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마술 또는 사기질
    2009년 03월 19일 10: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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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우리 사회에 낸 숙제를 풀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숙제’라서 풀었답니다. 모집요강의 한 페이지 조금 넘는 산식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습니다. 고려대가 대교협에 제출한 「수시 2-2 일반전형 추가소명서」를 우연히 구했는데, 그것과 모집요강을 번갈아 보면서 감을 잡았습니다.

V = MIN ( Y – α2×β×|Z*|, k3) Where Y < k3 (모집요강 45쪽에서)
V = MIN ( Y + α2×β×|Z*|, k3) Where Y < k3 (추가소명서 9쪽에서)

두 개의 산식은 같은 건데, 자세히 보면 서로 다릅니다. 모집요강에서는 마이너스(-)인데, 추가소명서에는 플러스(+)입니다. 이 차이가 열쇠입니다. 어쩐지 그동안 아무리 계산해도 답이 안 나온다 했습니다. 만약 모집요강대로 했다면, 특목고나 일류고 학생들이 대거 탈락했을 겁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결과는 반대입니다. 이건 모집요강과 다르게 처리했다는 뜻입니다.

고려대가 어떻게 했는지 미리 말씀드리면, 일단 고등학교에서 매긴 교과 등급을 무시합니다. 그리고 학생부에 기록된 원점수, 학교평균, 학교표준편차로 표준점수를 만듭니다. 여기에 학교평균점수와 β값(학교 표준편차 변환값)을 가중치로 부여합니다. 이 때 학교평균과 β는 특목고 등 일류고일수록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지원자들 사이에 줄을 세우고, 등급을 새로이 부여합니다.

결과적으로 특목고나 일류고처럼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가 적은 학교일수록 가중치가 많이 부여되면서 고교의 원래 등급보다 많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합격합니다. 일반고 최상위권도 조정되지만, 원점수 그래도 유지하거나 소폭 낮아지는 등 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비교과에서 뒤지면 떨어집니다. 이 모든 과정에 몇 가지 통계가 동원됩니다.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방식을 서두에 요약해서 이야기한 이유는, 여러 과정들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고대가 개발한 여러 단계의 산식들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하게 풀이하기 곤란합니다. 그래서 미리 전체적인 그림을 간단히 말씀드린 겁니다.

이 그림을 염두에 두고, 고려대가 어떻게 일류고를 우대한 ‘고교등급제’를 했는지 차근차근 보시기 바랍니다. 고려대가 대교협에 ‘대외비’를 요청한 추가소명서를 가지고 이야기하겠습니다.

특목고 4등급을 2등급으로 바꿔 합격 처리

그동안의 의혹은 일반고 최상위권이 탈락하고, 특목고 중하위권이 합격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이에 대해 고려대는 유사한 사례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 추가소명서 1쪽

[사례 1]을 보면, 특목고 ㄹ고 학생은 5.2등급에서 2.9등급으로 조정되었습니다. ㅂ고 학생은 4.1등급에서 2.4등급으로 바뀌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4-5등급이었는데, 고려대에서 입학사정하면서 2-3계단 오른 겁니다. 그리고 합격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고려대는 “특목고 응시자 우대에 의한 것이 아니고, 조정내신의 적용과 비교과 분야 수행성과 결과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 것”이라고 밝힙니다. 바뀐 내신에 대한 점수와 비교과 점수를 합산한 결과라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반대의 사례도 제시합니다. 특목고 상위권이 탈락하고, 일반고 중위권이 합격한 경우를 아래 표로 보여줍니다.

   
  ▲ 추가소명서 2쪽

[사례 2]에서는 일반고 ㄱ고 학생은 5.1등급에서 2.8등급으로, ㄷ고 학생은 4.6에서 3.0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합격합니다. 고려대의 언급처럼 특목고만 유달리 우대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등급 조정을 통해 고교에서 산정한 등급이 바뀌고

그런데 이들 사례에서 세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첫째, 고교에서 매긴 등급이 큰 폭으로 바뀌어 격차가 줄어듭니다. 고려대 수시는 교과 90%, 비교과 10% 반영이기 때문에, 원서를 넣은 학생과 교사는 기본 점수가 없다면 1.4등급은 86점, 5.2등급은 48점 정도 받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차이는 38점입니다. 하지만 고려대에서는 이 예상이 빗나갑니다. 5.2등급이 2.9 등급으로 세 단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차이는 38점에서 15점으로 줄어듭니다.

둘째, 등급의 역전 현상이 벌어집니다. 5.2등급이 2.9등급으로 바뀌면, 그 사이에 있는 다른 학생들을 누른 게 됩니다. 5.1등급인 어느 학생이 볼 때, 고등학교에서 매긴 등급에서는 앞섰는데, 고려대에서 조정하면서 뒤쳐집니다. 억울할 수 있습니다.

셋째, 중위권이 올라갑니다. 사례들을 보면, 4-5등급이 전반적으로 올라갑니다. 물론 11개 케이스이기 때문에, 일반화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만약 특이한 경우라면,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혜택받은 학교들이 어느 학교인지가 중요합니다.

아마도 [사례 1]의 특목고는 수도권의 특목고, [사례 2]의 일반고는 서울 등의 일반고나 비평준화 지역의 일류 일반고고, [사례 2]의 특목고는 지방 특목고가 아닐까 추정됩니다. 외고라서 해서 다 같은 외고가 아니라 그 안에서도 서열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일반고라 하더라도 ‘일류’로 인정받는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고등학교에서 매긴 등급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고려대에서 등급을 다시 조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조정하는지 고려대가 쉽게 안내하는 것도 아닙니다. 모집요강 44-45쪽에서 교과등급 조정 과정과 산식을 보여주긴 하나,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심지어 모집요강에는 실수인지 고의인지 틀린 부분도 두 군데 있습니다.

고려대가 조정한 등급은 예상을 뛰어넘는 겁니다. 3등급이 2등급이나 4등급으로 조정되는 등 많아야 한 계단 안팎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보시다시피 그것보다 큽니다. 그래서 당락을 미리 가름하기 어렵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매긴 등급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자기의 등급이 얼마나 조정되는가, 경쟁자의 등급이 어느 폭으로 뛰어오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건 미리 알 수 없습니다.

비교과 평가 방식은 논술 채점 방식과 유사

그렇다면 학생부를 어떻게 점수화했을까요. 교과 90% 비교과 10%의 일반전형에서 학생부를 가지고 어떻게 점수를 매겼을까요. 먼저 비교과를 보겠습니다.

   
  ▲ 추가소명서 5쪽

영역 1은 “지원자 3은 교내 수상실적 뿐 아니라 교외상도 수상하여 …. 지원자 2보다는 우수한 평가를 받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교내상만 있으면 C, 교외상도 있으면 B 라는 의미입니다. 영역 2도 비슷합니다. 전체 학생회장을 하던 뭘 하던 학생부 상에서 “리더로서 적극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펼친 것으로 평가받는” 문구가 있으면 B 그렇지 않으면 C 정도 됩니다. 그 외 각종 어학인증 및 공인외국어능력시험의 결과 등에 따라서도 다르게 채점됩니다.

이건 논술 채점 방식과 유사합니다. 대학에서 미리 기준을 설정한 뒤, 이런 게 다 있으면 A 저런 것만 있으면 C 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영역 1에서 A나 B를 받고 싶으면, 적어도 교외상이 하나 이상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교내상과 교외상이란 고등학교 기준입니다. 고려대가 주는 상이 있다면, 그것도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교외상이 됩니다.

교과 등급 재창조① 학교평균과 표준편차로 표준점수 만들기

이제 교과등급을 어떻게 조정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고대의 모집요강 44-45쪽에 나와있는 ‘교과영역 성적 산출방법’과 함께 보시면, 더 좋으실 겁니다.

일단 한 가지는 염두에 두십시오. 특목고나 일류고일수록 평균은 높고 표준편차는 적습니다. 반대로 일반고일수록 평균은 낮고 표준편차는 큽니다.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생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이걸 머리 속에 간직하면서 보시기 바랍니다.

고려대는 고등학교에서 매긴 등급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학생부에 학생의 과목별 원점수, 학교 평균점수, 학교 표준편차 등이 명시되어 있는데, 그걸 활용하여 등급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걸 고려대는 ‘조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예컨대, 2학년 1학기 문학 점수(국어 교과)로 원점수 91점, 학교평균 71.2점, 학교 표준편차 20.4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걸 가지고 등급을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 추가소명서 8쪽

마지막 밑줄친 부분에 “전체 지원자의 과목별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 각각의 표준화점수를 구합니다”라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원점수를 표준점수로 바꾸었다는 의미입니다. 똑같은 90점이라 하더라도 성적 좋은 학교냐 아니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평균과 표준편차를 동등화하는 표준점수로 변환시킵니다.

그리고 추가소명서 2쪽에는 “조정등급은 수능의 표준점수 처리과정과 동일한 방식으로 산출됩니다”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일반고 학생 A와 특목고 학생 B의 2학년 1학기 문학 과목은 각각 2등급과 5등급으로 3계단 차이입니다. 전체 9등급 중 1/3에 해당합니다. 수능의 표준점수로 변환하면, 119.4점과 104.2점으로 15.2점 차이입니다. 전체 점수의 범위가 대체로 40-160점이니, 15.2점의 차이는 전체 점수 중 1/8 정도입니다.

고려대가 모집요강 44쪽의 <STEP 1>에서 밝힌 표준점수 공식(Z값)으로 변환하면, 0.97과 0.2점으로 0.77점 차이입니다. Z값의 범위가 대체로 -3에서 3까지이므로, 0.77점의 차이는 전체 범위의 약 1/8입니다. 결국, 내신 등급 1/3의 격차가 표준점수로 바꾸면서 1/8의 차이로 줄어듭니다.

이렇게 격차가 줄어드는 건 표준점수 때문입니다. 표준점수 변환 과정에서 특목고 등 일류고 학생은 한편으로는 불리하고 한편으로는 유리합니다. 특목고는 평균이 높기 때문에, ‘원점수 – 학교 평균’을 할 때에는 일반고 상위권보다 불리합니다. 반면에 표준편차로 나눌 때에는 유리합니다.

이런 유불리로 인해 격차는 줄일 수 있어도 역전은 어렵습니다. 특목고생은 학교평균과의 거리가 일반고 상위권보다 적기 때문에, 표준점수의 분자에서 뒤집니다. 이걸 적은 표준편차(분모)로 만회한다고 하더라도, 격차는 줄일 수 있어도 역전까지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 한 과목 안의 이야기입니다. 위의 예시는 문학 과목으로, 이 안에서는 역전이 힘듭니다. 그러나 합산과정에서 소폭의 역전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국어 ‘교과’에는 국어, 국어생활, 문학, 작문 등 여러 개의 ‘과목’들이 있고, 보통 1학기와 2학기에 걸쳐 수업하기 때문에 8개 수치를 표준점수로 변환시킨 다음에 합산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어 ‘교과’의 등급이 소폭 뒤바뀔 수 있습니다. 그 다음 합산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다섯 ‘교과’별 수치를 가지고 합니다. 이처럼 변환된 표준점수를 합산하고 지원자 안에서 다시 줄세우기를 하면, 원래 3등급이 2등급이나 4등급으로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일부 대학들이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고려대도 이 정도 수준, 즉 모집요강의 <STEP 1>의 값을 가지고 정말 ‘보정’만 했다면 지금처럼 논란이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고려대는 몇 발 더 나아가 아예 재창조합니다.

교과 등급 재창조② 학교평균과 표준편차로 ‘일류고’ 가중치 2개 만들기

고려대는 학교평균의 평균과 표준편차, 학교 표준편차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합니다. 문학, 작문, 국어 등 ‘과목’들의 학교평균 수치들을 모두 가지고 국어 ‘교과’ 평균의 평균을 구하는 겁니다. 말이 여러 번 반복되어 헷갈리지만, 학교평균과 표준편차를 단순한 숫자로 본다면 그 숫자들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못 구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대부분 ‘그걸 왜 구하냐’라고 반응합니다. 고려대의 방식을 간단한 그림으로 보여주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 그림의 ①의 과정은 수능이나 다른 일부 대학들도 하는데, 고려대는 더 나아가 ②의 과정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①과 ②의 과정을 끝나면, 새로운 표가 나옵니다. -3에서 3 사이에 위치하는 표준점수들로 채워진 표가 나옵니다. 원점수는 a와 d로 표준점수를 산출하고, 학교평균(a)은 b와 c로, 학교 표준편차(d)는 e와 f로 산출합니다. 이상이 모집요강의 <STEP 2>에 해당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면 아래처럼 됩니다.

   
  

이 표는 특징이 있습니다. 원점수의 표준점수(Y)에서 특목고나 일류고 학생은 상중 정도를 차지합니다. 3에 가까운 상위점수는 일반고 최상위권 학생들이 기록할 확률이 높습니다. 학교평균의 표준점수(Z*)에서는 특목고나 일류고 학생이 3에 가까운 상위점수를 기록합니다. 일반고는 대체로 -3과 친한 음수입니다. 학교 표준편차의 표준점수(W)에서는 특목고나 일류고 학생이 -3에 가까운 음수를 기록하고, 일반고는 3과 친합니다.

특목고일수록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가 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교평균들(a)을 가지고 평균의 평균(b)를 구하면, b는 특목고와 일반고 사이에 위치합니다. 이건 표준편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곧, 특목고 등 소위 ‘일류고’의 학교평균(a)은 평균의 평균(b)보다 큽니다. 표준편차(d)는 표준편차의 평균(e)보다 적습니다.

표준점수 변환표에서 특목고나 일류고생은 원점수(Y)에서는 상중 정도, 학교평균(Z*)에서는 3에 가까운 양수, 표준편차(W)에서는 -3에 가까운 음수를 보입니다. 일반고 최상위권과 비교하면, 원점수는 약간 불리하고, 학교평균은 매우 유리하고, 표준편차는 상당히 불리합니다. 그래서 가중치가 동원됩니다.

   
  ▲  추가소명서 8쪽

위 인용문이 가중치의 원리입니다. 학교평균의 표준점수(Z*)는 특목고생일수록 유리하니, 그냥 가중치로 사용해도 됩니다. 하지만 표준편차의 표준점수(W)는 특목고생일수록 불리하기 때문에, 그냥 사용했다가는 특목고생이 대거 탈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β값을 새롭게 만듭니다. 인용문을 보시면, “표준편차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 β는 1에 가까운 값을 가진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건 특목고나 일류고생들에게 1에 가까운 β값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특목고생의 W는 -3에 가까워서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이기 때문에, β는 1에 가깝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일반고생은 ‘표준편차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라서 β는 0에 가깝습니다.

결국 β는 특목고생일수록 표준편차의 표준점수(W)에서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바꿔주는 변수입니다. 이렇게 해서 특목고와 일류생을 위한 가중치로 학교평균 표준점수(Z*)의 절대값과 β 등 2개가 만들어집니다.

그 중 β는 0에서 1 사이의 값을 지니는데, 어느 학교 학생에게는 0.8, 다른 학교 학생에게는 0.2가 가중되면, 이 자체로 4배의 차이가 납니다. 그러면서 큰 폭의 역전 현상이 벌어집니다. ‘0에서 1 사이의 값이 얼마나 크겠냐’ 라고 여길지 모르나, 고대가 산출한 원점수의 표준점수는 -3에서 3 사이의 값입니다.

여기서 예컨대 0.6의 차이는 ‘고작’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문학이나 작문 과목이 국어 교과로 합산되는 과정을 감안할 때, 가면 갈수록 증폭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4년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로 적발되었을 때에 사용된 ‘보정점수’도 고작 0-1점 사이였습니다.

더구나 β만 보면 0-1이지만, 전체 가중치는 0-2.25의 값입니다. 또 다른 가중치인 학교평균 표준점수(Z*)의 절대값은 0-3이고, 뒤에 나오지만 가중치 공식은 ‘α2×β×|Z*|’이기 때문입니다. 이 식에서 최소값은 3/4×0×0, 최대값은 3/4×1×3이니, 가중치는 0-2.25입니다. 이 정도 수치면, 원점수 표준점수의 범위가 -3에서 3까지인 점을 감안할 때, 5등급을 3등급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닙니다.

교과 등급 재창조③ 2개의 산식으로 누구는 내리고 누구는 많이 올리기

이제 거의 마지막 단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했던 α와 k가 있는 모집요강의 <STEP 3>입니다. 그런데 혹 지금 읽는게 힘들면, 그런가 봐 하고 바로 결론으로 가도 됩니다.

   
  ▲ 추가소명서 9쪽의 내용을 옮겨옴(‘주의’를 명시하기 위함).

이 산식을 포함한 <STEP 3>에는 α1, α2, k1, k2, k3 등 상수가 5개 나옵니다. 이 5개의 상수는 의미가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결정적인 요소까지는 아닙니다. α는 각각 1/4과 3/4으로 [산식 1]과 [산식 2]를 적용받는 학생들에게 모두 적용되는 상수값입니다. α로 인한 차이는 없다는 뜻입니다.

k는 일종의 기준입니다. k1과 k2는 β를 주기 위해 표준편차의 표준점수(W)에서 고려대가 임의로 선정한 값입니다. 특목고와 일반고 표준편차의 경계에 위치한 좌표 같은 겁니다. 모집요강을 보시면, 표준편차의 표준점수가 k1보다 적거나 같을 경우(W≦k1), β값은 1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건 k1보다 적은 값에 고려대가 원하는 특목고나 일류고 학생들이 포진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k2도 비슷합니다.

k3는 조금 다른 뜻입니다. 이건 [산식 1]과 [산식 2]를 누가 적용받는지 원점수의 표준점수(Y)를 가지고 결정한 기준입니다.

고려대학교는 원점수의 표준점수(Y)가 1.226528(이하 1.226) 이상인 경우와 미만인 경우를 구분하여 [산식 1]과 [산식 2]에 따라 각각 계산합니다. 이 때 k3값 1.226은 상위 11%를 의미합니다. 정규분포곡선에서 1.226의 값은 누적확률 상위 11% 선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위 11%는 현행 내신과 수능의 등급 구분법에 따르면, 2등급까지입니다.

즉, 고려대는 원점수의 표준점수를 가지고 학생들을 다시 줄세웁니다. 그리고 상위 11%까지는 [산식 1]을, 나머지는 [산식 2]를 적용한 겁니다.

그런데 원점수의 표준점수가 1.226 이상이 되는 경우가 특목고나 일류고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특목고와 일류고의 평균이 높기 때문입니다. 앞서 일반고와 특목고의 경우를 사례로 들었는데, 그 학교 평균과 표준편차를 가지고 원점수의 표준점수 1.226가 나오려면, 각각 95.68점과 103.52점을 원점수로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행 내신은 100점 만점이라서 103.52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표준점수가 1.226이 나오려면 표준편차가 20점일 때에는 학교평균이 75점 이하여야 하고, 표준편차가 15점이라면 평균이 80점 이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평균이 75-80점 정도나 그 이하인 경우는 대부분 일반고입니다. 물론 표준편차가 10점이고 평균이 87점 이하이면 표준점수 1.226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의 원점수는 100점입니다. 즉, 특목고나 일류고에서도 가능하지만 일반고에 비해서는 많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산식 1]은 대부분 일반고나 ‘비일류’ 특목고 최상위권 학생에게 적용됩니다. 평균이 낮고 표준편차가 많은 학교의 최상위권일수록 [산식 1]에 따라 조정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원점수의 표준점수에서 일정 수치(α1×β×|Z*|)를 감한 점수, 또는 k3 1.226값 중에서 보다 높은 점수(Maximum)로 조정됩니다. ‘둘 중 높은 점수’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원점수보다 낮게 조정되거나 β가 0일 경우에 한해 현상유지만 됩니다.

일반고나 비일류 특목고 최상위권 학생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산식 2]의 적용을 받습니다. 즉, 원점수 표준점수에 ‘α2×β×|Z*|’를 더한 점수와 k3 1.226값 중에서 적은 것(Minimum)으로 조정됩니다. 그런데 ‘둘 중 적은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원점수가 올라갑니다.

원점수의 표준점수가 0.2인 학생은 [산식 2]의 적용을 받는데, ‘α2×β×|Z*|’를 더한 점수가 0.4라고 치면, k3값 1.226보다 적기 때문에 0.4로 조정됩니다. 하지만 원점수의 표준점수 0.2에 비해서는 0.2만큼 증가한 것입니다.

이처럼 [산식 2]의 적용을 받으면 전체적으로 점수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 때 특목고나 일류고 학생이 보다 유리합니다. ‘α2×β×|Z*|’가 더해지는데, α2는 상수 3/4으로,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부여됩니다.

하지만 가중치 β는 특목고나 일류고 학생일수록 1에 가깝고 일반고생일수록 0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특목고생은 일반고생에 비해 β값이 큽니다.

두 번째 가중치인 학교평균 표준점수의 절대값 |Z*|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균의 표준점수 절대값은 특목고생이나 일류고생이 일반고생보다 큽니다. 물론 절대값이라서 평균이 낮아 -1.2나 -1.5처럼 음수인 경우도 이득이 아닌가 여길 수 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때는 β가 0에 가까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산식 2]에서 원점수의 표준점수(Y)에 부가되는 ‘α2×β×|Z*|’값은 특목고생이나 일류고생이 훨씬 큽니다. 최대치로 하면, ‘3/4×1×3.0’ 하여 2.25입니다. 물론 [산식 2]의 상한선은 k3값 1.226이기에, 실제로는 원점수 표준점수까지 더해서 1.226까지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비교과가 남아있기 때문에, 가령 특목고나 일류고생 5등급을 2등급이나 3등급으로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만약 [산식 2]가 모집요강에 나와있는 대로 마이너스(-)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특목고생이나 일류고생이 큰 폭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탈락합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라는 부호 하나 차이일 뿐인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옵니다.

[산식 1]과 [산식 2]의 상수값 α가 다른 것도 재밌습니다. 각각 1/4과 3/4으로 3배 차이가 납니다. 최상위층 내리는 것은 적게, 중하위층 올리는 것은 보다 많이 한 겁니다. 일반고 상위권은 그대로이거나 적게 내리는 동안, 특목고와 일류고 학생은 큰 폭으로 올린 셈입니다.

   
  ▲ 정규분포곡선에서 누적확률 그림

이 과정들이 모두 경과하면, 조정된 표준점수 V값(사실은 거의 새로 만든 표준점수)이 나옵니다. 다음은 간단합니다. 정규분포곡선의 누적확률에 근거하여 100점 만점에 새로운 점수(Q)를 부여합니다. 예컨대 조정된 표준점수 V가 0.92이면, 표준정규분포곡선의 누적확률 82.12%가 그대로 새 점수 82.12점이 됩니다. 이걸 교과별로 합산한 후 다시 줄세우고 등급을 매깁니다.

결국, 고등학교에서 매긴 등급은 간데 없고, 고려대가 새로운 등급을 매긴 겁니다. 그리고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가 적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일수록 더 많이 올라갑니다. ‘내신 무력화’와 일류고 우대가 벌어지는 겁니다.

특목고 우대는 아니나, 학교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가 적은 ‘일류고 우대’입니다

고려대는 그동안 “특목고 우대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평균은 높고 표준편차가 적은 학교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므로, 정확하게는 ‘특목고 등 일류고 우대’입니다. 내신부풀리기로 평균이 높은 일반고도 있지 않은가 여길 수 있지만,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뀐 이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고려대는 또한 “고교등급제도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이것 역시 틀린 말은 아닙니다. 고교등급제를 “학교 ‘이름’에 따라 일괄적으로 가점 또는 감점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아주 깐깐하게 정의하면, 고교등급제가 아닙니다. ‘학교이름’에 따른 것도 아니고, ‘같은 값의 일괄 부여’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고교등급제 맞습니다. 고대 방식에서는 특목고나 일류고라 하더라도 과목에 따라 평균과 표준편차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한 과목의 학교 평균과 표준편차에 따라 가중치가 부여됩니다. 일류고생이라 하더라도 과목에 따라 가중치가 다른 겁니다.

그러나 학교 평균과 표준편차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주는 원리이기 때문에, 학교 전체의 점수를 보고 일류고를 우대한 ‘고교등급제’입니다. 학교의 예전 성적이 아니라 현재 점수를 활용한 ‘새로운 고교등급제’인 겁니다.

고등학교에서 매긴 원등급을 버리고 새 등급을 만들면서 고려대는 3번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3번의 과정 모두 학교평균과 표준편차를 활용했습니다. 이건 몇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표준점수를 구하는 첫 단계에서 학교평균과 표준편차를 활용했는데,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에서도 또 사용했습니다. 학교평균과 표준편차를 동등화하기 위해 표준점수를 구했으면 그것으로 끝인데, 가중치를 만들고 주는 과정에서 계속 활용합니다.

둘째, 학교평균과 표준편차 활용 자체의 문제입니다. 평균과 표준편차는 응시생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점수이기 때문입니다. 학생은 자신의 원점수만 제어할 수 있습니다. 가정배경이 좋고 열심히 공부하면 원점수가 올라갈 것이고, 경제력과 정보력이 부족한 집안이면 떨어집니다. 이건 그래도 학생 자신이나 가족의 범위 안에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평균과 표준편차는 학생 자신의 원점수가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 결정합니다. 학생 자신과 무관한 겁니다. 이걸 가지고 학생의 원점수를 변환하거나 새로 만들면 일종의 ‘연좌제’가 됩니다. 따라서 학교 평균과 표준편차 활용은 신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고려대는 대놓고 ‘연좌제’를 했습니다.

물론 수능에서도 표준점수를 구합니다. 하지만 이건 선택형 수능으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만 조정합니다. 두 번 세 번 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수능의 평균은 학교 평균과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국가가 출제하고 모든 학생들이 시험을 보는 수능에는 학교 변수가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평균은 그 자체가 학교 변수입니다. 학교변수를 가지고 가중치를 주는 건 ‘학교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간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등급 보정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원서를 넣는 학생, 학부모, 고교 교사의 기대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5등급은 5등급으로 점수 처리되거나 보정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소폭 조정되어야 합니다.

누구는 5등급에서 2등급으로 올라가는데, 누구는 그러지 못하고, 그 이유가 학교 평균이나 표준편차 때문이라고 한다면, 탈락한 학생은 억울합니다. 더구나 ‘내신으로 학생을 뽑는’ 전형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부호 하나만 ‘살짝’ 바꿔, 합격생과 불합격생을 뒤바꿉니다

고려대의 발상은 신선합니다. 학생부의 성적 표기 방법이 바뀌자마자 발빠르게 대응하는 ‘속도’도 보여줍니다. 방식은 창의적입니다. 하지만 일류고를 우대하기 위해 몇 가지 통계기법을 동원하고 산식을 만들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학생을 뽑는 과정이 아니라 가르치는데 쏟아붓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모집요강과 추가소명서에서 [산식 2]가 다르고, 모집요강이 아니라 추가소명서에서 밝힌 [산식 2]대로 고려대가 교과 등급을 새롭게 만들었는데,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실수, 오해, 단순사고? 아니면 마술일까요?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표준점수니 평균이니 가중치니 뭐니 잔뜩 했어도, 고려대가 적어도 모집요강대로만 했으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었을 겁니다. 특목고나 일류고의 중하위권이 합격하는 일은 적었겠지요. 일반고 상위권이 탈락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마이너스(-) 부호를 플러스(+)로 처리하여 합격생이 대거 뒤바뀌었습니다. 단 하나의 부호로 인해 떨어져야 할 학생이 붙고, 붙어야 할 학생이 떨어진 겁니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실수, 오해, 단순사고? 아니면 마술일까요?

그나저나 대교협은 뭘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고려대의 추가소명서를 봤을텐데 말입니다. 물론 추가소명서를 제대로 봤건 말건, 그것의 의미를 알았든 몰랐든 대교협은 상관없을 겁니다. 본고사는 ‘대학별 고사’의 형태로, 고교등급제는 ‘개인과 학교의 특성 반영’의 형태로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교협 안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교협은 고대의 방식을 ‘학교의 특성 반영’ 형태로 인정하면 그만일 겁니다. 그리고 교과부야 ‘가재는 게 편’ 아닙니까.

한동안 고려대, 대교협, 교과부 등 삼형제가 낸 숙제 때문에 답답하고 피곤하고 억울하고 그랬을텐데요. 숙제를 풀었으니, 이번에는 삼형제에게 과제를 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뭐가 좋을까요. 일단 모집요강대로 통계를 다시 돌려 합격생과 불합격생이 얼마나 뒤바꿨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책임’이 적당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그런데 참,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부분에서 애매모호하나, 만약 사기라면 어떻게 되나요?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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