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권파 정파 갈등 강조, 내부 결속
    강기갑 비대위원장?…각 세력 골고루
    [분석과 전망] 통합진보, 마주 달리는 기차 타협점 찾을까?
        2012년 05월 07일 05: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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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선거라는 ‘정치적 뇌관’이 폭발했다. 그 폭발이 어느 정도의 강도, 어떤 범위까지 번지고 확산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5월 12일 예정되어 있는 중앙위원회가 1차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례대표 부정선거와 관련한 당의 공식 기구에서의 결정은 5월 5일 전국운영위가 전자회의를 통해 의결한 ‘비례대표 선거 진상조사위원회에 결과 보고에 대한 후속조치의 건’ 뿐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조속한 사태수습과 12일 중앙위에 보고 후 공동대표단 총사퇴 △순위 명부의 비례 당선자와 후보자 전원 총사퇴 △선거에 대한 공정관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전원 당기위원회에 회부 △차기 중앙위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6월 말까지 새 지도부 선출 뒤 해산 △전국운영위 추천, 중앙위 인준 거쳐 비대위 구성 △진상조사위 보고서의 일부 미흡한 점 인정, 향후 보다 충분한 조사 등이다.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가 일부당원들의 실력행사로 파행을 겪었다 (사진=참세상)

    그리고 5월 6일 오전 유시민 공동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합진보당의 분당이나 조직적 분리는 없을 것이라는 점과 당권파가 전국운영위의 결정을 수용할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을 다시 밝혔다.

    하지만 당권파 성향의 김재연(청년 부문) 비례대표 당선자는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운영위원회의 비례대표 사퇴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5월 7일 오전에는 대표단 회의의 모두 발언을 통해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대표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 밝혔다.

    이정희 대표는 “진상조사위의 조사 보고서는 부실 보고서이다. 부정선거와 부실선거에 대한 논란 이전에 진상조사위의 부실 보고서에 청문회를 갖자”고 제안하면서 부정선거 여부가 아니라 조사 보고서의 부실 여부를 쟁점으로 삼아 국면을 바꾸겠다는 당권파의 입장을 드러냈다.

    유시민 대표와 심상정 대표는 ”이번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논란은 진보정당이 도약하기 위해 과거의 잘못된 관습이나 관행에 대해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진행하겠다.“며 모호하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였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

    갈등과 논란의 핵심은 당 진상조사위가 비례대표 선거를 ‘총체적 부실선거 부정선거’로 규정했다는 것이고, 당권파들은 부실선거와 그에 따른 책임 추궁과 조직 정비 방안은 수용할 수 있지만, 부정선거라고 규정하는 것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실선거’인 경우와 ‘부정선거’인 경우, 문제의 해법과 책임성의 강도는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로 타협하거나 봉합할 여지가 극히 좁은 것이다.

    비당권파로서는 당 내의 권력투쟁이기도 하지만 이미 국민적으로 ‘부정선거 정당’으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통합진보당이 의미 있는 대중정당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책임을 지는 모습과 쇄신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비당권파 성향의 일반 당원들과 자신들의 지지 기반에 대해서도 애매하거나 불충분한 타협책으로는 설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시민 대표의 경우도 구 참여당 당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당권파로부터 전국운영위 결정 정도의 양보를 얻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당권파는 선거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은 지겠지만 ‘부정선거의 낙인’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정선거를 저지른 집단으로 규정당하고, 또 그 책임을 당권파와 특정인에게 몰아가는 것에는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거취 문제는 이들이 중요 핵심인물이라는 점과 국회의원의 지위와 권력에 대한 집착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들이 포함된 당권파가 부정부패 집단으로 규정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더 큰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 수준과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차이가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제3당이 국민적으로 부정선거를 저지른 정당으로 규정되고 있는 현실의 심각성에는 둔감하다. 이들은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자신들이 부당하게 부정선거 세력으로 낙인찍혔다고 항변하고 저항하는 모양새이다.

    전국운영위의 결정에 대해 양 진영은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당권파는 부정선거 규정을 인정할 수 없고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정희 대표의 “진상조사 보고서에 대한 청문회” 발언은 부정선거가 아니라 조사보고서의 부실 여부를 쟁점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이고 정면 대결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비당권파들도 비례대표 사퇴 문제에서 청년부문 당선자과 승계에서 장애인 부문을 예외로 하여 타협의 여지를 열어놓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정치적으로 야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그래서 그 방안은 철회되었다.

    내용적 쟁점

    내용적 쟁점은 첫째 비대위 구성 문제, 둘째 비례대표 1~3번 사퇴와 경쟁부분 후보자들의 사퇴 문제, 셋째는 당권파들의 반발을 조직적으로 규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비대위 구성안이 중앙위에서 통과된다면 당권파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은 없다. 또한 공동대표들이 사퇴한 상태이기에 그 중 일부가 맡는 것도 가능성이 낮다. 그럴 경우 당 내에서 일정한 신뢰를 받는 인물이 맡아야 되는데, 현실적으로는 강기갑 의원에게 책임이 돌아가고, 당권파들을 제외한 당 내의 세력들이 골고루 참여하는 구성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둘째, 1~3번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 권고안은 1번 윤금순 당선자는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남은 것은 2번 이석기 3번, 김재연 당선자의 문제인데 이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후순위 경쟁부문 비례대표 후보들 또한 일괄 사퇴한다는 보장도 없다. 7번 장애인 부문의 조윤숙 후보와 15번 여성부문의 황선 후보는 당권파와 일정하게 연관성이 있는 후보들이기에 동반 사퇴에 대해 낙관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더 큰 문제는 비례대표 당선자와 후순위 경쟁부문 승계자 일부가 중앙위원회에서 사퇴 권고안이 의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퇴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버틸 경우이다. 이럴 경우 비당권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다.

    사진=참세상

    중앙위원회나 당기위원회를 통해 조직 결정을 따르지 않는 이유로 징계를 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데, 이 또한 현재의 당 내 세력관계에서는 쉽지 않다. 그리고 설사 징계를 통해 이석기 당선자를 제압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국회의원의 신분을 유지한다.

    현행 정당법에서는 ‘제명이 아닌 이유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당적을 변경할 때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즉, 출당이나 제명과 같은 극한적인 조치로 당적이 박탈당했을 때 국회의원 신분은 유지하는 것이다.

    내용적으로 현재의 국면은, 전국운영위의 안이 중앙위에서 통과되는 것도 반발 때문에 만만히 않고, 설사 통과되더라도 당권파가 끝까지 저항할 경우 비당권파들이 조직적으로 이들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해결 전망이 쉽지 않다. 더욱이 비대위 구성안이 중앙위 회의에서 우여곡절 끝에 의결되지 못하고, 이정희 대표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에는 더 복잡한 상황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 흐름

    이후 사태 전개를 바라볼 때 세 가지 시점이 중요한 계기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5월 12일 중앙위원회이다. 중앙위원회의 규모는 950여명 가량으로 전국운영위 50명 규모의 10배에 이른다. 현재 통합진보당의 과도체제에서 중앙위원회라는 이름과 형식으로 있는 회의이지만, 사실상 당 대회의 규모와 위상을 가지고 있는 회의이다. 전국운영위 보다는 훨씬 더 큰 조직적 권위와 공식성을 갖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 당권파들은 전국운영위 보다 훨씬 많은 인원들이 공식 발언권을 가진 회의 성원이 되고 또 대규모의 참관인단을 조직하여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중계 등을 통해 회의 자체가 국민들에게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정상적인 회의 진행과 의결 과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

    중앙위원회의 의장은 심상정 대표가 맡고 있다. 그래서 당권파의 심한 반발로 회의가 정상적으로 안건을 처리할 수 없을 경우 지난 전국운영위처럼 ‘전자회의’를 통해 안건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위원회에서 전국운영위의 비대위 구성과 비례 사퇴 권고안이 통과되면 비당권파로서는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면서 이후 국면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고, 그래서 당권파들도 중앙위원회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둘째 5월 30일. 비례대표 사퇴 권고안이 통과되더라도 당권파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불복하거나 당원총투표나 법정으로 문제를 가져가면서 논란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이다. 이때의 중요한 시점은 19대 국회가 개원하는 시점인 5월 30일이다. 5월 30일 이후에는 당선자 신분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바뀌는 것이다. 논란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습은 비당권파가 시도하고 있는 비대위 구성과 비례대표 사퇴를 통해 국민들에게 낡고 잘못된 관행과 단절하고 쇄신과 혁신의 시도가 좌절된 것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비당권파는 중앙위 결정이 있을 경우, 이것을 근거로 비례 당선자와 당권파가 불복할 경우 징계 등의 강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고, 당권파는 또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갈등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셋째 6월말. 당직선거 국면이다. 현재의 전국운영위 안은 비대위의 종료 시점을 6월말로 잡고 있다. 즉 6월말 이전에 당 대표를 비롯한 당직선거를 진행하여 비대위 체제를 종료하고 정상적인 조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위에서 어떤 식으로든 수습안이 통과되고 그 안에 근거한 조치들이 이뤄진 이후에는 당권을 둘러싸고 현재의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선거를 통해 겨루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직선거 이전에 부정선거 논란이 일단락될 수 있느냐이다.

    부정선거 논란이 일단락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 등의 쇄신 조치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당직선거가 진행되고, 여기에 비당권파들이 참여한다면 당의 쇄신이 아니라 당권에 집착하는 것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몇 가지 가능성과 더 중요한 쟁점들

    현재로서는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태가 봉합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가능성은 존재한다. 전국운영위에서 일부가 주장했던 비례대표 당선자 사퇴 중 청년부문을 예외로 하거나 승계에서 경쟁부문 후순위 후보들의 일괄 사퇴가 아니라 장애인 부문의 후보를 예외로 한다는 등의 타협안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마주 보고 달리는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결에 부담을 느끼는 세력들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것은 부정선거 사태에 대한 명분이 있는 해결책이 아닌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을 크다.

    또 하나는 현재까지 비당권파들이 당권파들의 진횡과 독선에 분노하면서 다양한 세력들이 함께 연합하고 있지만, 그 연합이 강하게 유지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민노당계의 울산연합 경우에는 지난 비례대표 선거에서 이석기 후보를 지지하는 등 당권파와 연합한 세력이다.

    그런데 이들은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가 터지고 난 후 당권파들의 독선적인 모습을 보면서 비당권파 연합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이질적인 세력들이 당권파를 비판하는 연합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이후 사태 전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연관된 문제인데, 현재의 갈등 주제가 특정한 정치적 정파적 이슈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상식이라는 점이다. 반북이냐 종북이냐, 자주파냐 아니냐의 대립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상식이 무너진 것에 대한 분노와 비판인 것이다. 그래서 자주파 세력의 상당한 사람들도 당권파의 독선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당권파들은 이 쟁점을 바꾸려고 한다. 이정희 대표의 5월 5일 전국운영위 모두 발언이나 5월 7일 대표단 회의 모두 발언이 지칭하는 것이 이것이다.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당 내 정파 싸움의 문제이고, 당권파에 대한 비당권파의 부당하고 부적절한 권력투쟁이라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많은 비판과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정당 지지 방침을 강행하였다. 지역구 투표에서는 모호하였지만 정당 투표에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단일정당 지지 방침을 밀어붙인 것이다. 그리고 최근의 문제는 바로 그 정당 투표인 비례대표 선거에서 터진 것이다.

    “왜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여러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선거에 통합진보당 지지를 강행했는가? 이런 사태에 대해 민주노총은 뭐라고 할 것인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민주노총은 현재의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태에 대한 큰 책임을 느끼고 당권파들의 독선과 행태에 강하게 비판을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통합진보당 자체에 대한 거부 정서가 조합원 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 대표자들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이나 노동정치의 현재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와 비판이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 지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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