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먼저 폭행, 경고방송 없이 인도 진압"
    By mywank
        2009년 03월 09일 1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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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지난 7일 ‘용산 참사’ 추모문화제 뒤, 거리행진에 나선 시민들이 경찰관을 집단 폭행하고 신용카드를 빼앗아 사용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대위(이하 범대위)’는 당시 행진 참가자들의 증언을 소개하며, “경찰의 부적절한 직무집행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사태였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경찰은 이날 밤 9시 20분 경 문화제를 마치고 이동하던 시위대 200여 명이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과 종로5가역 사이 도로에서 혜화경찰서 소속 최 아무개 과장 등 11명을 집단 폭행하는 등 이날 서울 일대에서 총 16명의 경찰관이 폭행당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열린 ‘6차 추모대회’ 뒤 행진에 나선 시민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은 서울청기동대 강 아무개 경사가 코뼈가 부러져 입원한 것을 비롯해, 폭행당한 경찰관들이 타박상 등을 입고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동대문역 안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던 정보과 박 아무개 경사가 행진 참가자들에게 신용카드가 든 지갑과 무전기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박 경사의 신용카드로 인근 의류매장과 마트에 들러, 15만 원 상당의 점퍼와 2만5천 원에 담배 한 보루를 구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행진 참가자들은 이날 저녁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문화제를 마친 뒤, 지하철로 이동해  동대문역 부근과 시청, 영등포 일대에서 행진을 이어가던 중 경찰과 충돌했다.

    이에 대해 범대위는 지난 8일 보도 자료에서 당시 행진 참가자들의 증언을 공개하며, 경찰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밤 동대문역~종로5가 사이에서 벌어진 행진에 참가했던 이 아무개(여, 29세)씨는 “동대문역에서 5분 정도 행진을 했는데, 갑자기 종로5가역 방면에서 전경 100여 명이 몰려와 길을 가로막았다”며 “이후 방패로 시민들을 밀치며, 아무런 경고방송도 없이 마구잡이로 연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어 “전경 100여 명이 저희를 가로막은 뒤, 곧바로 사복체포조 100여 명이 연행을 시도했고 이들이 왔을 때는 이미 행진 참가자들이 모두 인도로 올라가서 해산을 시도하던 중이었다”며 “경찰은 인도 위로 올라온 참가자들을 계속 연행하려 했고, 이에 항의하자 마구잡이로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이 과정에서 10여 명 이상의 행진 참가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진 참가자들이 연행되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몸싸움이었는데, 그걸 경찰 측에서 ‘집단 폭행’이라고 하니 어이기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7일 열린 ‘3차 추모대회’ 뒤, 행진에 나선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밤 영등포 일대에서 벌어진 행진에 참가했던 박 아무개 씨(남, 30세)는 “80여 명의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다시 모여, 영등포 일대에서 행진을 벌였던 시간은 10시 반 쯤 되었다”며 “참가자 숫자도 얼마 안 되고 시간도 늦어서 곧 행진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영등포시장 부근에 이르자 앞에서 갑자기 경찰들이 튀어나와, 방패를 휘두르면서 행진 대열 앞을 치고 들어오면서 연행을 시도했다”며 “평화적으로 거리를 행진하는데 경찰이 막무가내로 치고 들어오니까 시민들은 당황했고, 인도로 올라간 뒤 골목으로 도망치려고 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또 “당시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연행되기도 했는데 이에 몇몇 시민들이 항의를 했고, 경찰은 이 분들마저 방패로 찍으면서 연행을 했다”며 “폭행이야 당연히 경찰 쪽에서 먼저 했고, 이 과정에서 10여 명의 시민들이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찍혀 다쳤다”고 말했다.

    홍석만 범대위 대변인은 9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경찰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이날 거리행진에 참가한 시민들도 많이 다쳤고, 또 (경찰에 의해) 시청 부근에서 인터넷생중계 팀 기자들이 강제로 감금되고, 기자재가 파손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이어 “경찰 측에서는 ‘시위대가 일방적으로 경찰들을 폭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저희들은 경찰의 부적절한 직무 집행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충돌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불법 시위라고 하더라도 경고방송 등 적법한 경찰의 직무집행이 있는데, 이날 그것을 무시하고 강제진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홍 대변인은 ‘시위대가 한 경찰관의 신용카드를 탈취했다’는 경찰 측의 주장에 대해서 “이 사람이 시위대인지 아닌지 일단 사실을 먼저 확인을 해야 한다”며 “시위대인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찰이 일방적으로 그런 발표를 한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이어 “지난 설 연휴 때 용산 참사현장에 세워둔 전경버스에 방화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경찰에서는 ‘전철연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방화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무근인 것이 드러났던 적도 있다”며 “무슨 일만 터지면 ‘범대위가 했다’는 식으로 매도하면서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주형 범대위 대변인도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지난 7일 밤 경찰관의 신용카드를 빼앗은 사람이 범대위 추모문화제에 참가했던 사람인지 아닌지 여부는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범대위 집회에 참여한지 확실하지도 않은 사람의 행동을 두고, 범대위를 매도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7일 추모집회에서 연행한 8명을 상대로 밤샘 조사를 벌였으며, 이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9일 신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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