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한겨레, 정부 비정규법 반대 이유
    2009년 03월 13일 09: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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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일을 남의 일처럼 보는 이들도 있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나와 무관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결정하는 일은 자신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경우가 많다.

똑똑하고 깐깐한 유권자가 많아야 정치도 질적 발전을 이루고, 유권자 자신도 윤택한 삶을 살게 된다. 노동부에서 12일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2월 임시국회에서 언론법 논란에 가려 있던 또 다른 쟁점이다.

한나라당도 조심스럽게 다가갔던 현안인데 정부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정부 발표에는 실업 대란에 대한 공포와 귀에 솔깃한 대책이 담겨 있다. 정부가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결단했다고 봐야 할까. 그런 논조로 기사를 내보낸 언론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노동자 고용 안정을 위한 결단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무엇 때문일까. 정부 발표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3일자 1면 머리기사로 정부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을 실었다.  

다음은 13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비정규직 규제’ 풀어 반노동>
-국민일보 <"내달 4~8일 위성발사">
-동아일보 <"박연차씨, 이광재 의원에 5만 달러 여야 의원 여러 명에 거액 건넸다">
-서울신문 <저소득 실업자 40만 가구에 월 83만원>
-세계일보 <북 "내달 4~8일 중 위성발사">
-조선일보 <북 "내달 4~8일 중 위성발사">
-중앙일보 <저소득50만 가구에 월 12만~35만원>
-한겨레 <비정규직 차별 놔둔 채 기간만 4년으로>
-한국일보 <"크로스보팅 확대" 81%>

경향신문-중앙일보, 서로 다른 비정규직법 ‘뉴스분석’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는 13일자 1면에 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뉴스분석’ 기사를 나란히 실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한 두 언론의 관점은 180도 달랐다.

경향신문은 13일자 1면 <‘비정규직 규제’ 풀어 반 노동>이라는 기사에서 “노동부는 12일 기간제와 파견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범위도 확대하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정부 개정안의 핵심은 3가지다. 먼저 비정규직 사용 규제를 대폭 허물었다. 재계가 요구해온 것과 같은 방향이다. 현행 2년인 기간제.파견 노동자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했다. 기간 제한을 아예 받지 않는 단시간 노동의 범위도 현행 주 15시간에서 20시간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정부안대로 하면 정규직 일자리도 비정규직이 대체"

   
  ▲ 경향신문 3월13일자 1면.  
 

법은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렵다. 노동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어떤 의미인지는 언론의 친절한(?) 설명이 없으면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경향신문의 해석은 이랬다.

경향은 “큰 방향에서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되, 여기에 부분적인 정규직 전환 유인책과 차별시정제 보완 조치를 덧붙인 것이 정부안의 골격”이라며 “정부안대로 하면 정규직 일자리도 비정규직이 대체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노동계와 전문가의) 우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의 해석은 달랐다. 중앙은 1면 <비정규직 ‘실업대란’ 다가오는데…국회는 손 놓아 정부가 법개정 추진>이라는 기사에서 “국회에서 처리를 미적거리자 참다못한 정부가 다시 나선 것이다. 4월 임시국회 개정안 제출, 7월 시행이 목표다. 정부는 속이 탄다. 현행법대로 가면 6월로 사용기간이 끝나는 비정규직 근로자 97만 명이 계약해지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국회 처리 미적거리자 참다못한 정부가 나섰다"

   
  ▲ 중앙일보 3월13일자 1면.  
 

중앙은 “정부가 힘든 길을 택한 데는 국회, 특히 한나라당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한나라당에 매달리기보다 정부 입법 과정에서 여론을 움직여 국회를 압박하자는 것”이라며 “법안 개정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면 4월 국회 제출 목표는 무난히 맞출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노사 모두 떨떠름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의 뉴스분석에는 비정규직의 실직 공포가 담겨 있다. 이는 노동부의 설명이다. 서울신문은 1면 <비정규직 고용 2년-4년으로>라는 기사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는 오는 7월 이후에는 100만 명에 가까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개정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한 합리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여당이 미적거리는 사이에 고용 안정을 위한 결단을 한 것일까. 그렇다면 경향신문의 보도 내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중앙은 정부 개정안에 노사 모두 떨떠름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균형 잡힌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양쪽 모두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겨레 "민주노총 ‘대졸 초임 삭감하더니 이제는 비정규직 확대’"

   
  ▲ 한겨레 3월13일자 1면.  
 

그러나 다른 언론이 보도한 실상은 달랐다. 한겨레는 1면 <비정규직 차별 놔둔 채 기간만 4년으로>라는 기사에서 “노동부는 12일 기간제.파견 노동자를 4년까지 고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단축 또는 유지를 요구해 온 노동계는 ‘비정규직법 개악 철회’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혀 노-정 사이에 ‘정면충돌’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3면 <두 노총 "비정규직 확산법안"…’춘투’ 불 댕기나>라는 기사에서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와 자본이 대졸 초임 삭감에 이어 이제는 비정규직 확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설명을 보자. 한국일보는 6면 <"해고대란은 경제 아닌 안보문제" 2년 후로 미룬 시한폭탄>이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노사민정 합의 이후 모처럼 관계가 원만해진 노동계의 반발을 불사하고 비정규직법 개정에 나선 것은 당장의 고용대란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노동계 격앙 재계는 환영"

   
  ▲ 한국일보 3월13일자 6면.  
 

중앙일보는 노사 모두 떨떠름하다고 평가했지만 한국일보는 6면에 <노동계 ‘격앙’ 재계는 ‘환영’>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이 누구에게 유리한 내용인지 윤곽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의 꿈을 안고 부당한 대우를 감수하며 직장을 다녔는데 앞으로도 비정규직으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됐을 때, 그것도 정부가 추진할 때 어떤 입장일까. 정부가 고용안정 대책이라고 발표한 것에 ‘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경향신문은 <경제위기 앞세운 비정규직법 개악 안 된다>는 사설에서 “노동부는 ‘경제위기’만 끼워 넣었을 뿐 재계가 줄곧 해온 주장을 대변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기업의 부담이 크니 비정규직이 양보하라는 게 노동자 권익을 보호해야 할 노동부의 이상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은 한나라당도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민감한 현안이다. 조선일보 13일자 지면에서는 노동부 발표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동아일보는 6면 오른쪽에 1단 기사로 처리했다.

경향신문 "경제위기 앞세운 비정규직법 개악 안 된다"

   
  ▲ 경향신문 3월13일자 사설.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법으로 ‘비정규직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는 정부 대책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 비정규직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장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위협’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비정규직법 고용안정이 우선이다>라는 사설에서 “우리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하루속히 고용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4월 임시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처지와 경제 실정을 감안해 고용안정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사회적 합의’를 먼저 깨는 정부>라는 사설에서 “재계에 이어 정부마저 노동자의 뺨을 때리면서 ‘위기니까 협력하자’고 말하면,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노동계 스스로 임금을 조절하는 대신에 재계와 정부는 최대한 일자리 보장에 노력한다는 ‘대타협’ 취지는 한낱 휴짓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정규직도 줄이려는 판에 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배려한다는 보장도 없고, 4년 뒤 정규직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희박하다”면서 “개정안을 두고 정규직이 될 통로를 닫아버리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만드는 개악이라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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