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닮은 신영철, 물러나라
        2009년 03월 10일 10:09 오전

    Print Friendly

    선긋기. 가이드라인이란 말을 우리 말로 바꾸면 이렇게 될까. 가이드라인은 참 많았다. 노사(勞使)간 협상. 사인(私人)간 자율적 협상이라고 하면서 정부가 가이드라인이 들이댔었다. 들이대고 있다. 일방적 대졸초임 삭감이란 노사민정 합의를 보면 알 수 있다.

       
      ▲ 필자 (사진=진보신당)

    경찰. 검찰의 수사에도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있다. 용산참사 수사결과를 보라. 그런데 재판에선 어땠고 어떤가.

    노태우 대통령 때까지 법원에도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정보기관원이 법원에 상주하고 있었으니까. 노태우 대통령은 1988년 6월 김용철 대법원장을 유임시키려 했다. 그래서 젊은 법관과 사법연수생들이 연판장 돌리고 성명을 발표했다. 1971,72년 유신시대에 이은 1988년 제2차 사법파동이다.

    가이드라인의 부활

    당시 노대통령은 김용철 대법원장 카드를 버리고 정기승 대법관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하였으나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었다. 결국 대법관 중 한 분인 이일규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그 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는 헌법을 생각하는 모임(헌변)을 만들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2차 사법파동 이후 법원에선 가이드라인이 사라진 것으로 알았고 그렇게 희망했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2008년 신영철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행동은 가이드라인의 부활이다. 모든 재판이 아니라 아주 특정한 재판, 촛불재판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가려 했다. 명백한 헌법위반이고 위법한 행위이다. 법대로 하자는 좋은 뜻이었을 뿐이었다고 한다.

    신대법관의 말을 들으면서 법과 원칙을 입에 달고 사는 현직 대통령이 떠올랐다. 그리고 사퇴할 의사가 없다,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도 한다. 미성년자도 아닌데 거취 결정에 결재라도 받아야 하는가.

    몸통이 궁금하다

    결재권자는 누구인가. 신 대법관은 오늘(3월 9일) 조사중단을 요구하며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단다. 결재권자의 마음이 흔들리나 보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인가. 깃털만 떨어뜨리자는 것인가. 그 결재권자가 누구인가, 몸통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다.

    궁금증을 풀려고 기억을 되살리고 기사도 뒤져 보았다. 작년 대통령은 촛불 물결을 보고 노래 아침이슬과 함성을 듣고 반성했단다. 소통하지 못했다고 사과도 했다. 여름에 촛불사건 11건이 줄줄이 중앙지방법원으로 기소되었다. 그 중 8건이 조모 판사에게 배당되었고 형사 단독판사들이 항의했다.

    10월 9일 박재영 판사가 야간집회 금지 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후 신법원장은 대법원장을 만났다. 10월 14일 “대법원장 업무보고”라는 이메일을 판사들에게 보냈다. 그 후 11월 6일 “나머지 (촛불)사건은 현행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1월 24일 “위헌제청 사건 결정 미뤄져 실망스럽다.

    피고인이 위헌 여부 다투지 않고 결과가 신병과 관련 없다면 통상적 방법으로 종국해 현행법에 따라 결론해 주길 당부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각별히 (대내외비, 친전) 이라 적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2008년이 지나고 2009년 신영철 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관으로 취임했다.

       
      ▲ 네티즌이 만든 합성이미지 

    이용훈 대법원장은 한술 더 떴다. 이메일의 내용이 “신 대법관이 조금 각색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대체로 내가 말한 원칙과는 일맥상통한다.”고 신대법관을 옹호했다. 한 발 더 나가“그 정도를 가지고 압력을 받았다고 느끼면 사법부 독립이 가능하겠는가. 우리 판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진상조사가 시작되기 전 가이드라인을 들이댄 셈이다. 당연히 진상조사를 받을 입장임에도 “내가 피의자냐, 조사받게”라고 화를 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가이드라인 조사 위한 가이드라인

    거기다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여야 할 삼성사건을 다시 소부배당이라는 기묘한 꼴로 만든 건 또 어떤가. 대법원 재판은 원칙적으로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재판이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재판을 하는 것은 예외다.

    만약 소부에서 재판하다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겨야 한다. 지난 1월 중순 경 삼성에버랜드 담당 소부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기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특히 삼성특검 사건의 경우 2심에서 대법원 판례와 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므로 당연히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여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2월 18일 소부를 개편하여 새로운 소부에서 삼성사건 2건 심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 명의 대법관이 퇴임하고 새 대법관이 임명되었기 때문이란다. 그 새로운 대법관이 신영철 대법관이다. 왜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넘기지 않는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또 있다. 이번엔 군대다. 대한민국 공군은 잠실에 롯데월드란 초고층 건물짓는 걸 반대했다. 서울공항(성남비행장)에서 전투기 이착륙 등 군사작전에 결정적인 장애가 된다는 이유였다. 정권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으로 바뀌어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런데 작년 이계훈이란 분이 공군참모총장이 임명되자 바뀌었다. “안된다”에서 “된다!”로.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을 조금 틀면 된다나? 고층빌딩 하나 짓자고 군사비행장 활주로 방향을 바꾼다고 한다. 세계 최초란다. 기네스 북에 오를 일이다.

    기네스북에 오를 제2롯데월드

    기네스 북에 오르는 게 문제가 아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비상시 전투기가 이륙하다 롯데월드와 충돌할 것이라고 한다. 그림은 9.11 테러다. 월드트레이드빌딩으로 돌진하는 여객기와 불기둥이 생생하다. 다른 건 테러리스트가 들이받는 게 아니라 우리 공군 조종사가 들이받는다는 것이다.

    납치된 민항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를 지킬 전투기가 충돌한다는 것이다. 대형참사를 막으려면 결국 군사기지로서 서울공항을 포기하면 된다. 이러면 적인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일이니 이 참모총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기소해야 된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 하다.

    공군참모총장 이력을 보니 공사 23기다. 역대 총장을 살펴보니 공사 17기, 20기, 22기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번엔 24기나 25기가 되어야 한다. 차례가 아닌 분이 총장이 되고 이런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계훈 참모총장은, 신영철 법원장은. ‘자리’ 그 한 자리하려는 욕심이 아닐까. 나만의 짧은 소견인가.

    ‘그 자리’에 오르고 앉는 것이 목적인가. 죽고 나서 묘비에, 족보에 그 자리에 앉았었다고 올리고자 함인가. 묘비나 족보엔 적어도 깨끗한 이름, 청명이 올라야 자랑스럽지 않을까. 결국 “그 자리”가 목적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할텐데 말이다.

    자리? 자리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

       
      ▲ 인터넷에 유통되고 있는 합성이미지. 제2롯데월드 조감도 위에 영화 <반지의 제왕>의 절대악 ‘사우론’ 그리고 이소룡 이미지가 겹쳐져 있다

    ‘그 자리’에 오르려고 약속해서는 안될 일을 약속한다면 그리고 일을 망쳐버린다면 ‘그 자리’에 오르지 않느니만 못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 자리’에 앉는다면 당사자 개인에게는 불행이고 전체에게는 재앙이다.

    국방을 책임져야 할 공군이 무너지고 인권보호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무너지고 있다.

    펄시스터즈의 노래를 듣고 싶다.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박건호 작사, 김학송 작곡). 이 노래의 결론. “이제는 후회해도 어쩔 수 없어요”. 욕심이 사람을 타락시키고 국가안위, 사법정의도 사정없이 망가뜨렸다.

    이미 엎지른 물 다시 담을 수는 없다. 최선은 무엇일까. 고백이다. 솔직해져야 한다. 법조인 답게, 군인답게 진실을 밝히고 물러날 사람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신 대법관이나 이 참모총장, 그리고 이 대법원장도.

    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분도 결국 몸통은 아닌 것 같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