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이 투쟁의 최후 보루"
    By mywank
        2009년 03월 20일 07: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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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2달이 되었다. 세간의 관심도 투쟁의 동력도 예전과 같지 않다. 또 잠시 중단되었던 용산 4구역 재개발 공사까지 재개되면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회의(이하 범대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김태연 상황실장(사진=손기영 기자)

    18일 오후 영등포 ‘노동전선’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연 범대위 상황실장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했다.

    연신 담배를 피던 그에게 “요즘 고민이 많을 것 같다”는 질문을 던지자, “이제 ‘용산 참사’ 현장이 투쟁의 최후 보루가 된 것 같다”고 답하며, 범대위 측의 고민과 대책을 이야기했다.

    “지난 11일부터 용산 4구역 재개발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는데, 철거를 어떻게 막아낼지가 관건이고 고민입니다. 보통 철거작업은 낮에 이뤄지는데, 몇몇 전철연 회원들이 공사를 막기 위해 현장을 지키며 저항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힘’이 필요한데…. 범대위 차원에서도 철거저지 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범대위 소속 단체 활동가들이나 시민들은 각자의 일이 있기 때문에, 평일 낮에 이곳을 찾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매주말 도심에서 하던 추모대회를 참사 현장에서 오후에 개최하고, 매주 월~수요일 청계광장 부근서 열리던 저녁 촛불문화제도 이곳에서 진행할 생각입니다. 투쟁의 거점이 다시 용산으로 옮겨진 셈이죠.”

    투쟁 거점 용산으로 옮겨져

    김 상황실장은 용산 4구역에서 재개되고 있는 재개발 공사를 막기 위해, 규탄집회 등 물리적인 저항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대응책도 고민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막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선 참사 해결을 위해 구성된 야 4당 공동위원회를 통해서, 서울시 등에 공사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시민감사 청구제도’(지역 주민 200명 이상이 서명한 뒤 감사를 청구하면, 서울시에서 이를 심사한 뒤 시민단체 감사관을 선임)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지금 용산 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여러 비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이뤄지면 재개발 비리를 감사할 수 있고 법적인 조치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 민주노동당 쪽에서도 재개발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용산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제’도 준비하고 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지난 11일 용산 4구역에서 재개발 공사가 재개된 가운데, 포크레인이 공가를 허물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와 함께 범대위는 김 아무개 씨 등 농성을 벌이다 구속된 철거민 4명이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며, 재판이 성사될 경우 국민적 여론이 재판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범대위는 3월 한 달 동안 5만 명을 목표로 ‘용산 참사’ 책임자 처벌을 위한 범국민고발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오는 4월 18일(예정)경에는 가칭 ‘국민법정’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김 상황실장의 표정에는 조심스러움이 엿보였다.

    4월에 ‘국민법정’ 개최

    “만약 국민참여 재판이 성사되면, 그 결과가 향후 투쟁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무죄가 되면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지만, 검찰의 기소내용대로 유죄가 선고되면 투쟁이 장기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재판이 열리는 것을 낙관만 할 수는 상황입니다.

    4월 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국민참여재판의 성공을 위해, 고발운동 결과 발표와 국민법정에 고발장 제출을 선언하는 ‘고발인 대회’를 3월 28일 개최하고, 4월 18일(예정)에는 가칭 ‘용산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민법정(이하 국민법정)’을 대규모로 열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국민적인 여론을 모을 예정입니다.”

    “국민법정의 피고인은 범국민고발운동의 대상인 김석기 전 청장 등 경찰책임자들이 될 것이고, 정치적인 비중을 갖추도록 명망 있는 법조인과 법학교수들로 법정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또 현장에 참여하는 배심원 500명과 함께, 인터넷게시판을 통해 의견을 올리는 온라인 배심원도 5000명을 모집할 계획입니다. 또 방청객으로 1000여 명을 모실 예정입니다.

    일단 이번 주 중에 법원에서 국민참여 재판여부가 결정되면, 다음 주에 시국회의를 통해 ‘국민법정 준비위’를 구성하고 배심원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배심원은 각계 인사들이나 일반 시민, 네티즌들로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국민법정은 이날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광장이 아닌 실내에서 진행할 생각입니다.”

    "체포 각오하고 끝까지 투쟁"

    김 상황실장은 ‘불법 집회 등을 주최한 혐의’로 경찰로부터 4차 소환장을 발부받은 상태다. 그는 “얼마 전 경찰에서 4차 소환요구까지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한 뒤,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곧 경찰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될 수도 있는데, 개인적인 고민을 넘어서 범대위 활동 측면에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덜컥 체포되면 상황실장 역할을 못할 수 있는데, 그래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자제해야 할까’라는 고민도 내심 들곤 합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일을 하기에 투쟁의 역량을 아껴야 한다’는 판단은 올바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아니어도 범대위 상황실장의 역할을 할 분들은 얼마든지 많을 것 같습니다. 영장이 발부돼도 범대위 활동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체포를 각오하고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 ‘용산 참사’ 현장에 ‘살인경찰 물러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김 상황실장은 ‘용산 참사’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무뎌지고 잊혀지지만, 이것만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범대위를 떠나는 ‘동지’들에게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노동운동을 주로 해왔는데, 범대위 활동에 참여하면서 정당, 인권, 빈민단체 등 여러 단체의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었고, 굉장히 헌신적인 분들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두들 사정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참사가 일어난 지 2달이 되면서 처음에 결합했던 ‘힘’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4월에 재선거가 있는데…. 선거준비에 바쁜 이유 때문인지 ‘용산 투쟁’에 투여했던 (범대위 참여) 정당들의 역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선거라는 것은 왜 하는지’, ‘정당은 왜 만드는지’ 등 그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전문시위꾼? 웃기는 소리"

    마지막으로 김 상황실장은 지난 2월 초 명동성당 노숙농성 현장에서 만난 한 네티즌을 떠올리며, 범대위 활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또 이들을 ‘전문시위꾼’으로 몰고 있는 경찰과 일부 보수 언론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말까지 매주 주말 추모대회 때면 5천 명~1만 명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사전에 조직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단지 집회장소와 날짜만 잡았을 뿐인데…. 이 모든 것은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덕분이었습니다.

    범대위 대표자들의 명동성당 노숙농성 때, 저희들과 함께 밤을 지새는 시민들이 계셨습니다. 한 여성 네티즌이 촛불을 바꿔들면서 손을 녹이던 기억도 납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인 참여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경찰과 조중동은 이분들을 ‘전문시위꾼’이라고 몰면서 탄압하는데, 정말 웃기는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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