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직권상정뿐인가?
        2009년 03월 02일 11: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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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은 것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다. 1일부터 밤샘으로 계속된 여야협상이 결국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협상을 무산시킨 것은 한나라당이다.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나고 국회로 돌아온 박희태 대표는 “오늘 협상은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중재안을 거부했는데)누가 협상을 하겠나?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일 오후 2시부터 열리는 본회의에서, 두 달 넘게 이어진 ‘MB악법’ 논쟁의 국면전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든, 하지 않든 향후 국회는 이번 2차 법안전쟁의 후유증을 톡톡히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의원 및 당직자들이 2일, 국회로텐더홀을 점거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회담 무산은 예견된 결과였다. 1일부터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을 중심으로 협상을 벌여온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협상에 난항을 겪자 결국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안으로 다시 협상을 벌였다. 결국 2일 새벽이 되어서야 미디어법을 6월 국회까지 분리처리하고 금산분리 완화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장 중재안에 잠정합의했다.

    그런데 이 합의안을 한나라당이 거부하면서 협상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2일 새벽 이뤄진 의원총회에서는 친이계열 의원들로부터 강한 반발이 있었다. 2일 아침 라디오에 출연한 한나라당 의원들도 모두 이번 국회의장 중재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국회의장 불신임까지 공공연히 거론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타협안에 서명했음에도 잠정타협안을 “논의 수준”이라고 격하했다. 홍 대표는 2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출연해 “이것은 합의문도 아니고 가합의문도 아니고 그냥 논의한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총에서 (중재안을)의원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며 “(자꾸 합의라는 표현을 쓰면)전화를 끊겠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강경파들에 휘몰리면서도 계속 여야 타협을 주장해왔던 홍준표 원내대표까지 강경노선을 견지할 만큼 이미 당내 무게균형의 추가 강경파 쪽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형님’의 발언 이후 당내 강경파 목소리를 제어할 세력이 없다. 박근혜 의원은 계속 침묵하고 있다.

    이들 한나라당 강경파들은 이제 당 지도부 비판을 넘어 김형오 국회의장을 직접 압박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분리처리 타협안을 제출함에 따라 사실상 미디어법 2월 국회 직권상정이 어려워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내 대표적 강경파인 심재철 의원은 <PBS>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을 미루면)의장의 거취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며 “의장이 임기를 마치면 한나라당으로 복귀하는 것을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계속 국회의장직을 수행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복당할 생각조차 말라’는 강한 경고인 셈이다.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도 <BBS>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오늘 최종 담판을 지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현재 한나라당 내 분위기가 굉장히 강경하기 때문에 타결 전망은 거의 안 보인다”며 “의장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국회의장도 국회의원이 뽑는 것으로 의장에 대한 (당내)탄핵 내지는 불신임 기류도 강경하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27일 국회의장 본회의 취소 이후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타협이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둘러싼 여야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미 결전의 분위기는 팽배했다. 본청 출입금지 조치에도 민주당 당직자들은 몸싸움까지 벌이며 본관으로 진입해왔고 한나라당은 로텐더홀을 점거하고 본회의장 진입을 막고 있다.

    문제는 국회의장 직권상정 가능성이다. 그러나 김형오 국회의장 자신이 여야 중재안에서 쟁점법안에 대한 분리처리, 4월 임시국회 처리를 내세운 만큼 직권상정 명분은 더욱 약해졌다. 여기에 국회의장안을 민주당이 수용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한나라당 의견을 수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SBS>라디오 ‘김민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국회의장은 국회의 수장이며 한나라당의 당원이 아니”라며 “어젯밤에 내놓은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10시간 후에 바뀔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권상정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당 강경기류와 더불어 청와대까지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이동관 대변인이 2일 “일자리 창출과 미디어 산업 선진화를 위해 꼭 필요한 미디어 법안이 왜 여야 정쟁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안타깝다”며 미디어법의 2월 국회 처리를 종용했다. 문제는 또 청와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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