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유주의는 자연 해체되지 않는다"
        2009년 03월 17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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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면 경제위기의 성격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볼 때 자신의 고유한 과잉생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수요위주’와 ‘공급위주’ 두 가지 방향에서의 접근법을 차례로 실험하였다. 그 중 신자유주의는 공급위주이론으로서, 앞서 살펴본 ‘유효수요’이론에 바탕을 둔 케인즈주의와는 그 원리 면에서 대별되는 위치에 있다.

    80년대 이래의 현대 신자유주의는 "공급은 그 자신의 수요를 스스로 창출한다" 라는 19세기 초 프랑스의 고전파 경제학자 세이의 명제에 대한 신앙을 여전히 그 기초로 삼고 있다. 정부는 각종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낮추면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이에 따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복지비용도 줄일 수 있으므로, 공급 쪽의 접근법으로 성장과 복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라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실제로 정보과학기술혁명의 조류와 우연히 맞물리면서, 신자유주의의 공급위주정책은 90년대 대대적인 신흥 정보기술산업에의 투자를 통해 클린턴정부의 장기 호황을 가져오는 등 일시 성공을 거두는 듯하였다. 이 시기 한 때 ‘신산업주기론’ 이니 ‘불황소멸론’ 등의 신경제용어가 유행처럼 등장하기도 하였다.

    ‘불황소멸론’ 등 한때 유행

    그러나 200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터지기 시작한 IT버블의 붕괴는 이러한 투자수요촉발에 의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성장의 한계를 드러내 주는 것으로, "공급은 그 자신의 수요를 스스로 창출한다" 라는 명제가 얼마나 근거 없는 신앙에 불과한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새로운 경제위기가 피할 수 없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적신호이었다.

    IT투자에 의한 수요창출이 한계에 이르자, 신자유주의적인 방식에 의해 새롭게 시도된 것이 금융기법을 통한 ‘가假수요 창출’이다. 이는 "부자들에 대한 세금징수적 방법의 직접적 수탈"을 회피하는 그들만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소비자 대출과 파생상품을 결합한 금융기법에 의해 중산층 이하의 저소득 계층의 가상적 부의 증대효과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소비자금융은 원래 ‘평생소득이론’에 기초하여 미래소득과 현재 소비 양자 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미래 소득이 불확실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계층에 대한 대출은 그야말로 오로지 미래에 예상되는 주택 등과 같은 대출담보자산가치의 상승만을 전제로 한 모험적인 대출방식이다.

    이는 대출담보자산이 거꾸로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음으로써 애초부터 그 위험성이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방식의 ‘가假수요 창출’은 결국 금번 서브프라임 위기를 통하여 허구적 수요에 불과함이 드러났다.

    부자에 대한 세금징수를 통해 빈곤층으로 부를 직접적 이전함이 없이 ‘유효수요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던 신자유주의자들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음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금번 경제위기가 의미하는 것은 공급위주 접근을 한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실천적 파산이다.

    2) 세계체제로서의 신자유주의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점은 지금의 신자유주의는 이미 일부 경제학자들의 이론적 주장이나 일국적인 정책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세계체제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소비시장’으로서의 미국을 정점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질서가 그것이다. 이러한 질서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해독하는 일이다.

    미국은 단일 세계패권국가의 위상을 유지키 위해 방대한 군사비 지출 등 막대한 재정수요가 존재함에도, 기업과 재산소유자들에게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부가세와 같은 간접세제도 실시하지 않음으로 해서 만성적인 재정적자의 구조를 갖고 있다.

    통상의 경우 재정적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는 이를 메꾸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중앙은행이 이를 직접 인수할 경우 신규 화폐 발행을 하는 셈이 되어 인플레이션 요인이 되므로, 보통의 경우 이를 피하기 위해 기존의 시중 통화량으로 이들 국채를 소화하도록 한다.

    한정된 시중의 통화량이 국채매입을 위해 사용되면 시중의 통화 공급이 상응한 만큼 줄어들어 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 이는 그만큼 기업의 투자수요와 민간소비수요를 위축 시키는 작용을 하게 되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장률 둔화는 늘어난 재정수요만큼의 민간경제활동을 축소시킴을 통해 거시적 차원에서 일국의 국민경제가 균형에 도달해가는 자연스러운 시장운동논리에 다름 아니다.

    미국=세계기축통화 발권국가

    하지만 미국은 세계기축통화로서의 발권국가라는 지위를 남용, 달러지폐를 충분히 찍어내는 식의 시중 유동성의 과잉공급을 통해 자국의 재정적자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여타 국가와는 달리 이러한 과잉 유동성 공급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것은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성격 때문이다.

       
      

    즉, 국내 과잉 발행된 달러지폐는 해외 수출국으로부터 상응하는 상품공급을 발견할 수 있기에 그 화폐구매력을 잃지 않는다. 미국인은 충분하고도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자국 화폐를 가지고 수출 주도국(일본, 중국, 한국, 중동 산유국 등)들로부터 필요한 상품을 마음껏 수입하고 이를 결재할 수 있다.

    달러를 손에 쥐게 된 해외 수출국들은 손에 쥔 달러를 그냥 모셔둘 리는 없다. 무언가 이 달러를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을 요구하게 되는데, 미국은 이러한 해외에 살포된 달러에 대하여 투자 상품을 공급할 수 있어야 앞서의 게임은 지속될 수 있다.

    미국이 공급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은 자국 내 자산이고, 이 자산은 크게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경상수지=자본수지’ 등식이다.

    즉 미국은 경상수지부문에서의 적자를 통해 달러를 방출하고, 자본수지부문에서의 흑자를 통해 달러를 다시 끌어들임으로써 해외시장균형을 달성한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국채, 주식 그리고 최근의 서브프라임과 같은 주택채권 또는 이와 관련한 파생상품 등의 금융상품을 해외 달러보유국(수출국)들에 끊임없이 제공해 왔다.

    일단 미국과 기타 세계 다른 나라 간에 ‘경상수지=자본수지’등식이 이상과 같이 구축되면, 이것은 순환 강화되는 자기 논리를 갖고 세계의 기본적인 경제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즉 미국은 세계상품 소비시장으로서 그리고 금융자산의 공급자로서, 다른 나라들은 상품공급과 미국 금융자산의 수요자로서 규정되는 질서이며, 이러한 체제의 근원에는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가 자리 잡는다.

    이 재정적자는 기원적으로 미국민의 복지예산비용뿐만 아니라 방대한 군사비 지출, 이를 위한 끊임없는 전 지구적 차원의 분규의 발생 등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교묘한 자본주의 과잉생산문제를 일정 해소할 수 있는 세계질서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인 세계체제는 금번과 같은 한 번의 금융위기로 자연 해체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비록 주기성을 타기도 하지만, 그러나 끊임없이 반복 생산될 수 있는 자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모두를 포로로 만든 신자유주의

    이러한 생명력은 첫째, 케인즈주의가 세금을 통해 부자로부터 직접 부를 빈곤층으로 이전시켜 자본소유자의 반발을 사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본성에 반하는 정책임에 비해,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부자들의 재산을 직접 건드리지 않으며 , "투자에 의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보존" 이라는 순위에서 보여지듯, 자본의 이윤이 확보된 후라야 노동도 생존할 수 있는 완전히 친자본주의적 정책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 같은 논리는 세계상품소비국으로서의 미국과 상품공급국으로서의 다른 나라 양쪽에 모두 친화적이다. 왜냐하면 세계는 여전히 자본 소유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인데, 미국 등의 세계소비시장 점유율을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은 각국 자본이 자국 내에 국제시장의 무한경쟁논리를 앞세워 신자유주의정책을 관철할 수 있는 좋은 사회적 토양을 공급한다.

    셋째, 일단 이 같은 세계경제질서가 구축되면 어느 나라도 자의로 이 사슬을 이탈할 수 없는 내부 구속력을 갖는다. 수출 주도국들은 미국이 지속적으로 소비를 창출해 주어야만 수출을 계속하여 자국 경제성장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되는데, 만약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게 되면 수출 주도국도 함께 경기침체를 겪게 된다.

    넷째, 이 같은 세계체제가 일시적으로 금번과 같은 금융위기를 맞아 흔들릴 수도 있고, 당면한 위기타개를 위해 케인즈주의가 부분적으로 득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위기에 처할 때 다른 나라는 더욱 심각한 위기상황을 맛보게 되며, 위기극복도 지금과 같은 체제하에선 미국이 가장 빠를 수밖에 없기에, 경기침체기가 일정 지나가면 신자유주의의 망령은 다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세계체제로서의 신자유주의를 살펴보았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노무현 정권이 왜 신자유주의에 전혀 저항할 수 없었는지를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일국차원에서 노무현 정권이 이런 세계체제로 부터 일탈하여 내수주도형 경제를 시도한다든지 등의 일련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렇게 되면 먼저 자국내 삼성, 엘지, 현대 등 주류적인 자본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이들은 대미 FTA협상에서 보듯 기존 세계체제에 이미 익숙해 있고 기본적인 이해가 일치한다. 그 다음 더 큰 반발은 어디에서 올까? 내수수요 확대를 위해선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려 하면 전체 부유계층의 조직적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부유계층의 투자의욕은 저하되고, 오늘날의 금융국제화 조건에서 해외로의 자금이탈은 대규모로 나타나 경제위기국면의 출현과 함께 정권의 단명을 재촉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자유주의의 진정한 극복은 가능할까? 유일한 해답은 먼저 소유제 개혁이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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