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여보수언론 색깔론 저널리즘 위기자초"
        2009년 03월 09일 09: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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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이 뿔났다. 경향신문은 9일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재판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이를 일부 좌파성향의 판사의 반발쯤으로 매도하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에 대해 언론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자칼럼 형식을 빌기는 했지만 1면에 같은 언론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을 싣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경향신문이 보수언론의 보도 태도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모든 언론 종사자들과 대중들이 경향신문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최근 언론의 날선 대립에 문제의식을 느껴왔다면 어느 쪽 편을 떠나 한번쯤 읽어보고, 생각해 볼만한 주제다.

    다음은 전국단위일간지 아침신문 1면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신대법관, 위헌신청 기각도 주문">
    국민일보 <4대강 살리기 예산 대폭 증액>
    동아일보 <"꿈 키워줄 든든한 언니가 생겼어요">
    서울신문 <지리산 반달곰 아기 낳았어요>
    세계일보 <대학들 "정보공개, 그게 뭐죠">
    조선일보 <경찰이 두들겨 맞는 이 나라>
    중앙일보 <‘재용선’ 관행이 해운 거품 키웠다>
    한겨레 <고용정책, 알바만 늘린다>
    한국일보 <공교육 비교적 잘하는 학교도 10명중 7명 수학 사교육 받아>

    "진실 추구에는 좌나 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경향신문 박래용 사회부장은 1면에 실린 기자메모 <친여보수언론의 색깔론 저널리즘 위기 자초한다>에서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압력 의혹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보도태도를 문제삼고 나섰다.

    박 부장은 "우리가 이 사태를 위중하다고 보는 것은 법치의 근간인 사법부의 신뢰를 뿌리부터 흔드는 사건이기 때문"이라며 "우려했던 대로 취재를 할수록 감춰진 진실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나오고 있다. 재판 개입과 압력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다양하게 이뤄졌다는 것이 우리의 취재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더 걱정스러운 것은 여권과 일부 친여 보수언론의 태도"라며 "친여 보수언론은 법원내 좌파성향의 판사들이 내부 일을 조직적으로 폭로하거나 일부 언론과 편을 짜 인민재판식으로 몰매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가만히 참고 넘기기엔 도가 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삼 언론학개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제1원칙이다. 여기에 좌나 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현직 법원장의 재판 간섭 의혹을 쫓고 이를 보도하는 것은 저널리스트로서 당연한 책무"라며 "사건의 본질과 숨겨진 진실을 찾아 분투하는 동료 기자들의 노력을 좌파 운운하며 매도하고 조롱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대의 언론으로서 분노를 넘어 그건 너무 슬프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신영철 대법관, 또 새로운 재판개입 의혹

    경향신문은 이 칼럼과 함께 이날 1면 머리기사로 신 대법관이 또 다른 재판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새로운 증언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신대법관, 위헌신청 기각도 주문">에서 "신 대법관이 지난해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처벌토록 하는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해 피고인들로부터 위헌제청신청이 들어온 직후 당시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기각을 당부하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새롭게 나왔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신 대법관은 지난해 8월 전기통신기본법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이 접수된 직후에 형사단독부 판사들을 법원 인근 한 식당으로 불러모아 "미국 대법원은 위헌법률심사권을 갖고 있지만 50년 동안 단 한번도 다른 법률을 위헌으로 선언한 적이 없다"며 "우리한테 주어진 사건을 다른 기관(헌법 재판소)으로 옮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행법대로 판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위헌제청 신청은 촛불집회 당시 ‘여대생 사망설’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이 제기한 것으로 후에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신 대법관은 또 박재영 판사가 집시법 위헌제청신청을 받아들이자 다시 판사들을 소집해 "야간집회 금지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이 또 들어올 수 있다. 판사들이 다 같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판사들은 과감하게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 3면 <메일·전화·판사모임…’재판 압력’ 할건 다했다> 기사에서 한 판사는 "그 자리에 위헌신청을 받은 판사도 있었는데 사실상 기각하라는 의미의 말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앞서 신 대법관은 ‘재판개입 이메일이 공개되자 (위헌제청이 안된) 나머지 사건은 그대로 진행하라고 얘기한 것을 뿐이라고 밝혔으나 위헌제청신청 이전부터 기각을 주문했다는 증언이 나옴으로써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현직 판사, 법원 게시판에 "신영철 대법관, 빨리 용퇴 결정해야" 글 올려

    법원 내부게시판에는 이번 사태 이후 처음으로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하는 현직 판사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남부지법 김형연 판사(사시 39회)는 법원 게시판에 ‘신영철 대법관님의 용퇴를 호소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신 대법관의 언행은 사법부의 권위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재판 침해행위"라며 "신 대법관이 용퇴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신 대법관이 이메일 등을 보낸 것이 재판 간섭이 아니라 사법행정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재판 간섭인지 아닌지는 사법행정권자가 아닌 (메일을 받은) 판사의 입장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판사들 "신 대법관 말 압력으로 느꼈다"…조선은 "압력 아니다"

    실제로 판사들이 신 대법관의 말을 압력으로 느꼈다는 증언과 정황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일보는 6면 <이메일 보낸 뒤 ‘통상적 처리’ 실제 있었다?> 기사에서 "촛불집회 사건 배당 의혹에 이어 판사들에게 이메일로 사건처리를 종용한 사실이 밝혀졌고, 헌법재판소장을 개인적으로 접촉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더니, 애초 보류됐던 촛불재판이 그의 의도대로 갑자기 처리됐다는 의혹마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촛불집회 때 일반교통 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사건을 놓고 서울중앙지법 담당 판사가 지난해 10월 11일께 먼저 변호사에게 연락해 ‘헌법재판소 판단을 보고 선고하겠다’며 예정된 선고를 미뤘는데 나중에 변론이 재개된 뒤 재판부가 입장을 바꿨고 며칠만에 벌금형이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재판을 ‘통상적으로’ 처리하라고 당부한 이메일을 세 차례나 보낸 날과 맞물린다는 주장이다.

    이날 경향신문은 사설 포함 8개의 관련 기사를, 한겨레는 7개의 관련기사를, 한국일보는 5개의 관련 기사를, 국민일보는 4개의 관련 기사, 세계일보는 3개의 관련 기사를 싣는 등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으나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은 1∼2개의 기사를 통해 관련 사실을 단신으로 전하거나 다루지 않았다.

    관련 내용을 하나도 다루지 않은 조선일보는 오히려 31면 오피니언 면에 노영보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가 보내온 <법원장의 이메일 재판간섭 아니다>라는 글을 실었다.

    4대강 살리기 예산은 늘리고 서민 복지예산은 줄이고

    정부가 이번 추가경정예산에서 4대강 정비사업비로 4000억 원에서 최고 5400억 원을 편성할 계획이다.

    국민일보는 1면 <4대강 살리기 예산 대폭 증액> 기사에서 입수한 기획재정부 추경 초안을 근거로 이 같이 보도하고 "정부는 지난 1월 녹색뉴딜사업 발표 당시 올해 4대강 정비사업에 모두 4881억 원이 소요된다고 발표했지만 추경 예산에 또 다시 수천억원을 포함시키면서 재정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4대강 정비사업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는 총 3조원 가량이 배정될 예정이다.

    국민일보는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추경 예산이 SOC 사업에 편중됐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며 "실제 저소득층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검토됐던 국민임대주택 임대료 차등부과 사업비 300억 원은 전액 삭감되는 등 국토부가 재정부에 서민 주거안정용으로 요구한 1조7047억 원 중 추경예산에 포함된 금액은 3887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하준경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추경편성에서도 정부가 단기방편과 쉬운 쪽으로만 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하천정비 등 SOC에 추경자원 배분이 편중되면 단기적인 일자리 만들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인 고용안정과 재정부담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7일 MBC와 한 인터뷰에서 "토목공사하면 성과가 금방 나니까 돈 쓰려고 생각하겠지만, 교육 관광 의료 보육에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말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졸초임은 줄이고 공공기관장 연봉은 늘리고

    정부가 대졸초임을 인하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오히려 공공기관장 임금은 되레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8일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에게 제출한 ‘공공기관 기관장 연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3개 공공기관의 26%가 기관장 연봉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기본연봉이 동결된 곳은 13곳, 삭감된 곳은 불과 4곳이었다.

    연봉 수준도 높아 문화부 산하 기관장의 올해 평균 기본 연봉은 9616만원을 기록했다. 성과급 등을 감안하면 대부분 기관장 연봉이 1억 원을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성과급과 기본연봉을 합쳐 1억 원 이상을 받은 기관장만 모두 14명이다. 3000만원이 안 되거나 조금 넘는 대졸초임을 삭감해 일자리를 늘리자면서 1억 원 이상을 받는 기관장 임금은 오히려 보존하거나 더 늘린다?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셈법이다.

    일부 신문은 이런 민망한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처럼 공공기관장들이 고액 연봉 삭감바람에서 무풍지대로 남는 것은 이른바 ‘낙하산 인사’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적된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문화부 산하 기관 중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인사만 9명에 이른다.

    용산추모 시위대 경찰 16명 폭행 논란

    지난 주말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추모집회에 참가한 일부 시위대가 도심에서 산발시위를 벌이면서 경찰 16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신문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 10여 명도 부상했다.

    8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7일 오후 9시20분쯤 시위대 200여 명이 동대문에서 종로5가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벌이던 중 이 경찰서 소속 최모 정보과장과 의경 등 10여 명을 폭행했다.

    앞서 시위대 20여 명은 오후 9시10분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출구계단에서 사복차림으로 정보수집을 하던 혜화서 정보과 박모경사를 폭행하고 무전기와 지갑을 빼앗았다. 이후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박 경사의 신용카드로 15만4000원짜리 점퍼, 편의점에서 담배 1보루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혜화경찰서는 30명 규모의 수사전담반을 구성했다.

    추모대회를 주최한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경찰관 폭행은 "주최 측과 무관한 일부 참가자들의 우발적 행동"이라며 경찰관 지갑 탈취와 신용카드 사용에 대해서는 "신용카드로 결제한 사람이 시위대나 촛불시민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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