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유제 개혁 실종된 진보진영 대안
    사회 공기업 비중 대폭확대 강령을
        2009년 03월 12일 04: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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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필자는 상해재경대학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북경 인민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필자는 현재의 경제위기 해법으로서의 케인지안적 정책이 가진 한계점을 지적면서, 사회 공적 소유기업의 확대라는 소유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소유제 개혁에 대한 강령을 갖지  못하는 한, 보수 야당이나 나아가서 신자유주의 정책의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경고를 하고 있다. <레디앙>은 5차례 걸쳐 ‘경제위기의 정치적 해법’이라는 제목으로 필자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4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5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민주노총 등 대중조직이 참여한 가운데 ‘경제‧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인사 연석회의’ 가 공식 출범하였다.

    눈길 끄는 보수야당과 진보진영의 합의

    연석회의는 향후 활동 강령으로 "20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연봉 2천만 원의 100만개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를 창출 할 것", "실업급여를 1년 6개월 이상으로 확대하고 급여를 현실화 할 것" 등 3대 방향과 10대 정책을 내걸었다.

       
      ▲ 제 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인사 연석회의 (사진=민주노총)

    먼저 보수야당과 진보진영이 오랜만에 연석회의와 같은 형식이나마 공동의 협의체를 구성했다는 사실에 주목이 간다. 서로 다른 정치세력들이 쉽사리 ‘연석회의’ 강령에 동의했다는 사실도 흥미를 끈다.

    알다시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적통을 잇고 있는 민주당은 그들 역대 정권이 집권기간 내내 추구하였듯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의심할 바 없는 수호정당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이 집권기간 내내 보여 주었듯이 민주당은 결코 현재의 신자유주의 질서를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정당이다.

    그러한 민주당이 어떻게 이렇듯 케인즈주의적인 강령에 쉽사리 동의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미국의 오바마 민주당 정권의 탄생에서 보여지듯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일시적으로 동요하고 케인즈주의로의 회귀 조짐이 나타나는 시류에 재빠르게 영합하는 것일 수 있다.

    최근 민주당 정책기관에서 당의 이념을 보수좌파에서 진보우파로 한 발짝 ‘좌경화’ 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것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라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 해준다.

    서민대책 급급, 재정 안정책 빠져

    민주당 그들은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케인즈주의적인 정책대안을 한 발짝도 뛰어넘지 못한 채 중요한 정책대안에서 보수야당의 꽁무니만 쫒아 다니고 있는 진보진영의 한계에 있다. 진보진영은 과연 이러한 강령으로 금번 세계적인 금융위기로부터 비롯된 경제위기에 대한 대책이 충분하리라 보는 것인가?

    민중은 특별한 위기국면에서 각 정치세력이 내놓은 해법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며, 이를 통해 진정으로 정권을 맡길 수 있을 만한 신뢰할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를 판단하려 한다.

    그러한 기준에 비추어 연석회의 강령의 최대의 문제점은 서민대책에만 급급해서 재정안정책이 빠져있고, 향후 금번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인 신자유주의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질서 구축에 대한 큰 설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반쪽짜리 강령이라는 점이다.

    연석회의의 ‘3대 방향 10대 정책’은 작금의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속에 위축된 수출시장을 내수시장의 확대를 통해 일정 부분 대체하고, 고통 받는 서민경제를 긴급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필자는 연석회의의 서민대책과 관련한 정책방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만약 당장의 위기상황에 급급해서 이후의 결과를 고려치 않은 채 대안 마련에만 급급 하다보면 우리는 머지않아 재정적자 누적과 인플레이션이라는 갈수록 복잡한 난제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때 가서는 또 어떠한 긴급대책을 내놓으려 하는가?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의 문제점

    예를 들어 보자. 연석회의가 내놓은 대책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20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연봉 2,000만원의 100만개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 창출계획’ 에 관하여 살펴보자.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일견 ‘고용없는 성장’의 대안으로 꼽힌다.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내수 살리기에도 도움이 되고, 나아가 노인요양 시설이나 국공립 보육시설 등을 많이 만들면, 가족에게만 맡겨뒀던 ‘복지’를 사회가 책임짐으로써 양질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양질의 일자리가 되려면 민간기업이 아닌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이들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 (한겨레신문2008.12.15)

    이와 같이 좋은 점만 있을 것 같은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 계획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고용없는 성장의 대안으로서의 ‘사회서비스’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서 보듯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요건인데, 이는 정부 적자에 대한 향후 보존방안이 세워질 때라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

    혹자는 기업이 투자를 꺼려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어려움에 빠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사회서비스’ 지출과 같이 나랏돈을 직접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주머니에 돈이 쌓이게 되면 내수가 살고 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제 정당·시민사회단체·각계인사 연석회의 (사진=진보신당)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성향이 높은 만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보다 서민층한테 직접 지원하는 게 소비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그 근거다. 그러나 경제학이 말하는 논리는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케인즈주의 정책의 약점

    정부가 20조원의 국채를 발행하여 연석회의 주장대로 연봉 2,000만 원짜리 사회서비스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했다고 하자. 사회서비스는 일자리의 특성상 직접적인 투자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일종의 소비적 지출에 해당된다. 대신 투자주체인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이들 신규 취업자들이 새로운 소비를 일으킴으로써 산업전반을 활성화시킨 효과로부터 일정 부분 세수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상황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 한계소비성향을 80%로 잡으면, 이에 따른 소비승수효과(소비지출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연동효과)는 5가 된다(1/(1-0.8)=5). 

    • 이때 정부가 20조원의 사회서비스일자리 투자를 통해서 창출하는 사회적 총생산의 증가효과는 20조원 × 5= 100조원
    • 기업 이윤율을 20%로 상정하면 기업이 얻게 되는 순 이윤은, 100조 × 20% = 20조원
    • 그중 만약 법인세율을 30%로 가정한다면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금은, 20조 × 30%= 6조원
    • 따라서 정부가 안게 되는 최종적인 재정적자는, 20조 – 6조 = 14조원이다. 

    우리는 위에서 소비승수효과를 5로 잡았는데 이는 일종의 최대치다. 보통은 3이하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재정적자의 폭은 더 커진다. 즉 가장 이상적인 경우를 가정할 때라도 정부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20조원의 투자를 통해 향후 14조원의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겉으로 좋아 보이는 케인즈주의 정책의 최대의 약점은 이러한 대량의 재정적자를 낳는다는 점이다. 과거 케인즈주의는 이 같은 재정적자를 처음에는 부자들에 대한 높은 세율의 징수로 메꾸려 하다가 한계에 부딪치자 국채발행을 통해 대신했다.

    진보진영이 만약 이러한 재정적자에 대한 독자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똑같은 실패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뿐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진보진영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하면서 가장 정확한 대안은 과감한 소유개혁을 함께 주장하는 것이다. 즉, 사회 공기업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라는 것이다.(강조는 필자)

    위의 예에서 보듯이 기업이 20조원의 순이윤을 얻었을 때, 만약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하여 이들 기업이 모두 공기업이라면 이 순이윤은 바로 정부수입으로 귀결되어 정부의 투자분 20조원을 직접 보존해 줄 것이다. 반대로 이들 기업이 모두 사기업이라면 정부 투자 혜택이 결국 사회 소수자인 기업의 대주주 손에 돌아가게 된다.

    이들이 14조원의 순익을 챙기는 동안 국가는 같은 액수의 재정적자를 쌓게 된다. 이들 두 경우는 모두 극단의 경우다. 그러나 분명히 이 예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사실은 적절한 규모의 공기업 비중 확대는 분명 정부투자의 혜택을 공기업으로 하여금 도로 흡수하여 상응한 만큼의 정부의 재정적자폭을 줄 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적자분은 공기업들이 다른 분야에서도 획득하게 될 이윤을 활용하여 보충할 수 있다.

    진보진영은 자신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소유제 개혁이 빠진 반쪽짜리 대책만을 제시함으로써 민주당과 신자유주의자들의 놀이에 들러리를 서주는 역할을 자임하는 꼴이 되고 있다. 진보진영의 이 같은 보수야당 꽁무니 쫒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왔듯이 참혹한 결과만을 낳는다.

    진보진영은 대중에게 있어 자신의 독자강령이 없는 영원히 책임 없는 정치세력으로 남을 뿐이라는 점이다. 진보진영은 책임 있는 정책대안의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보수 야당과 근본적인 차별선을 긋기 위해서도 앞으로 작금의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사회서비스’ 와 같은 서민대책과 함께 ‘사회 공적소유의 대폭적인 확대’를 자신의 분명한 강령으로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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