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적 좌파들에게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노동자에 의한 생산의 통제라는 문제와 긴밀히 연관된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결정과 노동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생각은 ‘노동해방’을 위한 과제만 아니다. 바로 자원낭비적이고 환경파괴적인 산업을 바로잡는데도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시장에서 ‘윤리적인 소비’만으로 기후변화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며, 이윤 극대화를 목표한 기존의 생산방식을 바꾸고 사회적으로 유용하고 환경친화적인 생산물을 만들어 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녹색과 노동자 고용 그리고 삶의 질

현명한 정치가는 딜레마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전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명확히 읽는 인식 위에서 그 딜레마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조승수 위원장은 발리와 포츠난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국제회의를 비롯하여, 국내외의 에너지 전환의 여러 현장들을 방문하여 공부해왔다. 기후변화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그것이 한국사회 더 나아가 산업도시 울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 예민하게 탐색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독일의 녹색당을 만났고, 이에 참여하고 있는 독일 노조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속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환경적으로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고용의 기회를 만들며 노동과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점을 배웠다고 했다.

또한 그런 전환 과정에서 기존 산업의 노동자 고용이 보장되는 ‘정의로운 전환’ 개념을 공부했으며, 사회정의의 원칙에 따라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회적 비용부담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고 했다. 또 그런 방향에서 활동하는 ‘에너지정치센터’의 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조승수만의 것인가? 세계의 많은 노동조합과 환경단체, 또 진보정당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울산의 녹색화는 딜레마가 아니다

국제노총(ITUC)와 유럽노총(ETUC)은 기후변화의 문제를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외면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일자리의 안정과 창출 그리고 노동조건의 보호를 위해서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린피스와 같은 국제적인 환경단체를 물론이고, ‘환경정의’와 같은 국내 환경단체들도 재생에너지 등에서 녹색일자리를 창출하고 ‘환경복지’를 확립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왔다.

헤르만 셰어와 같은 독일 사민당 위원은 유럽 재생가능에너지협회 의장을 맡아 독일과 유럽의 에너지전환에 앞장서고 있으며, ‘붉은 켄’이라고 불리던 영국 노동당의 전 런던시장 켄 리빙스턴도 ‘런던 플랜’ 등을 통해서 기후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노력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녹색일자리를 공약하고서 집권한 오바마의 뒤에는, 사회적 빈곤층과 노동자들에게 괜찮은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녹색일자리’ 운동을 벌린 반 존스와 같은 사회운동가와 많은 노조들이 있었다.

이제 조승수에게 산업도시 울산을 녹색화한다는 것은 딜레마가 아니라 울산의 노동자와 시민에게 새로운 기회를 보여주는 일이다. 나아가 이것은 지속불가능한 한국사회 전체를 위한 중대하고도 상징적인 도전이기도 하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제이자 도전이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경제 불황 속에서, 또 토건세력에 휘어 잡힌 이명박식 거짓 녹색성장 정책 아래에서, 무엇보다도 단기적인 이해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사회적 연대감이 빈곤해진 산업도시 울산의 노동자들과 함께, 이 새로운 도전을 일궈 나가야 한다.

유능한 정치가라면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도전의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이 용기를 내어 참여하도록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가 조승수에게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며, 조승수 자신의 진정한 도전도 여기에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