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회의 5일 동안의 기록
        2009년 03월 02일 11: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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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9일(월) 임시회 개회.

    오늘부터 임시회의 회기가 시작되었다. 전주시의회는 통상적으로 1년 동안 10~11차례의 회의를 개최한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예결특위를 구성하여 전년도 결산과 차기년도 예산을 다루는 정례회의는 2회, 나머지는 임시회의다.

    회기 첫날에는 본회의장에서 개회식이 열린다.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맹세, 그리고 묵념을 한다. 전주시의회의 묵념발언은 일반적인 것과 좀 다르다. “순국선열과 전몰 호국용사 및 민주영령에 대한 묵념이 있겠습니다.” 민중의례에 익숙했던 선배의원의 ‘타협적 투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선배가 투쟁하면 후배가 편해진다.

       
      ▲ 필자

    지역구내 농촌마을인 원산정 마을을 찾았다. 오늘 정월 대보름에 맞추어 모정준공 기념식을 마련했다. 매년 달집태우기 행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 마을의 통장님은 전주시농민회 부회장이자 진보신당의 당원이다.

    그러다 보니 여느 마을보다 발걸음이 잦은 마을이고, 그러다 보니 오늘 마을에서 준비한 감사패를 받게 되었다. 계면쩍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패를 받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둥근 보름달이 떴다. 풍물패가 마을을 돌고 달집에 불이 붙었다. 우리 농촌의 주민들은 정치적, 계산적 이해관계에 철저하지 않다. 생활적 관계라고 할까. 그저 얼굴을 마주친 횟수 만큼이다. 오후 내 마신 술기운을 달고 도당 운영위에 참석하다.

    2월 10일(화) 상임위 첫날.

    통상적으로 전주시의회의 오전 회의는 10시, 오후 회의는 2시에 시작된다. 점심시간으로 할애되는 시간이 두 시간이다. 처음 의회에 들어가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관행을 바꾼다는 것은 의안 하나 부결시키기보다도 더욱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굳어진 관행 하나 바꾸기 어려운 곳이 비단 의회나 군대뿐이겠는가. ‘세월아 네월아’ 흘러가는 당내 회의문화가 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은 아직도 바람이다.

    상임위원회 배정으로 위원으로 들어가 있는 ‘전주시 도서관운영위원회’ 회의가 공교롭게 11시에 예정되어 있다. 마침 상임위원회 회의를 오후로 연기한다는 전문위원실의 연락을 받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2006년부터 추진된 BTL(임대형 민자사업) 도서관 건립사업에 대하여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였다. 전주시 2곳에 민간자본을 통하여 도서관을 건립하고 20년간 도서관의 운영권까지를 그 업체에 위탁하겠다는 계획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우선협상 대상자인 업체와의 협상난항으로 시간과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고 수준의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시립도서관을 ‘주식회사’에 맡겨 운영할 수는 없으며 전주시의 직접 건립으로 방향선회를 요구하였다. 지금껏 형식적 보고를 받는 수준으로 안건을 처리해왔던 대부분의 운영위원들이 고개만 끄덕이던 참에 전주대학교의 젊은 교수 한 분이 BTL도서관 사업의 폐해를 지적한 논문이 있다는 발언으로 지원사격을 해 주었다.

    회의가 끝나고 도서관장이 찾아와 귀뜸을 했다. 의원님의 뜻대로 갈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협상절차 중이라 공식석상에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의회에서 도서관 예산을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말을 전하고 나왔다.

    발기인으로 함께 했던 전북녹색연합이 창립대회를 가졌다. 인천에서부터 맹렬한 녹색운동을 펼쳐왔던 한승우 사무국장의 땀과 노력이 밴 결실이다. 동네 자율방범대 모임을 마치고 저녁을 먹었다.

    2월11일(수) 상임위 둘째날

    어제 상임위 회의를 오후로 연기한 것에 대하여 지역신문들이 일제히 비판기사를 실었다.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학교 졸업식장에 얼굴을 비추기 위하여 회의를 연기하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해당 집행부 공무원들이 의회까지 출석하여 와 있는 상황에서.

    학교졸업식은 아니었지만 회의 연기에 동의했던 나 역시 공범이었다. 그나마 갔어야 될 회의에 갔기에 약간의 변명의 여지는 있었지만 처음에 비하여 판단과 긴장이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다.

    어제는 경제국과 농업기술센터에 대한 2009년 업무추진계획 보고가 있었고, 오늘은 전통문화국과 동물원에 대한 보고가 진행되었다. 경제국 사업의 핵심은 기업유치, 기업지원이다. 기업만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만이 전주시민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기본 도식에 대하여 전주시와 전주시의회는 뜻을 같이 한다. 하기야 전주시장과 전주시의원 거의 다수의 소속정당이 같으니 당연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서 ‘노동’은 달래기 아니면, 배제의 대상이 된다. 한국노총에 대하여 근로자복지관을 위탁하여 수익사업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노총에게는 몇 백만 원 수준이지만 간부교육 명목 등으로 지원금을 주는 형식으로.

       
      

    또한 ‘노동’ 의 입장에서는 특정한 사안이 있지 않는 한 지방행정권력을 관심 밖의 영역으로 놓아둔다. 노동과 지방권력 사이에 전선이 형성될 수 없는 것은 아닐진대. 나의 과제요, 지역 당부의 과제도 될 것이다.

    전통문화는 관광산업과 결부되어 전주의 성장동력으로 위치되어 있다. 긍정성이 커 보인다. 그래서 탐이 난다. 빠른 시간 안에 전주의 전통문화 사업에 진보의 색깔을 입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하여 지금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적어도 진보신당 전주시당의 정책과제에는 전통문화 영역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민예총 등과의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전문가 한 명이라도 당내로 영입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2월 12일(목) 상임위 셋째날

    지역의 자원봉사단체에서 지역구내에 있는 노인요양시설에 봉사활동과 음식접대행사를 진행하니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오래 전에 받았었다.

    회기 일정 때문에 참석을 하지 못했는데, 지역구 내 다른 의원이 참석을 한 모양이다. 다른 상임위 소속의 그 의원이 회의를 빠지고 그곳에 갔는지 아니면 회의 일정이 비어서 갔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주민의 입장에서는 이유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누구는 온 것이고 누구는 안 온 것이다. 기초의원들이 그렇게 소선거구를 외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느낌을 갖게 되고 또한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단체들이 있기에 실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나마 오늘은 평소에 우호적인 분들이니 크게 마음을 쓰지 않는다.

    오늘은 상임위 마지막 날로, 덕진구와 완산구청의 업무보고가 진행되었다. 전주에는 두 개의 행정구가 있다. 민원과 단속업무 등 직접 주민들과 밀착된 실무집행을 주로 담당하는 곳이다. 이러한 구청의 사업 특성상 시의원들은 많은 민원들을 구청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구청에 대한 의원들의 견제는 날카롭지 못하다. 쇠고기 등 원산지 표시 단속강화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당사에서 국회의원 재선거 기획단 회의를 마치고 학교 선배 두 명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그 중 민주당과 관계를 맺고 있는 선배 한 명이 2010년 기초의원 선거출마 결심을 밝혔다. 건투를 빌었다. 그래도 학생운동 물을 먹은 정치인이 나은 것은 사실이다. 확률적으로.

    2월 13일(금) 임시회의 폐회

    각 상임위에서 의결된 안건들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임시회의 마지막 날이다. 5분 발언을 했다. 미리 사무국에 신청을 하여 본회의장에서 하는 자유발언이다. 예산 조기집행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이명박 정권의 지침과 독려에 의하여 지방정부까지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예산 조기집행은 예의 그 ‘속도전’과 ‘개발독재’의 다른 말이다. 주로 건설공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예산 조기집행은 환경교통영향평가 단축, 계약심의 생략, 수의계약 확대 등을 통하여 부정부패와 부실시공을 차단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구축해왔던 기존의 제도와 기능을 단숨에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발언이 지역 언론을 통하여 기사화되기는 하였지만, 중앙정부의 토끼몰이식 정책 밀어붙이기에 온전히 내몰리는 현재의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에서 이러한 발언은 공허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상황판을 만들어놓고 어느 과가 빨리 돈을 쓰는가를 경쟁하는 모습은 참으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집행부에서 제출한 18개의 안건 중 ‘전주시 소비자 보호조례안’과 ‘전주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안’ 2건이 부결되고 나머지 16개의 안이 처리되었다. 소비자 보호조례안은 내용 부실과 준비 미흡으로, 도시계획조례는 주택지 옆 상업지구에 모텔신축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개정안을 부결시킨 것이다. 환경단체로부터 환영 성명이 나왔다.

    지역구 내 부영아파트의 분양 문제로 아파트 자치회 간부들과 함께 구청장 면담을 가졌다. 5년의 임대기간이 지나 분양이 진행되어야 할텐데 부영 측에서 눈치만 보면서 주민들과의 대화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대화 없는 일방적인 분양가 책정 때에는 분양 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구청장의 답변을 받고 구청을 나왔다.

    2월21일로 예정된 진보신당 전주시당원협의회 출범을 앞두고 일이 많다. 오늘은 동부지회와 북부지회가 총회를 하는 날이다. 전주시 준비위원회는 현재 4개 권역으로 지회를 구성하고 있다.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터라 북부를 찍고 동부에 합류하였다.

    전주시당에 조금씩 활력이 붙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늘 지금처럼, 당을 만나면 활력을 얻고 기를 충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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