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해철, 공교육 탓하지 말라”
        2009년 03월 02일 10: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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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시학원 광고 모델로 나선 것 때문에 비난을 받았던 신해철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나는 이번 광고 모델 사건에 대해 신해철을 비난하고 싶지만은 않았었는데 그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 신해철은 지난 1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교육이 우수한 학생은 감당 못하고, 떨어지는 학생은 배려 못하니, 가려운 부분은 사교육이라도 동원해서 긁어주고, 공교육은 자취를 감춘 인성 교육과 사회화의 서비스를 강화하는게 현재의 차선책. 당신들과 소신이 다른게 범죄야?"라며 사교육 광고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신해철 홈페이지)

    첫째, 돈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둘째, 한국 교육의 문제는 개인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광고는 거의 모든 매체가 다 하는 일이다. 대기업을 비판하는 비판언론도 대기업 광고를 싣는다. 돈 때문이다. 그 돈 때문에 논조가 바뀐다면 문제가 있다. 예컨대 학원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사교육을 조장하는 기사를 쓰는 것 말이다.

    그렇지 않고 독립된 논조를 유지하면서, ‘생존’을 위해 광고를 싣는 것까지 비난하기는 힘들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몸을 팔면서 살아가고 있다. 몸 파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으면 여기에 안 걸릴 사람이 없다.

    둘째,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런 얘기다. 나에게 교육 문제를 상담해오는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나는 그런다. 개인이 십자가를 진 것처럼 살 필요까지는 없다고.

    개인이 십자가 질 필요는 없지만

    한국 교육의 문제는 승자독식 경쟁구조에 있다. 이 구조 속에 살고 있는 각자의 심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 심성의 문제라고 하면 한국인에게 사교육에 환장하는 유전자라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아니다. 문제는 구조에 있다.

    각자 개인적으로 입시경쟁에 참여할지, 사교육을 할지, 사교육 광고를 할지를 선택하고 그 책임도 각자 지는 방식으로 가면 현재의 구조를 바꿀 수 없게 된다. 교육문제를 개인선택 차원에서 풀려고 하는 대안학교 운동이 가져다 준 것이 무엇인가? 아무 것도 없다.

    고등학생들이 입시경쟁에 반대하면서 동시에 입시공부를 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고민할 때, 난 죄책감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해준다. 어차피 개인들은 주어진 구조 속에서 사는 것이다. 그 속에서 문제를 느낀다면 선택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꿀 운동을 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입시경쟁에 참여하면서 입시경쟁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전혀 모순이 아니다. 이 문제로 고민하는 교사들에게도 그렇게 조언한다. 구조적 부조리는 개인선택이 아닌 구조변혁으로 풀어야 하니까.

    만약 신해철이 이렇게 주장했다면 어땠을까?

    ‘나의 사교육 광고가 싫다면 광고출연을 선택한 나를 욕하지 말고 국가에게 제도적으로 사교육과 사교육 광고를 금지하도록 요구하라. 국가가 금지할 때까지 난 계속 광고하겠다’

    이랬으면 어느 정도 퍼포먼스의 의미는 있었을 것이다. 문제를 개인차원에서 국가차원으로 옮기는 의미 말이다.

    하지만 신해철이 이번에 밝힌 입장은 달랐다. 그는 사교육광고가 자신의 교육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신의 개인적 선택을 옹호했다. 그것은 결국 사교육을 옹호하는 효과를 초래했다. 아쉬운 일이다.

    신해철 교육관의 문제

    신해철은 이번 글에서, 자신은 그동안 공교육의 총체적 난국을 비난해왔을 뿐 사교육 금지를 주장하진 않았다고 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공교육 폐기를 원한다고까지 했다. 그리고 광고에 출연한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라 광고내용이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광고의 카피는 이것이었다.

       
      ▲ 논란이 된 광고 포스터

    ‘도대체 왜? 학습목표와 학습방법이 자녀에게 딱 맞는지 확인하지 않습니까?’

    구태의연한 암기주입식 저효율, 획일화 공교육을 교육문제의 근원으로 보는 것은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교육관이다. 그들은 그러면서 다양하고 자율적인 맞춤식 교육을 위한 공교육 개혁, 공교육 정상화를 주장한다. 공교육이 사교육에게 밀리는 것은 공교육의 부실 때문이니, 공교육이 수요자 지향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관된다. 신해철의 교육관은 이런 사고방식과 근본적으로 비슷하다.

    공교육에 적대적인 것은 한국 민주화 세력도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나 미국의 보수파들이 특히 심하다. 미국의 보수파들은 공교육을 아예 폐기해버리길 원하는데,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도 비슷한 기조를 보인다.

    한국에서 이것은 ‘학교 탓, 교사 탓, 교장 탓’으로 발현된다. 학교와 교사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와 교사를 변화시키기 위해 경쟁강화, 성과급차등지급, 책임경영, 교원평가, 교장공모제 등 온갖 수단이 강구된다.

    물론 신해철은 경쟁강화 정책을 거부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문제를 공교육 탓으로 돌리면 현재와 같은 입시경쟁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학교경쟁이 강화된다. 이것이 입시경쟁에 적대적이었던 민주화 정부가 오히려 입시경쟁을 더 심화시킨 이유다. 공교육 탓을 하는 순간 반드시 이런 귀결로 치닫게 된다.

    문제는 서두에 지적했던 것처럼 구조에 있다. 승자독식 무한경쟁 구조와 그것의 토대가 되는 대학서열체제가 만악의 근원인 것이다. 이 구조적 부조리를 외면하고 공교육 탓만 하면 한국인은 영원히 교육지옥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된다.

    신해철은 획일적인 입시교육이 아닌 개개인에게 딱 맞는 학습목표, 학습방법 등 다양한 맞춤교육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려 하는데, 이것도 한국사회의 구조에선 반드시 이상하게 작동한다. 게다가 이런 메시지는 이미 한국사회에 과잉이다. 민주화 세력이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귀결은 교육파탄이었다.

    교육내용을 문제 삼으면 반드시 현 구조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효과적 교육내용으로 바꿔야 한다는 정책이 관철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런 문제제기를 했던 사람이 원했던 것과 아무 상관없이 구조가 그렇게 작동한다.

    그러므로 공교육(학교, 교사)나 교육내용을 탓하기 전에 승자독식 경쟁구조(대학서열체제) 자체에 문제의식을 집중해야 한다. 이 경쟁구조는 필연적으로 교육말살-사교육망국을 초래하는데, 그 파멸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늦추려면 길은 하나밖에 없다. 임시방편으로 국가가 사교육을 금지하는 것이다. 아니면 사교육 광고라도 금지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신해철의 사교육 광고가 사교육 광고 금지를 위한 퍼포먼스였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신해철은 공교육 탓만 했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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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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