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을 국유화하라
        2009년 03월 17일 09: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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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국유화’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 국유화는 첫째, ‘빨갱이’의 단어라 해서 이념적으로 봉인됐었고, 둘째, 비효율로 인한 망국의 지름길이라 해서 실용적인 차원에서도 금기였다.

    모든 것을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이념적으로도 온당하며, 실용적으로도 이익이라는 주술이 횡행했었는데, 그것이 김대중 정부 이후 닥쳐온 민영화의 광풍이다. 시장화를 민영화라 하는 것은, 국가의 지배가 아닌 민간의 창의에 의한 자율적 행위라는 의미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주술을 전파, 강요하는 진원지인 미국에서 요즘 국유화라는 불온한 단어가 살아나고 있다. 그것도 시장화의 꽃인 금융부문에서 말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으며, 이와 정 반대의 철학을 고집하는 이념-실용 정권 이명박 정부 치하에서 특히 화제가 되고 있다.

    레이건 정부 이래 모든 것을 ‘민간의 창의에 의한 자율’에 맡겼더니 빈익빈부익부와 버블만 심화되다가 결국 공황이라는 파국을 맞은 것이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극소수의 ‘민간’은 천문학적인 부자가 됐으나, 대다수 ‘민간’의 민생은 파탄을 면치 못했다.

    자율적인 체제는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민간에게 이렇다 할 서비스를 제공해주지 못한 것이다. 즉, 이념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실용적인 차원에서도 민영화라는 주술은 파산선고를 맞고 있다.

    교육에도 민영화의 광풍이

    교육에서 민영화라는 주술이 발현된 대표적인 것이 ‘국립대 법인화’다. 이것은 노무현, 이명박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안이다. 노무현 정부는 자신들의 명운을 걸었던 행정수도에 국립대를 배제하면서 교육 민영화의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 2007년 열린 국립대법인화저지범국민결의대회 (사진=전국대학노조)

    노무현 정부의 시장화 드라이브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따라가던 열린우리당이 답답했었는지, 한 국립대 법인화 토론회엔 한나라당 의원과 대형 신문 논설위원이 직접 나와 참여정부의 국립대법인화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물론 국립대 당사자들이 공청회에 나와 반대하며 참여하는 것은 경찰이 끌어내버렸다. 이런 게 민영화 광풍이다.

    노 대통령이 경찰폭력을 앞세워 감행한 한미FTA 협상 당시, 그가 다른 협상 내용엔 만족하나 교육 부문이 덜 개방된 것을 불만족스러워 했다고 언론에 보도됐었다. 교육개방은 미국의 교육사업자가 한국에 와서 교육돈벌이를 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것을 통해 한국 교육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민영화하려 한 것이다.

    국내적으로만 민영화해도 차후에 이것을 거스르기가 매우 힘들다. 일단 소유권이 민간으로 넘어간 다음에는 국가가 다시 찾아올 길이 난망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민영화해서 외국 사업자가, 그것도 세계 최강국 사업자가 돈벌이를 하고 있을 때 그것을 막는 것은 더욱 힘들다. 즉, ‘역진 불가능’한 민영화를 꿈꿨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교육 민영화는 ‘또박또박 악랄하게’ 추진되고 있다(또박또박 악랄하게는 한때 ‘노빠’들이 사랑했던 표현임. 이제는 코미디가 돼버린 이야기). 국립대법인화가 고등교육부문 민영화라면, 자사고는 중등교육부문 민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또박또박 악랄하게’ 나가면 ‘자사초’까지 등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초고액 사립 유치원부터 초등-중등-고등교육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교육민영화, 그들에겐 천국 / 국민에겐 지옥이 도래한다.

    교육을 국유화하라

    ‘그들에겐 천국, 국민에겐 지옥’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앞에서 극소수만 천문학적인 부자가 되고 대다수 민간은 파탄에 직면했다고 했던 그 구조와 겹친다. 민영화된 교육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돈지랄’이다. ‘돈지랄’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 부자들뿐이기 때문에 교육 민영화는 그들에게만 천국이다.

    반면에 절대 다수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 자영업자들에겐 지옥이 도래한다. 일차적으로 부자들 ‘돈지랄’을 따라하다가 교육비 부담 때문에 지옥을 맛보고,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이 삼등 국민 신세로 자라는 걸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절망에 빠진다. 교육 민영화는 국민의 자식들을 부모의 재산에 따라 정확히 귀족과 천민으로 가를 것이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각 나라의 출연자들이 등록금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미국인 출연자가 자기 나라의 대학 등록금은 수천만 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 돈 아끼려고 한국으로 유학 왔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때 핀란드 출연자가 자기 나라에선 대학 등록금이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경악하던 미국인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교육 민영화는 한국인을 그 미국인 신세로 만들 것이다. 오직 국유화만이 우리 국민을 예정된 도탄으로부터 구출할 수 있다. 여기서 국유화라 함은 학교 소유권의 100% 몰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교육을 국가재정으로 책임지는 모든 형태의 정책을 통틀어 ‘광의의 국유화’를 말하고 있다.

    일단 자사고와 국립대 법인화를 전면 폐기하고 등록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국립대의 양과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등록금 제도를 없애자고 하면 사려 깊은(?) 우리 국민들은 국가재정 걱정을 한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좋다. 이미 우리 국가는 재정이 남아돈다고 연간 수십 조 규모의 감세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만 취소해도 돈은 충분하다.

    실용적인 차원에서 보더라도 민간 학교들, 즉 사립학교가 국공립학교보다 더 나은 교육을 국민에게 제공한다고는 볼 수 없다. 사립 일류대들은 요즘 고교등급제로 국가기강을 흔들고 있다. 민간기업처럼 이익극대화에 혈안이 된 것이다.

    그것은 교육을 파국으로 몰아 국가의 교육경쟁력을 실추시킨다. 신해철을 비롯해,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더 낫다는 주장이 횡행하는데, 사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입시교육’이고 그것은 국가의 종양이다.

    그러므로 이념에 의한 봉인만 걷어낸다면 어느 모로 보나, 즉 민생의 차원에서 보나 국가교육의 건전성이라는 실용적인 차원에서 보나 교육 국유화라는 대원칙을 우리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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