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타적 지지 방침에 목매지 않을 것"
        2009년 03월 15일 07: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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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대표와 부대표를 뽑는 선거 운동이 진행 중이다. 여성 부대표를 제외한 대표와 일반 부대표가 경선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당 안팎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레디앙>은 지난 13일 창원에서 있었던 경남 유세 현장기사를 다소 늦었지만, 현장기자의 기사로 게재한다. <편집자 주>

    3월 13일 금요일 오후 7시, 창원 컨벤션센터(CECO)에서 2009년 진보신당 당 대표단 경남 유세가 열렸다. 안혜린 경남도당 여성운영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유세에는 현재 진행 중인 경남도당 임원 선거에 출마한 이승필 위원장 후보, 전대동, 신천섭 일반명부 부위원장 후보, 송정문 여성명부 부위원장 후보도 참석했다. 

       
      ▲앞줄 왼쪽부터 노회찬, 박김영희, 윤난실, 최현숙 후보. 뒷줄 왼쪽부터 이용길, 정종권 후보. 

    노 대표 "오락가락 민주당 믿지 않아"

    유세가 시작되기 전인 오후 6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노회찬 당 대표 후보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노 후보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울산 북구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로 단일화되면 승산이 없고, 다른 후보면 승산이 있다고 한나라당 쪽에서 보고 있다”며 “거대 여당의 대표가 상대후보가 누가 될지 눈치보는 것 자체가 현재 한나라당이 얼마나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노 대표는 또한 “박희태 대표가 울산북구에 반드시 출마해 MB악법, 부자감세 등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심판받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에 대해서는 “지난 3월 2일 국회에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금산분리 완화, 산업은행 민영화 반대 입장을 철회하고, 미디어법 논의도 한나라당안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합의해 줬다”며, “필요할 땐 반MB전선에 가담하고, 어떨 때는 반MB전선에서 이탈하는 민주당의 행태가 계속되는 한 반MB전선의 미래는 어둡다”고 밝혔다.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통합의 가능성에 대해 그는 “두개로 나뉘어진 진보정치세력에 대해 국민들이 안타까워 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무작정 통합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진보신당 뿐만이 아니라 민노당도 지난 진보정치에 대해 반성과 혁신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의 통합은 과거회귀의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보정당 통합의 시기가 언제가 될 것으로 보냐는 계속된 기자의 질문에 “2012년 총선시기가 진보정치에게 하나의 고민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정치방식이나 여러 가지 혁신에 대해 양당 공히 해나가야지만, 2012년이 그러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이어진 당대표단 후보 유세는 부대표 일반명부 정종권, 이용길 후보, 부대표 여성명부 윤난실, 박김영희, 최현숙 후보, 이어서 당대표 노회찬 후보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노회찬 당 대표 후보 유세. 

    정종권, 젊은 진보, 여성 비정규직이 지지 정당 돼야

    먼저 유세에 나선 일반명부 부대표 기호1번 정종권 후보는 “지역의 현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지역유세의 경험이 소중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진보신당은 과거를 극복하고, 젊은 진보, 여성의 정당, 비정규직이 지지하는 정당”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를 실현시키는 능력을 지닌 리더십이 이번 선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울산북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후보 단일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대중의 분노는 충분하다. 여전히 촛불은 전투적이며 비타협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노를 당선이라는 성과로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라며 “진보신당이 대안의 정당이라는 점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2010년 지자체 선거 전에 반드시 원내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후보 단일화 방식과 관련하여 “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민중경선제 또는 조합원 총투표는 불가하다”며 “두 당의 후보단일화 논의에, 특정정당을 배타적 지지하는 특수관계에 놓인 대중조직이 결정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선거에서 보듯, 자체적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규직 중심에서 비정규직으로, 영세상인으로, 빈곤계층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후보단일화의 방식으로 논의되는 민중경선제는 비정규직, 사내하청 등이 모두 배제되어 있다.”며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후보단일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세장 모습. 

    이용길, 당의 기본부터 바로 세우자

    일반명부 부대표 기호2번 이용길 후보는 “경남 동지들이 후보들 가슴에 달아준 ‘꽃’을 경남도당 송정문 부위원장 후보에게 드린다”면서, “‘집권할 때까지 신나게 투쟁하자’는 송정문 도당 부위원장 후보의 말처럼, 활동하자”고 말해 참석 당원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진보신당은 영화로 보면 예고편”이라며 “어떤 내용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고, 궁금증은 유발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용길 후보는 “지난 민노당 분당 시기를 되돌아보면,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버리기도 했지만, 이른바 ‘진보진영 위기논쟁’이 있었다. 현재의 진보진영의 무력감을 생각해볼 때 앞으로 10년을 꿈꿀 수 있는 토대, 기본체력을 지금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의 기관으로서 중앙연수원을 설립하고 학습하는 운동풍토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부문 당원이 지난 시기 조직적으로 민노당에서 퇴각하지 못하고, 많은 노동자들을 비무장지대에 남겨두었고, 방치”했다며, “민주노조운동 위기에 대해서도 진보정당으로서 책임있는 대안과 끌고 갈 수 있는 지도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여성명부 부대표 후보들의 연설은 ‘경선’이라는 부담 때문인지 약간의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었다.

    윤난실, 투쟁하는 진보신당으로 지역정치, 노동정치 복원해야

    먼저 연설에 나선 여성명부 부대표 윤난실 후보는 “좋은 거, 잘하는 거, 아름다운 것은 따라 배워야 한다”며, 이용길 일반명부 부대표 후보가 송정문 경남도당 부위원장 후보에게 꽃을 전달했듯 경남도당 임수태 고문에게 꽃을 선사해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윤난실 후보는 “지난 진보정당의 성장을 위해 희생한 수많은 공직후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현재 전북의 염경석 후보의 경우 민주노총 전북본부의 1,2,4대 본부장이었으면서도 지역 노동조직이 보여주는 적대적 태도가 가슴 아프다”고 전북의 소식을 전했다.

    윤난실 후보는 “진보신당의 노동정치 복원의 복안은 ‘투쟁하는 진보신당, 함께 하고 변화하는 진보신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주노총 배타적 지지를 상층에 대고 풀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난 시기 노건추에 위임하고, 민주노총에 위임한 노동정치의 책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책임을 이제 진보신당이 직접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보신당을 수도권 정당이라고 얘기한다. 보수정치가 차별하는 지방을 진보정치도 여전히 소외시킨다면 진보정치는 없다”며 “2012년까지 진보신당의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공직후보들을 4수, 5수 시키며 재물로 바쳐서는 안된다. 관성을 벗고 시민들 속에 들어가 투쟁 동력을 모으고, 진보정치를 시민들에게 되돌리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김영희, 진보의 새 역사 길에 바퀴자국 낼 터

    이어 여성명부 부대표 박김영희 후보의 연설이 이어졌다. “서울에서 지나가는 저상버스 보면 다른 장애 동지들에게 전화를 건다. ‘방금, 저상버스 지나갔어’, ‘그래? 오늘 좋은 일 있겠다’라고 대화한다. 바로 서로 공감을 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일화를 건넸다.

    박김영희 후보는 “공동대표 1년 하면서 어려웠다. 진보정치에 대해 어려운 얘기도 많이 한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거기가 거기이다. 결국 소통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김 후보는 “용산참사 당시 사람들은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친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존재를 쳐다보지 않은 경찰에 대해 분노가 일었다. 마찬가지로 진보정치는 사람의 존재, 상대의 존재를 바라보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의 언어, 당원들의 언어, 여성, 장애인, 소수자들의 언어로 소통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런 언어들을 잘 듣는 부대표가 되겠다.”며 “진보의 새 역사를 시작하는 길에는 동지들의 발자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퀴자국(휠체어)도 있다는 거 기억해 달라”며 유세를 마쳤다.

       
      ▲후보에게 질문하는 참석자. 

    최현숙, 무지개 정치로 확장이 필요

    마지막 여성명부 부대표 연설자로는 최현숙 후보가 나섰다. “장애여성 ‘공감’ 동지들이 연극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을 깨뜨리는 경험”을 했다며, “제도화되지 않은 신바람, 젊은 진보, 싱싱한 진보”는 어떻게 가능한지 반문했다.

    “정당은 한 길을 걷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불어 여러 길을 걸어가는 것이 필요”하며 “과도한 자기 중심성만 있으면 원심력은 잃어버리고 구심력만 남는다. 상대방의 언어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확장해야 하며, 진보정치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최현숙 후보는 “무지개 정치 확장이 필요하다. 진보정치의 핵심은 여전히 노동정치지만, 산업현장의 노동정치가 아니라 주거지의 노동정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그동안 노동, 경제에 집중하면서 외면 받아온 생태, 환경, (생활)노동, 생태, 평화 , 인권, 성평등 등이 바로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의 다양한 측면”이라며 따라서 “진보신당의 정치를 확장하는 방법으로 무지개 정치”를 실현하는 후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진보정치 비전 위해 지방선거 적극 대응

    이날 열린 유세의 마지막은 당 대표 후보인 노회찬 후보가 장식했다. 노후보는 “부대표 연설을 5번 들었고, 앞으로 8번 더 들어야 한다”면서 “유세를 거듭할수록 후보들끼리 서로의 생각이 상호침투되는 듯하다. 어제 이 후보에게서 들은 얘기가 오늘은 저 후보의 입에서 다시 나오는 등, 사상 통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해 당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노회찬 당 대표 후보는 “이번 3월 29일의 당대회는 진보정치운동 2기의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비록 지금은 진보신당의 미래가 명료하지 않아 답답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2009~2010년 총력을 기울여 2012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회찬 후보는 당면한 목표로 “2012년 전까지 원내의석을 확보해야 하며,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5%선을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가지는 진보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기 전에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비전을 보여줘야”하며, 이를 위해 “16개 광역시도 대부분에 광역단체장을 출마시키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기초의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실련=금융실명제, 참여연대=재벌개혁과 같이 진보신당 하면 내세울 수 있는 정책 한 두 개를 등록상표화해야 한다”면서, 비정규직 등 일자리 문제, 영세상인 대책, 생태문제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서민, 비정규직, 여성이 인정하지 않은 진보신당은 서민, 비정규직, 여성의 정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회찬 대표는 얼마 전 밝힌 ‘필요하면 민주노총과도 싸우겠다’는 본인의 언급과 관련하여 “조중동처럼 싸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친구로서 도리를 다한다는 뜻의 언급”이라면서 “이전처럼 노동운동과 정당운동의 기계적 구분, 이상한 연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돈이나 대주고, 표 찍기만 하는 관계는 끝내야 한다. 정치세력화는 노동운동 그들만의 몫이 아니다. 노동조합(산별노조) 없이 진보정당만 똑바로 설 수 없다”며 앞으로 진보신당이 “노동운동 혁신에도 책임감 갖고 얘기하고, 노동운동의 문제점 해결에 팔을 걷고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노 대표는 또 노동정치와 관련해서도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풀라고 얘기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배타적 지지 방침에 목매지 않는다. 진보신당 인지도 높이고, 서민들, 노동자들에게 ‘벗’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당 대표 단독 대표체계는 지난 3월1일 당대회에서 한 표 차이로 통과되었다. 당선되더라도 단독 대표체계를 반대했던 대의원들의 뜻을 헤아리면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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