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비가 줄었다? 글쎄요
        2009년 02월 28일 08: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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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을 하루 앞둔 27일 금요일, 여러 가지 일이 터집니다. 국회는 시끄럽고, 언론노조는 파업하고, 고대 고교등급제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이런 날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내놓습니다.

    한편으로는 측은하기도 합니다. 이미 내용을 가지고 있던 교과부가 발표시점을 조율하고 문서를 작성하느냐 고생했을 테니까요. 하긴 만약 ‘사교육비가 줄었다’라는 결과였다면, 금요일에 발표했을까요. 지난 25일 수요일이 대통령 취임 1주년이었으니,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공개하여 자축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겠죠.

    사교육비 줄었다면 MB취임 1주년 때 발표했겠지

    사교육비 조사 결과는 교과부와 통계청 두 군데에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통계청은 조사 결과 위주로, 교과부는 조사결과에 분석 및 향후 대책을 덧붙여 발표했답니다. 조사기관은 통계청이지만, 두 기관이 함께 하는 사업이니 만큼 각자의 성격에 맞게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겠죠.

    물론 가급적 결과를 충실히 수록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통계청 보도자료에는 있지만, 교과부 보도자료에는 없는 내용도 있답니다.

    작년 2008년 사교육비 총액은 20조 9천억원으로 추정됩니다. 2007년 20조 4백억원에 비해 4.3%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증가’입니다. 그러나 한 해 동안 소비자물가도 올랐습니다. 시각에 따라서는 이명박 정부가 물가를 못 잡았다고 보시는 분도 있겠지만, 2008년 소비자물가는 4.7%, 교육물가는 5.4% 늘었습니다.

    그래서 교과부의 관점은 “사교육비 총액이 4.3% 올랐으나, 소비자물가상승률 4.7%를 감안하면 실질 사교육비는 0.3% 감소”했다는 겁니다.

    일리있는 분석입니다. 이런 분석은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2008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 3천원으로, 2007년 22만 2천원보다 5.0% 증가했습니다. 5% 늘었지만, 교육물가 상승률 5.4% 감안하면 실질 사교육비는 줄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내용이 교과부 보도자료에는 없습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23만 3천원은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까지 포함하여 산출한 수치입니다. 즉, 사교육을 받든 받지 않든 간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을 분모로 삼은 겁니다.

    통계청에는 있는 교과부에는 없는 자료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 놓고 보면, 2008년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31만원입니다. 2007년 28만 8천원보다 7.6% 늘었습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나 교육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2007년이나 2008년이나 크게 변동이 없습니다. 그런 학생 입장에서는 사교육비가 늘었습니다.

    이 내용이 통계청 보도자료에는 있는데, 교과부 자료에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교육비는 증가한 것일까요. 감소한 것일까요.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교과부는 줄었다고 말하고 싶어합니다.

       
      ▲2007-2008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금은 경기가 추락하고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사교육비 총액이 감소했다고는 하나, 반영하지 않으면 늘었습니다. 이건 사교육비가 차츰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은 미약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있고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지갑이 얇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사교육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예전의 사례에 비추어보면, 다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1997년 IMF 위기가 터져 먹고 살기 팍팍했을 때, 그 다음 해인 1998년과 1999년의 유사 사교육비가 줄어든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1995-2007년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유사 사교육비 추이 
         
     * KOSIS, 유사 사교육비 = 보충교육비 + 교재비(2007년 불변가)

    경기침체에도 MB가 살려준 사교육업계

    경제가 나쁘고 소득이 주는데도 사교육비가 여전하다는 건,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사교육비 지출의 비탄력성으로, 웬만해서는 사교육비를 줄이지 않는 성향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효과로, 여러 가지 교육정책이 사교육비 감소를 붙잡고 있는 겁니다.

    지난 1년간 사교육업계와 주식시장의 동향이나 전망에 비추어보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즉,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이 사교육경기 부양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교과부는 사교육비 조사가 작년 3~5월과 7~9월에 이루어져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4/4분기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는 더 줄었을 것이라고 시사합니다. 타당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교육비 발표와 거의 동시에 있었던 ‘2007년 4/4분기 및 연간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2008년 전국 가구의 유사 사교육비(기타교육훈련비, 구 보충교육비)는 11.8% 증가하였습니다. 4/4분기만 놓고 보면, 9.6% 늘었습니다.

    유사 사교육비는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가계수지동향의 기타교육훈련비와 사교육비는 조사 방식과 항목이 달라 구체적인 수치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증가하고 다른 하나는 감소하는 등 정반대로 움직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교육비는 아직까지 튼튼합니다. 지갑이 점점 얇아지고 먹고 살기 어려워지지만, 사교육비는 끄덕없습니다. 시각에 따라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로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업계 전망대로 초등학생과 영어 많이 올라 

    학교급별로 추이를 보면, 초등학생이 눈에 띕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4% 늘어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줄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은 6.6%로, 물가보다 더 올랐습니다. 교과목 중에서는 영어입니다. 11.8% 증가하여 다른 과목보다 월등합니다. 논술이 12.5% 감소한 것과 대비됩니다.

    이런 흐름은 사교육 업계의 동향 및 전망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지금 학원가는 영어몰입교육 등의 영향으로 영어와 수능이 뜨고, 논술과 학습지가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업계는 국제중과 자사고 등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영향을 받아 초등부>중등부>고등부의 순으로 성장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곧 초등학교 영어사교육이 가장 촉망받는 시장입니다. 

    2007-2008년 주요 상장 사교육업체의 매출액 추이

     
    2008 매출(A)
    2007 매출(B)
    증감율
    공시일
    대교
    8,410억원 
    8,466억원 
    -0.65%
    2월 17일
    웅진씽크빅
    7,846억원 
    7,090억원 
    10.65%
    2월  5일
    비유와상징
    765억원 
    658억원
    16.18%
    2월 19일
    청담러닝
    830억원 
    628억원 
    32.11%
    1월 23일
    정상JLS
    786억원 
    446억원 
    76.18%
    2월 19일
    크레듀
    704억원 
    634억원
    10.98%
    1월 22일
    메가스터디
    2,023억원 
    1,633억원 
    23.84%
    1월 29일
    2조 1,366억원
    1조 9,558억원
     9.24%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DART
    ** 억원 아래는 버림한 이유로, 합계가 일부 틀릴 수 있음.
    *** 웅진씽크빅의 2007년 매출액은 5월-12월까지의 8개월치(07년 5월 인적분할)를 12개월로 환산함

    이외에 학원계는 ‘동네 슈퍼는 문을 닫고,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모 언론은 동네 학원의 매출이 줄어들고 폐업하는 걸 두고 경기의 영향이라고 분석하지만, 그것보다는 사교육의 대형화, 전국화, 산업화 경향으로 봐야 합니다. 

    “상위권일수록 사교육비 많고 참여율이 높다”

    일반적으로 사교육을 공교육의 보충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이 부실해서 사교육을 받는다”라는 시각도 같은 겁니다. 이런 관점이 맞다면, 공교육에서 사교육을 대체하면 학원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교육이 공교육의 보충이라면, 성적과 사교육은 반비례해야 합니다. 중하위권일수록 사교육비가 많은 그림이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반대입니다. 공부를 잘 할수록 사교육비가 많고 사교육 참여율이 높습니다.

    최근 2개의 논문이 교육관련 학회지에 발표되었습니다. 모두 상위권일수록 사교육비가 많은 현상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그 중 하나가 송경오 조선대 교수의 ‘공교육체제 발전 전략과 사교육 수요 간의 관련성 탐색’ 논문으로, 국제학력평가 TIMSS에 응한 41개국 중 사교육을 많이 받는 5개국(한국, 홍콩,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라트비아)을 살펴보니 우리나라만 성적과 사교육이 비례한다고 합니다.

    이건 우리나라 사교육이 ‘보충’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경쟁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의 차원인 겁니다. 부족한 학교공부를 메꾸기 위해 학원을 찾기 보다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또는 장래의 대학진학과 취업 등을 바라보면서 미리미리 학원으로 아이를 인도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사교육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대학과 취업의 관문에 손을 대던가, 공교육에서 경쟁적인 요소를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명박 정부는 대학과 취업은 방치한 채, 경쟁교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정부가 엇나갑니다.

    사교육비에서도 국민과 이명박 정부는 소통 부재

    길이 어긋나는 건 국민과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교육비 조사는 액수 등 실태 조사만 하는 게 아니라 의식조사도 합니다. 2008년에는 전국 273개 초중고의 학생과 학부모 5만 5천명을 대상으로 6월에 진행되었습니다.

    국민들은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기업체 채용 등에 있어 출신대학 중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다음은 ‘심각한 대학 서열화 구조’라고 말합니다. 학벌사회와 대학서열체제가 사교육의 원인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사교육을 줄이는 정책으로 ‘학벌보다는 능력 중심의 기업 채용방식 확산’을 1순위로 지목하고, ‘기초학력 부진학생 책임지도’와 ‘대학 서열화 구조 완화’, ‘수능점수 외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는 대학입시 전형’ 등의 순으로 답합니다.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는 학벌과 대학서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그 어디에도 학벌과 대학서열은 보이지 않습니다.

    △교장과 교사의 열정 등으로 사교육없는 학교 만들기 △사교육 의식 전환 캠페인 △교원평가제 △수준별 이동수업 △방과후 학교 활성화 △대입 입학사정관제 확대 △특목고와 국제중 입시 과열 방지방안 마련 △영어공교육 강화 △저소득층 및 기초학력 미달 학생 해소 △직업기술교육 강화 △학원비 안정화 및 통계 인프라 강화 등이 정부 대책입니다.

    ‘사교육 의식 전환 캠페인’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부분에서는 솔직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정부야말로 먼저 사교육에 대한 의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교육비에서도 이명박 정부와 국민은 소통되지 않습니다. 국민은 이 쪽이라고 말하는데, 정부는 저 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정책을 시행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긴 하나, 국민의 의사와 다른 정책이 앞으로 효과를 볼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09년 사교육비는 줄어들 것

    올해 2009년 사교육비는 어떻게 될까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 정책 때문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업체의 경기 부양에 도움을 주겠지만, 돈이 없어서 학원을 옮기거나 끊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도 일부 저소득층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중간층까지 옮아가면서 중하위층의 사교육비는 줄고 상위층은 현상 유지나 늘어나, 사교육비 전체적으로는 감소하나 격차가 벌어지는 그림이 예상됩니다.

    이유는 경기 침체와 실질소득 감소 때문입니다. IMF 위기 때처럼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돈이 없어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저소득층부터 그러지 않을까 전망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게는 기회입니다. 과정과 원인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사교육비가 줄어드니까요. 그러니 내년 2월 말을 기대하십시오. 사교육비가 줄었다고 자화자찬하는 정부를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2010년 지방선거를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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