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발 지역운동 아는 위원장이 선출되길”
        2009년 03월 13일 09: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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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4월 1일 민주노총 임원 보궐선거가 있다. 임기가 8개월밖에 안 된다고 한다. 때문에 당선되는 위원장이 짧은 임기 안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조합원들은 이런 시기에 새롭게 선출되는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지금 지역과 현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이며 민주노총이 지역과 현장마다 벌어지는 투쟁을 위해 해줄 일이 많기 때문이다.

    노조운동의 중심은 지역

    나는 경북 경주의 한 사업장지회 간부로서 이번에는 제발 지역과 현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사람이 위원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경주에는 최근 금속노조에 새로 가입한 다스와 인지컨트롤스지회가 있다. 다스 노동자들은 18년 한국노총의 굴레에서 벗어나 금속노조를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경주의 지역전체 노조간부가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연대해 결국 어용 지도부를 쫓아내기도 했다. 최근 막둥이 조직인 인지컨트롤스지회의 새로운 단체교섭 과정에 금속노조 경주지부 전체조합원은 지역총파업을 결의해둔 상태이기도 하다.

    이렇듯 노동자들이 연대활동을 통해 뭉치면 이길 수 있다는 교훈을 피부로 느끼는 곳이 바로 지역이다. 조직노동자들이 쉽게 뭉칠 수 있는 곳이자 조직되지 못한 많은 노동자들이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는 곳도 역시 지역이다.

    “노동자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진리를 터득하는 사실상의 통로가 지역활동인 셈이다.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민주노조운동은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자를 단결되게 뭉치게 하고 그 힘으로 미처 뭉쳐지지 못한 미조직노동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이렇게 나는 노동조합운동의 중심은 지역이라 배웠고 그렇게 주변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침 남발하는 민주노총

    그런데 민주노총은 현재 과도하게 중앙(혹은 서울) 중심 사고에 머물러 있어 보인다. 말로는 지역운동의 중요성 운운하면서도 실제 운영은 너무 중앙집중 사업에 치우쳐 있는 것이다. 과도하게 남발되지만 집행은 저조한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에서, 모든 벌어지는 현안에 대해 당위적으로 집회참석 지침을 일단 내리고 보는 태도에까지.

    민주노총 중앙이 위에서부터 제기하여 밀어붙이는 사업방식이 언제인가부터 자리잡혀 있는 것이다. 지역의 노동자들은 뭔지 몰라도 민주노총 방침이라니까 따라주고, 중앙은 따라주는 이들이 있으니 그런 식으로 공문을 남발해도 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위에서부터의 무리한 지침 남발로 집행되는 사업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이야 언론에 많이 나게 되어 그 명예는 높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조직하고 직접 지역주민과 피부로 부딪히며 사는 우리 같은 지역활동가들은 난감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다가 민주노총 중앙간부가 한두 번씩 저지르는 비리와 잘못된 행동에 의해 우리가 얼굴들고 다니지 못할 때면 분노까지 치솟는데, 우리같은 처지를 이른바 ‘중앙’은 제대로 알고나 있을까?

    지역과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된 경로를 통해 중앙으로 전달되도록 각종 의견수렴 및 의사결정 과정을 개혁하는 일이야말로 민주노총 혁신의 1차 과제인 듯하다. 그러자면 중앙보다는 지역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것을 우선가치로 삼는 사람이 그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민주노총 위원장이었으면 한다.

    돈과 사람을 지역으로 보내자

    지역운동은 현실적으로는 정말 어렵기 그지없다. 조직돼 있는 조합원들의 연령도 높아지고 웬만한 교육 없이는 참여율도 떨어진다. 교육 사업이 절실한 셈인데, 지역에는 교육사업에 투여할 예산과 인력, 그리고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받으려고 서울이나 좀 더 큰 대도시 지역으로 가야 한다. 때문에 나는 민주노총 중앙에 집중된 인력과 예산이 지역에 분산배치되는 것이 좋지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앞서 이야기 한 과도한 중앙집중적 발상의 혁신은 여기에서부터도 실현될 수 있다. 인력과 재정부터라도 과도한 중앙 집중보다 지역에 전략적으로 분산 투자하겠다는 발상을 가진 분이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민주노총 중앙의 인력과 재정의 절반을 각 지역으로 배분하겠다는 발상은 너무 과도한 상상일까?

    기존 민주노총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그것을 ‘혁신’이라고 한다. 나는 그 혁신의 초점이 중앙에서 지역으로 노조운동 사고의 중심을 바꾸는 것에 있다고 본다. 중앙 지침에 의해 지역과 현장을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하지 말고, 현장과 지역에서부터 일어나는 자발적인 움직임을 모으려 노력하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8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안에 위와 같은 근본적인 혁신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마인드를 위원장이 가지고 있느냐와 아니냐는 천지 차이다. 나는 혁신의 작은 씨앗이나마 뿌릴 수 있는 위원장을 이번에는 보고 싶다.

    민주노총의 뿌리가 튼튼해야

    물론 현시기 민주노총은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돌파와 내년부터 실시될 예정인 복수노조허용 및 전임자임금금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각종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나는 벌써부터 민주노총이 각종 집회 참여 지침을 남발할 것이고, 두꺼운 자료집과 문건 및 교육자료를 일방적으로 내려보내 읽히게 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리고 우리는 가끔씩 기자회견하고 집회 때 단상위에 올라가 연설할 때나 민주노총 위원장의 역할을 확인하고 말 여지가 크다. 이래서는 앞서 말한 나의 혁신의 작은 씨앗은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것부터라도 “어? 달라졌구나”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장과 지역은 힘들어해도 상층(?)만 유지되면 된다는 생각이야 할 리 없겠지만, 현장의 뿌리가 튼튼해야 중앙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만은 새로 선출되는 위원장이 꼭 알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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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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