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총 회장과 쌍둥이 엄마의 인식 차
        2009년 03월 05일 10: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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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임시국회가 막을 내리자, 신문들의 총평이 쏟아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회 스스로를 죽이는 자해 행위였다"고 촌평했다.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데도 국민의 체감 위기의식은 오히려 덜한 것 같다"고 말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

    방송통신심의위는 지난 연말과 올해 초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다룬 MBC <뉴스데스크>와 <뉴스 후>가 방송심의규정상 공정성 조항 등을 위반했다며 ‘경고’와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4일 의결했다. 다음은 5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방통위, 중립성 무시 정권홍보 방송 추진>
    국민일보 <냉면집 사장 30대…"정부 보조금 받게 될 줄이야">
    동아일보 <육아휴직? 육아해직>
    서울신문 <서울신문 행정망 해킹 방어에 ‘구멍’>
    세계일보 <법정에도 불황의 그늘이>
    조선일보 <특허 5000개! 내일을 밝혀라>
    중앙일보 <대한민국은 ‘일자리 나누기’ 중>
    한겨레 <전세계 ‘디플레 공포’>
    한국일보 <"그땐 생활비 줄였지만 이젠 희망마저 줄였어요">

    막 내린 2월 국회, 편법부 된 입법부

    2월 임시국회가 막을 내리자, 신문들의 총평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신문은 5면 기사 <합의도 절차도 무시… ‘편법부’된 입법부>에서 "협의 과정에서 편법을 자행했고, 합의는 뒤돌아서며 파기했다. 부끄러움마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더 부끄러운 민의의 대표들"이라고 비판했다.

       
      ▲ 서울신문 3월5일자 5면.  
     

    서울신문은 "여당은 막판까지 상임위를 강행 운영하며 속도전을 이어갔다. 파행을 자초한 근원"이라며 "야당은 합의 자체를 두려워했다. 뒤따를 인책론을 떨쳐내기 위해 정치 합의를 무시했고 다수결 원칙에 등 돌렸다"고 지적했다. 2월 국회에 대해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지현 팀장은 "너무 엉망이어서 점수로 매길 수도 없다"고 했고,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회 스스로를 죽이는 자해 행위였다"고 촌평했다.

       
      ▲ 국민일보 3월5일자 4면.  
     

    국민일보는 4면 기사 <여의도에 ‘정치’가 사라졌다>에서 "국회에 신뢰와 타협이 사라져가고 있다. 여야 대표들이 서명한 합의문은 잉크가 마르기 전에 부정되거나, 지켜지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국민일보는 "임시국회 협상 때마다 ‘대치-파행-합의문 작성-합의문 파기 논란’이 되풀이된다. 수천 명의 전경들이 국회 본관 주변을 둘러싸는 풍경도 이제 관행화되는 분위기"라며 "’정치권에 최소한의 상도의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탄식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러한 양비론에 비해 중앙일보의 논조는 분명하다. 중앙일보는 3면 기사 제목을 <민주당은 ‘경제’를 등졌고 한나라는 ‘민심’을 등졌다>로 뽑았다. 민주당은 하루만에 여야 합의 뒤집으며 경제살리기 법안을 무산시켰고, 한나라당은 국민이 준 171석으로 본회의 의결정족수도 제때 못 채웠다는 것이다. ‘참 무능한 공룡정당’이라는 지적은 법안 강행처리가 필요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 중앙일보 3월5일자 3면.  
     

    경총 회장과 쌍둥이 엄마의 인식 차

    "1997, 98년의 외환위기 때는 위기의 실체에 비해 국민의 위기의식이 너무 컸던 반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데도 국민의 체감 위기의식은 오히려 덜한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 전반의 둔감한 위기의식’에 강한 우려를 쏟아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일부 강성 노조가 ‘생산 감소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얼마나 위기 상황에 둔감한 것이냐. 한국 사회 전반의 분위기도 너무 침착하다 못해 안이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 동아일보 3월5일자 5면.  
     

    이 회장은 이어 "기업 경영이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고용유지를 선언하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정부나 국민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극복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국가가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란 생각과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총 회장이 잘 모르는 것 같아 한 쌍둥이 엄마가 이렇게 답했다. "그땐 생활비 줄였지만 이젠 희망마저 줄였어요." 그때라고 하는 것은 10년 전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1년 전 얘기다.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물가고(苦)’ 쌍둥이 엄마의 2008년 5월과 2009년 2월을 대비했다.

    백정아(38ㆍ서울 양천구 목3동)씨는 지난해 중순 국제 기름값 급등과 환율폭등으로 물가가 치솟던 당시 한국일보(2008년 6월 7일자)를 통해 물가고에도 알뜰가계를 꾸리느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소개돼 화제를 모은 인물. 그러나 꼭 10개월만에 다시 만난 백씨는 "희망이 안 보인다"고 했다. 18평짜리 빌라에 사는 백씨 가족은 지난해 10월 전세 만기가 되면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20%(1,500만원)나 올리는 바람에 은행대출을 받아야 했다.

       
      ▲ 한국일보 3월5일자 1면.  
     

    갑작스럽게 은행빚이 늘면서 은행 대출금 상환비로 나가는 돈만 한달에 75만원이 넘는다. 굴지그룹 계열사에서 일하는 남편의 월급은 240만 원 가량. 회사가 2년째 월급을 동결했지만 요즘처럼 실직난이 심할 때는 언감생심 월급 타령은 입에도 못 올린다. "애들이 ‘스티커 사달라, 과자 먹고 싶다’ 조를 때면 막막하죠. 전엔 야단이라도 쳤는데 요즘은 ‘엄마, 너무 힘들게 하지 마, 우린 빚이 너무 많거든.’ 그러고 말아요. 애들이 무슨 죄예요."

    백씨는 "그래도 살아야지, 생각하다가도 서민 살림살이가 이렇게 되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뭐하나 싶으면 막 화가 난다"며 "정치나 정책관련 뉴스는 안본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수영 회장이 말한 대로 ‘정부와 국가가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란 생각과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깨달은 셈이다. 백씨는 그래도 낫다. 세계일보가 1면 머리기사 <영세업자 10만원 받아내려 빚독촉…우유값 없는 주부는 식료품 훔치고>에서 소개한 사연은 눈물겹다.

    "’남편이 회사에서 잘려 당장 아이 둘을 먹일 우유 값도 없어요.’ 30대 전업주부 B씨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즉결심판 법정에 섰다. B씨는 연방 눈물을 훔치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서울 양재동 한 대형마트에서 카트에 물건을 실어 훔치려다 직원에게 붙잡혔다. 카트에 담긴 물품은 아기 옷과 분유, 식료품 등 10만 원어치도 안 됐다. 법원은 그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선고유예를 내렸다."

       
      ▲ 세계일보 3월5일자 1면.  
     

    이수영 회장이 말한 대로 위기의 실체에 비해 체감 위기의식이 덜한 인물이 있긴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이 위기가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혹자는 2, 3년이라고 하지만 금년 한 해를 보내면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두 달이 지났으니, 지켜볼 일이다.

    MBC 언론관계법 보도에 중징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는 지난 연말과 올해 초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다룬 MBC의 <뉴스데스크>와 <뉴스 후>가 방송심의규정상 공정성 조항 등을 위반했다며 각각 ‘경고’와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4일 의결했다. 이들 징계는 재허가 때 감점요인으로 작용하는 법정 제재다. <시사매거진 2580>에 대해서는 가벼운 조치인 ‘권고’를 결정했다.

       
      ▲ 조선일보 3월5일자 사설.  
     

    대부분의 신문이 관련소식을 전한 가운데 조선일보의 관련사설이 눈에 띈다. 조선일보는 사설 <MBC 불량방송 최종 심판은 소비자가 내려야>에서 "왜곡·편파 방송은 MBC의 고질(痼疾)이 된 지 오래다. MBC는 지난해 ‘PD수첩’에서 미국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식의 거짓말을 퍼뜨려 ‘시청자 사과’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MBC는 국민을 상대로 그 몇 배 거짓말을 해대고도 아무 일이 없다. 맷집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방송 정도(正道)를 벗어난 방송을 징치(懲治)하는 마땅한 수단이 없어서다"라고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MBC가 편파·왜곡을 밥 먹듯 하는데도 막거나 경계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없다. 1765명의 사원이 자기들만의 해방구를 만들어놓고 집단마비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라며 "불량 방송은 시청자들이 나서서 정신 번쩍 들게 혼을 내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경향신문 기고글 <방통위의 공정성 심의는 코미디다>에서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 관련법 개정 논란과 관련, MBC의 앵커멘트와 보도 내용, KBS 생중계시 반정부 목소리 삭제, YTN 사장 임명 논란 보도, MBC 의 광우병 보도, 친정부 신문의 광고 불매 다음카페 글 등에 대해 공정성을 심의했고 그때마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이젠 공정성 심의를 재설계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 경향신문 3월5일자 31면.  
     

    박 교수는 "선진국들에서 국가에 의한 공정성 심의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사법기관에서 추후에 합법으로 판단될 내용마저도 정치적인 이유로 규제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결국 국가가 강요하는 협의의 공정성은 비판적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아 모든 방송국을 일률적으로 ‘다양하게’ 만들고 결국 외적 다양성을 훼손한다"며 "방송인들이 논쟁의 한쪽에 동의한다고 해서 그 논쟁에 법적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이들을 ‘이해당사자’로 몰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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