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내부 격차 줄이는 전략 필요”
        2009년 02월 26일 05: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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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경남도당은 2월 25일, 이명박 정부 1년을 맞아 창원 노동사회교육원 강의실에서 ‘진보운동, 위기의 근원과 실천의 해법’이라는 주제로 임영일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소장의 특별강연을 마련했다.

    경남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오랫동안 재직했던 임영일 소장은 2006년, 교수직을 그만둔 후, 현장 활동가들, 진보적 연구자들과 함께 노동연구소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작년 10월 한국노동운동연구소(http://kilm.nodong.net)가 서울에서 출범했다.

    이장규 경남도당 정책위원장 사회로 진행된 강연에서 임영일 소장은 “현재의 진보․노동운동의 비상한 대응”을 주문했다.

    자본주의 공황과 운동의 위기

       
      

    먼저 그는 현재의 위기를 ①자본주의 공황 ②운동의 위기로 구분했다.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는 글로벌한 수준에서의 위기”이며, 위기 수준을 넘어 ‘공황’ 단계라고 얘기하는 김수행 선생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현재 IMF든 미국정부든 그 누구도 수습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글로벌화된 자본주의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낙관론은 이미 물건너 갔다는 것.

    지금까지의 역사 속에서 자본주의의 공황의 해결책으로는 “①케인즈주의적 처방, ②파시즘을 통한 해결, ③사회화 등 비자본주의적 방식”등 세 가지 방식이 있으며, 임영일 소장은 “각 나라의 정치문화적 조건과 계급투쟁의 과정에서 해결을 위한 각개약진”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어찌 되었든, “단일한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으로 회귀는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오바마 당선 이후), 남미의 경우 비교적 경로가 예측 가능하지만,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경우 예측의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세계 경제위기의 시발점은 미국의 ‘금융’위기였지만, 그 동전의 반대편에는 중국의 ‘실물’ 과잉생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계급 내 이해관계 통합하고, 자본과의 투쟁에 나서야 할 때

    이어 임영일 소장은 “진보진영은 경제위기의 피해를 누구한테 전가할 것이냐, 누가 경제위기의 떡고물을 차지할 것이냐를 두고 치열한 계급투쟁(계급 내(內) 투쟁, 계급 간(間)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초기 단계인 현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간 팽팽한 (자본가) 계급 내 투쟁이 진행되고 있으며, IMF 때와는 달리 산업자본을 장악한 재벌은 경제위기 책임론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자본가 내 계급투쟁만 진행되는 상황은 ‘일방적 계급투쟁 과정’이며 현재가 그러한 상태라는 것이다.

    한편, 근로노동대중의 상태를 살펴보면, “임금노동자 안에서의 정규직, 비정규직 간 갈등, 심지어 서로 다른 노동자 세대간 갈등, 자영업자의 소외”가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계급 내 분열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시급하고도 관건적인 과제는 “노동계급 내적 이해관계를 어떻게 통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본가 계급과의 투쟁에 나설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 될 때라야 “지배계급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대중에게 어떤 계급적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단계, 즉 케인즈주의적 정책 정도라도 채택할지 여부를 저울질하는 단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노동․진보진영이 현 수준의 대응 정도에 머무른다면, “지배계급이 파시즘적 방식을 채택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 봤다. 즉 “착취율의 비상한 재고를 통해 위기극복에 나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경련이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대졸초임 30% 삭감 등은 선배노동력에 비교해 평생에 걸친 인생 총소득의 1/3을 날려 버리는 착취율 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임금동결법’까지 추진하는 상황이다.

    운동의 위기에 대해 임영일 소장은 ①전망의 부재 ②구조의 문제 ③주체의 문제로 분류했다.

    먼저 ‘전망의 부재’의 경우, 과거처럼 외부의 어떤 전망을 찾기보다는 우리의 실천 속에서 전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두 번째로 구조의 문제의 경우, 분단구조 등을 극복하기 위한 부단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진보운동은 구조에 대한 천착이 매우 떨어졌다는 것이다.

    주체의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게 설명했다. 먼저 진보․노동운동 속의 내부 민주주의의 문제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으며, 권력 측면의 민주주의보다는 ‘관계’의 민주주의에 대해 천착하자고 제안한다.

    노동내부 격차를 줄여나가는 전략적 접근과 운동이 필요

    임 소장은 주체의 과제 중 하나는 전략적 목표 설정이라고 한다. “전략적 목표에 대해 자신을 포함해 우리 운동이 너무 기계적으로 생각해왔던 것은 아닌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평등세상’(전노협)이라고 외쳤으나 반대로 계급 내 불평등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진보진영 전체가 “노동내부 격차를 줄여나가려는 전략적 접근과 운동의 전개”에 매우 취약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임영일 소장은 ‘전망’을 못찾고 ‘절망’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경제위기가 상당한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이기에, 시간적 여유”는 있으며, IMF 경험 과정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체득한 상태”라는 것.

    그렇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도 않다. “정당운동, 노동운동, 시민단체 모두 주체적 역량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주체의 재생산구조의 취약 및 비정규직 등의 정치경제적 대변구조의 부재문제를 포함한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현재의 상황이라는 것.

    과도한 요구만 반복해온 과거 반성해야

    방청객으로부터 “계급 내부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이 있었고, “한국 사회가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남미형 경제로의 추락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임소장은 과거 우리의 대응방식에 대해 반성하자며 “계급(내)적 통합력이 높은 상태와 낮은 상태에 따라 내부 격차 해소를 위한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과거, 우리 운동적 역량과 상관없이 과도한 요구만을 반복해 온 사례”를 되짚어 보자고 주문했다.

    남미형 경제로의 추락에 대해서는 “소수의 의견이지만, 우석훈 박사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진보적 대응능력 수준이 매우 낮고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며, “100%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다만, 자본과 노동 모두 파시즘 혹은 케인즈주의, 비자본주의 방식 등의 해결책을 놓고 쟁투하는 과정에서 다른 선택지들이 존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강연은 진보신당 당원들과 지역 활동가들이 모여 2시간여 동안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진보신당 경남도당은 앞으로도 전망과 관련해 풍부한 논의를 제공할 수 있는 강좌를 계속해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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