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성장 의미 자체를 바꿔야 한다
        2009년 03월 16일 05: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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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좌파당의 경제 대안을 소개한 지난 기사 이어 이번에는 유럽녹색당의 경제 대안을 소개한다. 아래 내용은 작년 10월에 발표한 유럽녹색당의 ‘유럽을 위한 녹색 경제 비전’ 중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이 문서는 미국 금융 위기가 막 시작될 시점에 발표됐기 때문에 세계 경제 위기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 유럽녹색당의 회원들이 오스트리아 의회 앞에서 현수막을 펼쳐들고 있다

    하지만 유럽녹색당의 경제적 지향과 처방의 기본 골격은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아래에서는 주로 유럽좌파당, 유럽사회당 같은 유럽의회 내 다른 범좌파 정파들과 구별되는 유럽녹색당만의 독특한 내용을 중심으로 발췌, 번역했다.

    참고로 유럽녹색당에 속한 주요 정당들은 다음과 같다: 독일 녹색당, 프랑스 녹색당, 이탈리아 녹색동맹, 오스트리아 녹색당, 네덜란드 녹색좌파, 영국 녹색당, 스코틀랜드 민족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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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 경제는 다원 경제다 

    녹색당의 경제 비전은 일종의 혼합경제 구조다. 이 혼합경제에서는 유급 노동을 활용하면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각기 다른 세 가지 방식이 지속적으로 공존하면서 가치를 생산해야 한다.

    첫째는 공공 기구와 공기업들이다. 둘째는 주로 이윤 추구에 따라 움직이는 사기업들이다. 셋째는 이윤 추구 외의 목적이 중심인 사기업들, 즉 흔히 사회적 경제나 비영리 부문이라 불리는 결사체, 협동조합, 상호부조 기업들이다. 이 마지막 부문은 ‘1인 1표’와 같은 민주적 원리에 따라 조직된다. 각 부문은 각자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유럽 경제는 이미 어느 정도는 혼합경제다.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사회적 경제(혹은 비영리 부문)가 GDP의 10%에 달하며, 또 다른 일부 국가들에서는 공공 지출이 GDP의 50%에 달하거나 그것을 넘어선다.

    이윤 추구 경제를 신봉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녹색당은 공공 부문이나 비영리 부문이 장기적으로 삶의 질 향상에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한 이들 부문의 비중이 늘어나는 데 개의치 않는다.

    녹색당은 사회적 경제를 선호한다. 왜냐하면 이 부문에 민주적 실천의 가능성이 잠재해 있고 그래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지원하는 가장 유력한 방식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녹색당, 사회적 경제 선호

    예를 들면, 사회적 경제는 문화나 보건 분야처럼 공공과 민간으로부터 동시에 자원을 동원할 필요가 있는 활동들에 대해 지방 시장 차원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지역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경우처럼 사적 혹은 공공 부문을 대신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

    녹색당은 경제를 녹색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공공 당국은 기준, 유인책, 조세 등을 포함한 새로운 규제 제도들을 구축해야 한다. 공공 당국은 또한 혁신을 장려하고 공공성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켜야 한다. 기업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시민들은, 특히 소비자로서, 상품 선택이나 쓰레기 줄이기 혹은 분리 수거가 공공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시장 경쟁은 그 자체로 목표일 수는 없다. 하지만 서비스 공급의 질을 개선하고 소비자 선택을 보장하며 기본재에 대한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상품 선택 과정에서 그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된 방식이 사회적 환경적 차원과 어떠한 관련을 맺는지에 대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우리 경제의 근본적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자연에 끼치는 부담을 줄이면서 웰빙을 추구하기 위해 생활 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어떠한 노력도 사회의 작동 방식으로부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체제에 발목 잡혀’ 있는 것이다 …

    경제 성장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하자 

       
      

    녹색당은 보다 나은 삶의 질로 인도하는, 사회적으로는 정의롭고 환경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질적 경제 성장을 지지한다.

    우리는 무제한적인 천연 자원 소비에 기초한 경제 성장이 이 제한된 혹성 안에서 결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녹색의 맥락에서 경제 성장이란 평등하고 참된 웰빙 증대를 가져오면서 동시에 천연 자원을 고갈시키지는 않는 경제 활동들을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녹색 대안은 혁신과 지식 그리고 에너지 효율성을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들을 증대시킴으로써 경제 성장을 원자재 및 에너지 수탈로부터 분리시켜내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원자재 소비와 배출 및 낭비는 지구가 견뎌낼 수 있는 수준으로 과감히 감축해야 한다 …

    우리는 성장의 의미를 바꾸길 원하므로 성장의 측정 방식 또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총생산(GDP)이 척도로서 제 역할을 하는지 비판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천연 자원 소모, 질병의 비용, 사회적 박탈의 영향 그리고 인간이 만든 대재앙의 영향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성장의 의미, 측정 방식 바꿔야 한다

    녹색당은 GDP가 경제 활동만을 반영하는 척도라는 점에서 여러 다른 척도들 중의 하나 정도로 취급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사회의 웰빙 수준을 반영하는 대안 척도들을 통해 GDP를 보완해야 한다. 가령 문자 해독, 평균 수명, 성 평등, 유급 노동 및 무급 노동, 보건 ․ 교육 ․ 물 접근권 등의 척도들이 그것이다.

    우리는 정책 결정에 이미 활용되고 있는 이러한 지표들(UN 인간 발전 지표, 지속 가능한 경제적 복지 지표, 순 진보 척도, 경제가 자연에 끼치는 영향 등등)을 선호한다.

    녹색당은 유럽연합의 ‘안정 및 고용 협약’을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반영한 새로운 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우리가 제시하고자 하는 유럽연합 전략의 핵심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온실 가스 배출 감축, 고용률, 아동 빈곤 수준 그리고 천연 자원 소모 수준 등을 결합한 정책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

    녹색 고용 정책: ‘완전 활동’을 향해 

    시민들의 에너지와 창조력을 사회와 시민 자신을 위해 지속 가능한 가치들을 창조하는 데 동원할 수 있을 때에만 경제가 번영할 수 있다고 녹색당은 믿는다. 이러한 동원은 시장의 작동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공공 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

    가치 창조란, 녹색 의미에서 보자면, 물질적 부를 축적한다거나 시장의 활동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화적, 정치적, 예술적, 교육적 그리고 과학적 활동들, 가족의 돌봄, 이런 것들이 모두 공공의 부에 기여한다.

    또한 이러한 가치에 기여하는 모든 활동들이 다 그 대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이 중 다수는 자발적이며 녹색당은 이를 지지한다. 하지만 사회는 이 모두를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 또한 유급 노동과 무급 노동의 분배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유형의 노동의 경제적 가치에서 커다란 성별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활동은 생애 전 기간 동안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현재, 사회로부터 가장 인정받는 형태는 경제의 어느 부문에서든 유급 노동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교육시키고 아이들이나 가족을 돌보며 지역사회에 시간을 투여하는 것 또한 사람들이 생애의 특정한 한 기간 동안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방식들 중 하나다.

    녹색당은 유급 노동을 구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완전 고용’이라는 정책 목표를 지지한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은 이것이 일종의 ‘완전 활동’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중의 권리와 책임 함께 해야

    녹색당은 민중의 권리가 책임과 함께 해야 함을 인정한다. 따라서 우리의 입장은 각 관련 경제 주체들의 책임을 다소간 재규정하게 만든다.

    – 사회는 ‘완전 활동’의 관점에서 만인의 잠재력을 발전시키고 보상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해야 한다.
    – 모든 업종의 고용주들은 실제로 이러한 조건들을 실행하고 차별의 우려 없이 이를 활용해야 한다.

    – 개인들은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하며 사회에 최대한 기여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점점 더 많은 수의 불안정, 비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여성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이익과 권리로부터 배제당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또한 이러저런 이유(질병, 마약중독, 장애 등등)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도 못하는 시민들이 있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응분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유연성과 안전성을 서로 결합시킨다는 구상은 매우 녹색적이다. 하지만 ‘유연안정성’이라는 용어는 너무도 자주 고삐 풀린 유연성과 탈규제의 가면으로 활용되곤 한다.

    유연성은 우리 사회와 경제가 변화하는 세상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국가는 사람들을 경제 변동의 여파로부터 보호하고 높은 수준의 사회적 기준과 노동 조건을 보장할 책임을 지닌다. 따라서 녹색당은 안정성이 유연성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녹색당은 노동자와 사용자를 대변하는 사회적 대화의 강력한 제도화가 이러한 정책 목표들 사이의 올바른 균형을 보장할 핵심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사회적 대화가 노동시장의 규칙과 정책 수단(계약 조건, 임금, 복지급여 등등)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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