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문화계를 경악시킨 유인촌?
        2009년 03월 19일 07: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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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일부터 시작된 한국의 국립오페라 합창단 해체, 해고 반대 농성과 시위 소식은 프랑스 문화계를 놀라게 하는 사건이 되고 있다. 서울에서 벌어진 무단 해고와 합창단 해체 과정을 듣는 프랑스 사람들은 하나같이 있을 수 없는 혹은 이해 불가능한 코미디라고 반응한다.

    국립오페라 합창단 해체에 "이해못할 코미디"

    특히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만난 프랑스의 오페라 합창단원들은, 한국의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지난 13일 투쟁 중인 합창단이 거리 공연 모습을 보고 “전 세계에 오페라 합창단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그럼 우린 누구냐”며 어이없어 했다.

    그들은 “그런 얘기를 하는 장관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냐”며 거듭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파리에는 라디오 프랑스 국립 합창단과 파리 국립 오페라 합창단 등이 있으며 리옹, 마세이유, 아비뇽 등 프랑스 전역에 걸쳐 완전 고용이 실현된 국립 오페라 합창단이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노동조합총연맹(CGT) 공연예술분과 클로드 미셸 위원장. 오른쪽 아래 최민식이 스크린쿼터 반대시위를 하는 사진이 눈에 띈다. 

    현재 파리에 거주하는 진보신당 당원들은 국립오페라 합창단의 투쟁 소식을 듣고, 힘들게 싸우는 단원들과 협력하여 프랑스의 문화계 및 언론들을 접촉하며 이번 사건의 부당함을 알림과 동시에 연대의 힘을 모아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과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 두 곳의 전용 극장에서 오페라가 공연되는 바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파리 국립 오페라 합창단원들은 지금 멀리 한국에서 벌어지는 해고와 한국 오페라 단원의 열악한 고용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에 연대를 표하기 위하여 지지 서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 노동조합총연맹(CGT) 공연예술분과 클로드 미셸씨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접하고 한국의 오페라 합창단을 위한 영상편지를 보내 왔다. 그는 영상편지를 통해 “한국 국립오페라 합창단원들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난폭하게 해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런 결정에 우리는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고, 합창단원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합창단원들 연대 위한 서명

    그는 “중요한 것은 능력에 대한 인정을 획득하는 것과 예측할 수 없고 불안정한 고용이 아닌 더 좋은 조건에서 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사회적 영역과 문화적 영역 에서 우리는 모두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로드 미셸씨는 지난 2006년 칸에서 배우 최민식씨와 함께 스크린쿼터 반대 시위를 함께 하기도 했으며, 그 해 10월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FTA와 문화다양성협약에 관한 컨퍼런스에 발제자로 나서는 등 이미 한국의 문화 예술에 대한 연대 투쟁을 벌여왔다.

    클로드 미셸씨는 이번 오페라 합창단 해고와 관련하여 영상 편지 외에도 노동조합총연맹의 공연예술분과위 명의로 ‘해고된 국립오페라합창단 소속 42명 단원들의 복직 및 안정적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의 도입, 그리고 단원들의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위하여’를 발표하였다.

    (동영상 출처=’유로진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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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CGT 공연예술분과위원장 성명서>

    부당 해고된 국립오페라합창단 소속 42명 단원들의 복직 및 안정적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의 도입, 그리고 단원들의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위하여

    예술가, 문화 관련 전문 인력들을 연합하는 공연노조동맹의 책임자로서, 저는 대중과 공공기관에 국립오페라합창단의 42명 단원들의 부당 해고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기를 이렇게 호소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 한국, 한국 문화, 한국 예술가들의 친구로서, 이러한 조심스러운, 그러나 원론에 입각한 단호한 ‘참견’을 감히 무릅쓰고자 합니다.

    프랑스,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단결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던 저는,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발전적인 창작활동에서도 역시 개인의 재능과 특별함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크게 동의합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임시성’이 예술가들에게 있어 불가피하고 절대적인 고용의 조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예술가들의 노동계약에 관련된 매우 높은 단계의 사회적 제도의 마련과, 그들의 임금, 사회보장과 같은 사항들이 예술가들의 직업 생활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노동, 지식과 노하우, 그리고 창작성의 심화에 대한 일종의 보장이라고 간주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처럼 재능 있는 42명의 합창단원들의 복직을 주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후원의 의사를 표명하고자 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합창단의 단순 복직을 넘어, 합당한 보수, 정규직 계약을 보장하는 사회적 제도의 확립만이, 예술 창작에서 필수 불가결한 이 합창이라는 오랜 예술 활동의 기반을 탄탄히 해줄 첫번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권력은 결국 스스로의 올바르지 않았던 결정들을 철회하여 명예를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은 세계 다양한 문화들 가운데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여줄 능력 있는 정식 합창단원들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수많은 문화, 공연 전문가들을 대표하여 한국 문화부에 이러한 ‘건설적인 이견’을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라며, 또한 국립오페라단의 발전과 국제적 문화교류에 대한 참여를 지속하기 위하여 활동 재개와 부양에 힘을 기울여 주시기를 간곡히 청원합니다.

    클로드 미셸
    노동조합 총연맹 공연예술분과 위원장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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