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만여명 분노의 행진…MB화형식
    경찰, 최루액 진압…20여명 연행
    By mywank
        2009년 03월 01일 01: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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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 6차 범국민대회’ 참가 시민, 언론악법 통과 저지 투쟁 중인 언론노동자,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권 심판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도심으로 집결해,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분노의 대규모 거리행진을 벌였다.

    28일 저녁 노동자와 시민 등 3만여 명(범대위 측 추산)은 밤늦은 시간까지 명동과 종로 일대에서 행진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참가자들에게 색소와 휴대용 최루액을 뿌리면서 강제진압을 시도했으며, 20여명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저녁 추모대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민주노총 조합원 3만여 명이 숭례문 부근에서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편,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와 민생민주국민회의(준) 공동 주최로 28일 오후 4시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6차 범국민추모대회’는 경찰의 집회 불허와 한 환경단체의 행사 등으로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3만여 명 도심에서 거리행진

    범대위 측은 청계광장에서 추모대회 개최가 어렵게 되자 장소를 옮겨, 같은 시각 언론악법 철폐를 촉구하며 총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가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개최한 ‘결의대회’에 결합해 약식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범대위는 이날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이 발생 된 지 40여 일이 지났다”며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공개사과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아닌, 공안탄압과 여론조작으로 난국을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범대위 이어 “이에 맞서 범대위를 중심으로 한 추모와 저항의 흐름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듯 완강하고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다”며 “더 이상 진실규명의 책임을 권력의 시녀인 검찰에게 맞기지 않을 것이고, 국민이 직접 나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고인들의 명예를 회복할 차례”라고 밝혔다.

    범대위는 또 “우리는 5만 명의 고발인을 모집해 범국민적인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운동에 돌입하고, 이명박 정권의 반민중․반민주 정책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전선을 형성 할 것”이라며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물결은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횃불’로 타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28일 ‘6차 추모대회’는 경찰의 집회 불허와 한 환경단체의 행사 관계로, 같은 시각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 결의대회와 함께 진행되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발언을 하고 있는 고 이상림 씨의 며느리 정영신 씨(왼쪽)와 박래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사진=손기영 기자) 

    집회에 참석한 박래군 범대위 공동집행원장은 경찰이 이날도 추모대회를 불허하고, 검찰이 자신을 포함해 범대위 간부들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지금 여러분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범국민추모대회 한 번만 하려고 하는데…. 경찰은 그것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추모대회, 추모행진 모두 불법이라고 합니다. 또 저와 범대위 간부들도 체포하겠다고 합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 한달이 넘었는데, 정부는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인들을 테러범으로 몰고 있습니다. 제가 체포되더라도 이 싸움을 계속되어야 합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임기 전에 끌어 내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습니다.”

    "용역깡패는 무죄, 철거민은 테러범인 나라"

    함께 나온 고 이상림씨의 며느리인 정영신씨는 “가난하게 죄냐, 힘이 없는 게 죄냐”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경찰과 용역들은 죄가 없고, 철거민들이 ‘자살 테러’를 했다고 합니다. 저희는 힘이 없고 가난하고 용역들한테 맞기 싫어서 망루로 올라갔습니다. 한 달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분해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유족 앞에 사죄해야 합니다. 그리고 뭐가 무서워서 오늘 추모대회까지 못하게 합니까.”

       
      ▲이날 집회를 캠코더로 촬영하다가, 시민들에게 ‘용역 직원’으로 지목된 한 남성이 집회장 밖으로 끌려나가고 있다. 이 남성은 "나는 취재기자 일 뿐"이라고 밝혔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집회에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뉴스나 기사에서 고 이상림씨 등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도심 테러리스트’로 만들지 않기 위해, 언론장악을 시도하려는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며 다짐했다.

    박성제 MBC 본부장은 “참사가 일어난 지난달 20일 새벽, 언론이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는데, 유족들을 뵐 때마다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노종면 YTN 지부장은 “앞에 있는 고인들의 영정을 봐도 눈물이 나는데, 정권은 방송을 장악해 이런 분노를 아무 느낌 없이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SBS-YTN-아리랑TV 3월 2일 파업

    이날 ‘6차 범국민추모대회’에는 노회찬 심상정 등 진보신당 공동대표단,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김영호 미디어행동 공동대표,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를 비롯해, 결의대회에 참가한 언론노조 조합원 등 500여명이 함께 했다.

    한편, 추모대회와 함께 열린 ‘언론노조 결의대회’에서 SBS, YTN, 아리랑 국제방송 지부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언론관계법 직권상정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오는 3월 2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저녁 6시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프레스센터를 향해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태평로 구 삼성그룹 본사 부근으로 이동했다.

       
      ▲추모대회 참가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태평로 구 삼성그룹 본관 부근에서 결합해, 행진을 벌이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이 연행을 시도하자, 행진에 나선 한 조합원이 저항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하지만 경찰은 이미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덕수궁 대한문 부근 도로를 경찰 병력으로 봉쇄하고 있었다. 조합원들과 추모대회 참가자 3만 여명은 “살인경찰 물러가라”, “용산 참사 책임져라”, "언론악법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으며, 양측 간에 충돌이 발생해 집회 참가자 10여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행진 참가자들은 40여분 간 태평로에서 연좌시위를 벌인 뒤 숭례문 방향으로 행진을 이어나갔으며, 한국은행 부근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인형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양 측간에 충돌은 행진 대열이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 이르면서 다시 발생되었다.

    칼라 TV 생중계 장비 파손 

    참가자들이 경찰의 제지를 뚫고 행진을 강행하려고 하자, 경찰은 이들의 얼굴 주변에 휴대용 최루액과 파란색 색소를 무차별적으로 난사하면서 강제진압을 시도했다. 최루액을 맞은 한 시민은 “얼굴이 너무 따갑고 약 냄새가 심하게 나서 거북하다”겨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일부 전투경찰은 강제진압에 항의하는 참가자들에게 방패를 휘둘렀으며, 한 시민은 얼굴 주변에 부상을 입고 다른 시민은 쓰고 있던 안경이 산산조각이 나기도 했다. 또 현장을 취재하던 <칼라 TV>의 인터넷 생중계 장비가 파손되기도 했다.

    이날 경찰에 폭행당한 황 아무개 군(19)은 “경찰 채증 요원에게 항의를 했는데, 갑자기 전경 4~5명이 대오로 끌고 들어가, 발길질을 하며 구타했다”며 “이 과정에서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지고 폭행을 당한 곳에 통증이 심하다”고 밝혔다.

       
      ▲한 시민이 행진을 봉쇄하고 있는 경찰을 향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찰은 저녁 7시 40분경 행진 참가자들을 명동 아바타 몰 부근 인도로 밀어 붙였으며, 참가자들은 명동성당으로 이동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이후 이들은 종로2가 ‘피아노 거리’와 지하철 종로3가역 부근으로 이동해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으며, 밤 9시 15분경 종로 2가 ‘지오다노’ 매장 앞에서 다시 집결 한 뒤 거리행진을 재개했다.

    하지만 500여명의 거리행진 참가자들이 지하철 종각역 4번 출구 앞에서 도로로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방패와 진압봉을 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며 강제 진압했다. 이날 거리행진에 나선 시민과 조합원들은 밤 10시 30분경에 대부분 해산했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밤늦게까지 시위를 이어나갔다. 이날 20여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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