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하께서 현실감각 완전 상실”
        2009년 03월 09일 03: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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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9일, 진보신당 게시판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10차 정례 라디오 방송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차 라디오 연설에서 “이번 외국 순방에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며 자화자찬한 뒤 “안타깝게도 아직 이 곳 저 곳에서, 소수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하는 일을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정책협조를 당부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10차 라디오 연설 녹음은 귀국하는 도중 기내에서 이루어졌다.(사진=청와대)

    진중권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각하께서 드디어 현실감각을 완전히 상실하신 듯하다”며 “외국 다녀오더니 위대한 성과(?)를 거두었다며 자화자찬하는데 평가는 언론에 맡겨둘 일로 피겨 선수들이 언제 자기 연기에 자기가 점수 먹이던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기가 자기를 알아주기로 했나보다”라고 비꼬았다.

    진 교수는 “첫 증상은 기자들을 향해 ‘잘 한다, 잘 한다 해야 잘 한다’고 말할 때 이미 나타났다”며 “언론의 사명은 권력에 대한 감시에 있지만 각하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 언론은 권력 옆에서 ‘잘 한다, 잘 한다’ 추임새 넣는 언론이라서 각 방송사에 낙하산 부대 내려보내, 명비어천가 방송을 내보내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권력자가 뭘 하든 옆에서 ‘잘 한다, 잘 한다’ 추임새 넣는 것은 북조선 같은 전체주의 국가의 언론”이라며 “전체주의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언론을 정권 프로파갠더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그 선봉에 선 사람이 문화부의 신재민 차관”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보기에 신 차관이 이 정권에서 맡은 임무는 나치 정권에서 괴벨스가 맡았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한편으로는 정권을 홍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언론을 공격하는, 지금 문화부의 기능은 3공 때 문화공보부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또한 “각하께서 국민의 ‘극히 일부분’이 정부에서 하는 일에 반대한다고 하셨는데, 지금 국민의 3분의 2가 이 정권의 주요한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며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대통령 잘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을 거의 못 보고 그런 얘기했다가는 돌 맞는 분위기”라며 “각하 주위 ‘극히 일부분’의 사업형 아부꾼들만이 그 분의 탁월한 영도력을 찬양하고 계실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외국 야당이 부럽다”고 말 한 것에 대해 “언젠가 ‘미국과 같은 나라의 통합적 지도력을 본받으라’는 취지의 얘기를 하니까, ‘우리가 미국 같은 선진국입니까?’라고 답하더니 야당질 만큼은 선진국스럽게 하라는 얘기”라며 “각하는 외국 야당이 부럽다는데 국민은 외국 여당이 부럽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반대만 해야 하는 국민도 정말 괴롭다”며 “국민이 찬성할 만한 정책들을 내면 어디가 덧나나? 어떻게 내놓는 정책마다 모두 국민이 나서서 뜯어말려야 하나? 공약 지킬까봐 겁나는 대통령은 그가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놓는 정책들이 양계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니, 영장류의 본능상  생물학적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국민들이 정권에 반대하는 이유는 철저히 진화론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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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교수가 진보신당 게시판에 쓴 글 전문

    각하께서 드디어 현실감각을 완전히 상실하신 듯합니다. 그럼 국민들은 어이를 상실하게 되지요. 외국 다녀오더니 위대한 성과(?)를 거두었다며 자화자찬 하시는군요. 이제까지 외교는 말만 하고 돌아왔는데, 자기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고 말만 하고 있네요. 평가는 언론에 맡겨둘 일. 피겨 선수들이 언제 자기 연기에 자기가 점수 먹이던가요? 우리 각하, 자기가 자기를 알아주기로 했나 봅니다. 그 동안 남들이 자기를 안 알아줘서 스트레스를 받으셨나 보죠?

    첫 증상은 기자들을 향해 "잘 한다, 잘 한다 해야, 잘 한다."라고 말할 때 이미 나타났지요. 일반적으로 언론의 사명은 권력에 대한 감시에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각하의 생각은 다릅니다. 각하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 언론은 권력의 옆에서 ‘잘 한다, 잘 한다’ 추임새 넣는 언론이지요. 그래서 각 방송사에 낙하산 부대 내려보내, 공중파로 ‘각하, 잘한다, 잘 한다’ 명비어천가 방송을 내보내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겠지요.

    권력자가 뭘 하든 옆에서 ‘잘 한다, 잘 한다’ 추임새 넣는 것은 북조선 같은 전체주의 국가의 언론이지요. 전체주의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언론을 정권 프로파갠더의 수단으로 간주하지요. 지금 그 선봉에 선 사람이 문화부의 신재민 차관이지요. 제가 보기에 그가 이 정권에서 맡은 임무는 나치 정권에서 괴벨스가 맡았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정권 홍보,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언론 공격. 지금 문화부의 기능은 3공때 문화공보부와 똑같습니다.

    민주국가에서는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반면, 독재국가에서는 권력이 언론을 감시합니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애먼 기자들이 해직 당하고, 앵커가 중징계를 당하고, 방송 프로그램이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됩니다. 정권이 뿌리는 떡고물을 받아먹으며 해괴한 우익 관변단체들이 극성스럽게 설치고, 이들이 MB 완장 차고 비판언론에 생트집을 잡으며 극성스럽게 앞잡이질을 하면, 방통심의위라는 검열기관에서 그걸 냉큼 받아 마구 징계를 때려대는 식이지요.

    각하께서 국민의 "극히 일부분"이 정부에서 하는 일에 반대한다고 하셨는데, 지금 국민의 3분의 2가 이 정권의 주요한 정책에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3분의 2가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대통령 잘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 거의 못 봅니다. 그런 얘기 했다가는 돌 맞는 분위기입니다. 각하 주위에 몰려 있는 "극히 일부분"의 사업형 아부꾼들만이 위대하시며 영명하신 그 분의 탁월한 영도력을 찬양하고 계실 뿐이지요.

    이 정권이 완전히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모양입니다. 그래놓고서 하는 얘기가 외국 야당이 부럽다고 하네요. 언젠가 TV에 나와서, 위기의 시대니 미국과 같은 나라의 통합적 지도력을 본받으라는 취지의 얘기를 하니까, 거기에 각하께서는 대뜸 이렇게 대답하셨지요. "우리가 미국 같은 선진국입니까?"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통합적 지도력, 민주적 리더쉽은 아직 한국이 후진국이라 본받을 때가 못 되고, 다만 야당질만큼은 선진국스럽게 해라, 뭐 이런 얘기죠.

    각하는 외국 야당이 부러우시답니다. 그런데 국민은 외국 여당이 부럽답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선거 때 손가락 하나 잘못 눌린 죄가 이다지도 크단 말입니까? 지금 국민이 당하는 고난은 지난 대선 때 저지른 실수에 비해 너무나도 가혹한 형벌입니다. 우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747 공약, 믿어서 찍은 것도 아니고, 그냥 믿고 싶어서 찍은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도 큰 죄라서 그 죄값을 이런 가공할 규모로 받아야 합니까? 이제 겨우 1년 지났는데, 한 10년 산 것 같습니다.

    반대만 해야 하는 국민도 정말 괴롭습니다. 도대체 국민이 찬성할 만한 정책들을 내면 어디가 덧납니까? 어떻게 내놓는 정책마다 모두 국민이 나서서 뜯어말려야 합니까. 공약 지킬까봐 겁나는 대통령은 그가 아마 처음일 겁니다. 내놓는 정책들이 양계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니, 영장류의 본능상 국민들이 생물학적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거죠. 국민들이 정권에 반대하는 이유는 철저히 진화론적인 것입니다. 과거로 퇴행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진화하고픈 본능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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