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부정선거 진상 조사 결과보고서를 놓고 통합진보당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7일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유시민 공동대표가 “당원 총투표의 결과가 정당성을 의심 받는 상황에 와 있다.”며 이처럼 의심을 받게 된 가장 핵심적인 것은 “(통합진보당의) 당원 명부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혀 발언의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단 회의 모습(사진=장여진 기자)

“투표소별 득표 현황 등 공개하지 않아”

유 대표는 또 “당원 명부에 대한 신뢰성이 없을 때, 이 당원 명부가 확실하며, 정상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이 없을 때, 이런 당원 명부를 토대로 한 어떤 당원 투표도 그 정치적 정통성,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당권파들의 당 운영에 기초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유 대표는 이어 “우리 당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당원민주주의도 정상적으로 실현될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즉각적인 당원 명부에 대한 전면적 검증, 정비작업을 시작해야 된다.”고 제안했다.

유 대표는 이와 함께 “이번 비례 후보 경선 결과가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최소한 한 가지 조처를 지금이라도 취해야 한다.”며 당 중앙선관위의 투개표 관련 세부적인 정부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당 중앙선관위는 아직도 3월 22일 발표했던 비례대표 후보 경선 결과 후보자 득표수 이외에는 이 선거와 관련된 어떤 세부적인 정보도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3월 19일부터 당 중앙선관위에 대해서 당 대표로서 오프라인 현장 투표소의 투표소별 후보 득표수 공개, 그리고 온라인 선거에서 각 후보가 각 시군구 지역위원회 별로 어떻게 득표했는지를 보여주는 세부 투표 결과를 공개해달라고 지금 한 달 반 넘게 요구해 왔다.”며 “이 데이터는 저도 가지고 있고, 당 중앙선관위도 가지고 있으나, 저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다시 한 번 이 데이터를 둘 다 즉각적으로 공개해줄 것”을 당 중앙선관위에 촉구했다.

그는 이어 “현장 투표는 투표소별 후보 득표수가 정확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당 중앙선관위가 이미 무효화한 7개의 투표소의 세부 내역도 마찬가지로 공개되어야 하며, 무효화한 투표소가 무슨 사유로 무효화 되었는지도 다 밝혀야 한다.”며 중앙선관위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그는 투개표와 관련된 세부적인 통계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당원과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당원 투표 가능”, 이 “재검증 공청회 열자”

유 대표는 “민주주의의 기본규칙과 상식을 파괴하면 우리 당 안에서 발생한 정치적 정통성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며 “당의 운영, 선거 등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당원과 국민 앞에 최대한 공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 대표는 12일 중앙위에서 내릴 결정이 승복되지 않을 경우 당권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당원 총투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단 회의, 전국운영위원회, 중앙위원회, 당원총투표로 이어지는 전당원 대회, 이런 민주적 의결 절차를 통해서 갈등을 해결해고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 같은 당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당원 명부’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이에 앞서 이정희 공동대표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전 국민 앞에서 기정사실인 것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만큼 공개토론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며 ”내일(8일) 오후 2시가 좋겠다. 가능하면 언론사에서도 생방송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상식이 무어졌다는 것이, (그 일이)통합진보당 내부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들 속에서 발견됐다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의 공청회 주장은 진상조사위 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파고들면서, 중앙집행위 결정의 근거 자체가 ‘하자’가 있다는 점을 보여줘 진상조사 결과 자체를 쟁점으로 살려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5월 5일 전국운영위원회를 통해서 생살을 도려내는 결단을 내렸다.”며 이는 “국민들께서 미래를 위해서 성원해준 진보의 숲을 푸르게 가꾸지 못한 우리 모두의 잘못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청한 벌”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진보의 숲에는 벌레 먹은 나무, 또 병든 나무보다 건강한 나무들이 훨씬 많다.”며 “우리가 전국운영위원회를 통해서 결단을 내린 것은 나무 하나 하나에 대해서가 아니고, 진보의 숲을 건강하게 가꾸지 못한,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어떤 경우도 분당은 없다”

그는 또 이번 사태가 “진보정당의 오랜 관습, 관행,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며, 그런 낡은 관행과 습속을 10여 년 이상 혁신하지 못하고, 그것을 방치고 키워온 책임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죄는 너무나 무겁다.”고 자책했다. 심 대표는 “당의 정통성과 신뢰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고, 진보정치의 존폐가 촌각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당은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더 큰 결단으로 생각해야 했다.”며 “당을 위해서 사즉생의 각오로 이뤄진 결단을 당원들이 함께 해줄 것은 간곡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심 대표는 또 “일부 언론에서 분당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분당은 없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통합진보당 내에서, 변화와 혁신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진보정치의 미래를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이 새롭게 서는데 중요한 것은 당의 자정능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조준호 공동대표는 “우리 조사위원회가 진행한 조사 과정에 약간의 미흡함, 부족함이 있을지언정, 어떤 의도도 분명히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 비례 후보 문제가 경선과정에서, 일반 경쟁부문 비례 후보 문제도 경선과정에서 불거졌다.”며 “대표단 회의에서는 이 선거가 끝나고 (진상조사를)진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