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을 각오로 안 싸우면 죽는다"
        2009년 03월 02일 10: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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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노사민정이 고통을 분담하고, 일자리를 나누기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냈습니다. 외환위기 때 금붙이를 모으던 정신이 지금 일자리 나누는 정신으로 되살아난 것입니다.”

    3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한 말이다. 이명박은 “연금이나 월급을 나누는 등 사랑의 실천에 동참하고 있다”고 임금삭감을 ‘월급나누기’로 둔갑시키며 “이런 모습은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데올로기 전쟁 : 일자리나누기

    이명박은 지난 2월 23일 노사민정의 ‘임금삭감-파업 자제-일자리 유지’에 ‘환장’했다. 바로 다음날 24일 당사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한국노총 위원장 장석춘에게 “한국노총이 이번에 보여준 대타협의 정신에서 변화의 기운을 읽고 있다"며 추켜세웠고, 노사민정 대타협의 정신이 산업현장과 각 지역에 확산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위원 초청 오찬’에 참석한 장석춘(왼쪽) 한국노총 위원장 (사진=청와대)

    이명박이 노사민정 대타협을 ‘금모으기’ 정신의 부활이라고 떠든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위기는 점점 심화될 것이다. 민생파탄에 대한 노동자 민중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갈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실업자 등 불안정 노동자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된다.

    그 때마다 이명박은 임금삭감과 일자리나누기를 떠들며, 민생파탄의 책임을 대기업노조와 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길 것이다. 비정규직, 실업자, 노숙자들의 분노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조직된 노동자에게 향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 전쟁’이다.

    입법 전쟁 : 미디어법과 노동법을 분리시켜라

    “미디어법을 이번 회기에 통과시키지 못하면 1년 내내 인질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처리않으면 4월은 추경, 6월에 비정규직법, 9월에는 예산과 연결시킬 것이다.”

    2월 27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홍준표가 긴급 의원총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반드시 이번에 매듭을 풀어야 하는데 그 방법이 단칼에 잘라버리고 지나가는 것”이라며 미디어법 날치기 강행 처리를 공언했다.

    한나라당은 방송을 재벌에게 안겨주는 미디어법을 포함해 MB악법을 국회에 날치기 상정하고, 3월 1일 여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희대의 사건까지 저질렀다.

    홍준표와 저들은 알고 있다. 미디어법이 비정규직법, 정리해고법과 연결돼 1996~97년처럼 거대한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민주노총이 성폭력으로 위축되어 있는 이 시기에 MB악법을 빠르게 통과시키고, 이어 노동법 개악을 추진해나가면 된다는 것을.

    노동법 개악도 순서가 있다. 4대 노동악법 중에서 조직된 노동자,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저항이 가장 약한 최저임금법, 비정규직법(기간제법)을 먼저 개악한다. 이어 제조업 생산현장이 파견노동자로 판치도록 만드는 파견법 개악과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의 요건을 완화해 ‘해고자유시대’를 만드는 근로기준법 개악을 진행한다. 저들의 전략은 이토록 치밀하다.

    이명박의 목표 저항세력 거세, 민주노조 무력화

    공기업 신입사원 임금삭감 →현대중공업 위원장 오종쇄의 임금교섭 백지 위임→노사민정대타협→30대 그룹 신입사원 임금삭감→전체 노동자 임금동결 및 삭감→노동법 개악→민주노조 무력화.

    이명박과 재벌들이 그리는 2009년 설계도다. 이미 목표의 절반에 와 있다. 이제 민주노총의 주요 사업장을 흔들어 임금동결 및 반납을 이끌어낸다. 과거에 투쟁력이 강했으나 현재 조직력이 무너져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임금반납과 무파업선언을 끌어내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들을 압박해가는 것이다.

    이명박과 재벌의 목표는 당연히 금속노조다. 민주노총의 가장 강력한 선봉부대이자, 투쟁력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핵심 공격대상임은 당연한다. 금속노조의 임단협 전선을 무력화시키고, 무파업과 임금동결을 끌어내는 것이 정권과 자본이 노리는 핵심이다. 바로 저항세력의 거세, 민주노조의 무력화이다.

    2.28 전국노동자대회의 힘

    성폭력 사건의 초토화되었던 민주노총. 그러나 2.28 전국노동자대회는 현장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집회였다. 여의도 문화마당을 가득 메운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이 ‘해체’되거나 ‘타도’되어야 할 조직이 아니라 ‘소중히 지켜야 할’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전국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은 이날 여의도를 출발해 국회 앞에서, 서울역에서, 남대문에서 힘차게 가두투쟁을 전개했다. 오후 5시만 되면 버스를 타고 지역으로 내려갔던 과거와 달리 밤 8~9시까지 싸웠다. 곳곳에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금속노조만 15명 가량의 조합원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명박에 대한 분노와 투쟁의 의지가 곳곳에서 확인될 수 있었다.

       
      ▲ 지난 28일 저녁 추모대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 3만여 명이 숭례문 부근에서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그러나 민주노총은 현장의 투쟁 열망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사전에 준비되어 선봉에서 전체 행진 대열을 이끌고 나아갈 동지들을 모았다면, 시청과 명동에서 충분히 경찰을 뚫고 행진을 계속할 수 있었다. 연행자나 부상자도 적게 발생할 수 있었고, 잃어버렸던 청계광장과 시청을 돌파했다면 현장 조합원들의 사기는 더욱 높아졌을 것이었다.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

    이명박과 자본의 이데올로기 전쟁과 입법 전쟁에 맞서 이제 노동자가 선봉에 서야 한다. 2008년 촛불들이 선봉에서 항쟁을 이끌어냈다면, 2009년 노동자가 선봉에서 싸워야 한다. ‘민생파탄 명박퇴진’을 걸고 현장과 거리에서 위력적인 투쟁을 만들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MBC를 주축으로 한 언론노조의 총파업에 연대해야 한다. 수도권의 간부들은 국회로 집결해 MB악법을 막아내야 하며,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타격 투쟁과 MBC를 지지하는 촛불집회에 결합하자.

    금속노조 실천단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위력적인 가두투쟁을 벌여내야 한다. 이명박이 들어서서 살림살이나 나아졌다는 2.8%의 부자들을 제외하고, 97%의 노동자 민중과 연대해 저항을 확산시켜내자.

    현장에서는 ‘비정규직을 포함해 단 한 명도 해고하지 말라’는 총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지역을 중심으로 투쟁을 확산시켜내야 한다. 조직력이 취약한 사업장을 방어하고, 단일노조답게 싸워내야 한다. MB악법과 노동법, 총고용보장을 묶어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내야 한다.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 모두가 감옥에 갈 각오로 싸워야 한다.

    “이제는 돌파가 필요한 때다 생각한다. 원내지도부의 방침에 따라서 정말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지금 밀지 않으면 안된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27일 의원총회에 참가한 의원들에게 내뱉은 말이다. 이명박 정권과 자본은 사즉생의 각오로 우리를 향해 공격해오고 있다. 진정으로 사즉생의 각오로 싸워야 할 사람들은 바로 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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